신진서vs카타고
신진서 "질래야 질 수 없다 확신" 카타고전 승리 비하인드
'쎈수학ㆍ한경 기신전' 3번기 후 인터뷰
2026-07-21 오후 6:56:07 입력 / 2026-07-23 오후 5:27:42 수정
신진서가 인공지능(AI) 카타고에게 2점으로 2승 1패했다.
1국에서 카타고의 변칙수에 당황한 신진서는 패했고, 2~3국에서는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대국이 끝난 뒤 신진서가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Q. 작은 헤프닝(대국 장소를 바둑TV 스튜디오로 착각해 대국장에 늦게 도착했다)으로 3국 심리적으로 변수가 될 것 같았는데 어땠나요?
"일단 굉장히 송구스럽고요. 당황했었어요. 하필이면 평일이라서 지하철로 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늦게 됐으니까요. 제가 당황하고 그런 것보다는 기다리셨을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컸고요. 그래도 주최 측과 관계자분들께서 잘 대처해 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멘탈 흔들림 없이 진행할 수 있었어요."
Q. 첫수를 둘 때 약 2분가량 생각을 했는데 왜 그러셨나요?
"일단 소목을 저도 두려고 했는데요. 국가대표실에서 같이 연습했던 기사들은 다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제가 반대쪽으로 소목을 두면 항상 비슷한 바둑이 나와서 승률도 그리 안 좋았어서 새로운 길로 가고 싶어서 제가 먼저 비틀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모르는 길로, 아니 카타고는 알고 있겠지만 제가 모르는 길로 갔는데 막상 초반이 끝나고 나니까 굉장히 제 마음에 들었고 실리가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터웠기 때문에 굉장히 기분 좋게 출발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26.07.21 단신] 인공지능, 신진서에게 무너졌다! 신진서 카타고에 2대 1로 승리ㅣ'쎈수학·한경 기신전' 신진서vs카타고.
Q. 2국과 3국 중에 가장 어려웠던 대국 뭔가요?
"바둑 난이도 자체는 2국이 훨씬 더 높았던 것 같고요. 사실 대형정석이 나오는데 그 이후 변화를 아예 모르고 그 이후엔 정말 무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후반에 좀 쉽지 않겠단 생각한 적도 있었고요. 3국 같은 경우는 큰 정석은 없었지만 이제 잔잔한 정석에서 별로 손해 보지 않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판을 짜갈 수 있었어요. 잘 둔 판은 3국일 것 같은데 그래도 깃발 올려서 뿌듯한 기분이 든다는 건 훨씬 어려웠던 2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2승 1패로 이기셨는데, 치수를 올려서 둘 생각이 있나요?
"제가 두 점에 2승 1패를 하긴 했지만 아직 두 점에도 제가 앞선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AI와의 두 점 바둑에서 약점이라고 한다면 AI의 완벽함이 약점일 것 같아요. 너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 좀 그 어려운 부분을 좀 피하고 쉽게 가려는 경우가 있어서 오늘처럼 제가 좀 큰 전투 없이 이기는 바둑이 나오기 때문에 그게 AI의 약점이라면 약점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점에서 제가 판을 조금이라도 잘못 짠다면 힘든 승부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치수는 고민을 많이 해봐야 될 것 같고요. 아직 두 점이 유리한 승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타고 생각시간도 매 수에 20초라는 시간에서 대부분의 수가 다 완벽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복잡도가 주어졌을 때 얼마나 더 좋은 수가 나올 수 있을지는 아직 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될 수 있습니다.
호선은 사실 어려울 것 같고요. 두 점에 제가 여섯 집 반을 준다면 아마 그거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 될 것 같고, 두 집이나 세 집을 준다면 굉장히 어렵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불가능까지는 아닌 도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이번 기신전을 통해 얻은 것이 있나요?
"AI와의 대국은 당연히 힘이 드는 건 맞는 것 같고요. 연습할 때도 자주 이기긴 했는데 제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고 수비 지향적으로 두면서 이기기만을 위한 바둑을 두는데 사실 굉장히 힘든 연습 과정이었고요. 평소에 제가 두고 싶은 수들 다 두면서 그렇게 시합에 임할 때와는 좀 전혀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첫판에서는 바둑 인생에서 가장 좀 힘든 순간일 정도로 굉장히 멘탈이 나갔었는데 다행히 2국에서 어려운 바둑 이기면서 3국까지 올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이벤트를 준비해 주신 덕분에 저도 두 점을 넘어서 또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신진서 프로에게 카타고는 어떤 존재인가요?
"커리어적인 부분에서의 성장에 있어서는 카타고의 성장가 맞물려 있는 것 같다. 20년부터 이제 카타고가 굉장히 강해진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시기가 딱 제가 랭킹 1위로 올라서기 시작한 시기다. 제가 카타고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물론 모두가 카타고로 공부를 했고 중국엔 또 최강 AI도 있었다. 오픈소스 AI들도 굉장히 강하긴 했는데 약간 아쉬운 상황에서 카타고라는 강한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굉장히 많은 발전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이렇게 1위로 올라서는데 굉장히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Q. 3국에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요?
"국가대표실에서 이제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하고 또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는데, 그때마다 이긴 바둑 내용이 되게 비슷했습니다. 카타고가 블루스팟 위주로 뒀다. 그런데 이번 대국에서는 사실 첫판부터 처음 보는 수가 나왔고, 계속해서 연습 때 겪어보지 못한 포석이나 정석들이 나왔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아예 없었다면 훨씬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근데 1국에서 지고 난 뒤에 당장 대국이 있었으면 2국도 졌을 것 같은데, 하루라는 시간이 굉장히 천금같이 느껴졌고 그 준비 시간을 통해서 멘탈도 잡았고 다시 2국을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2국은 굉장히 어렵게 이겼고요. 마지막까지 한 수만 잘못 두면 지는 상황이었는데 살얼음판 같은 바둑보다 오늘처럼 큰 실수가 나오기 힘든 바둑으로 끌고 갈 수 있으면 더 편하다고 느껴져서 오늘 같은 바둑을 굉장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중반 이후에는 질래야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생각대로 판이 짜인 것 같아서 굉장히 편한 마음으로 끝까지 둘 수 있었습니다."
Q. 3국은 대국 시간이 짧았는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3시간씩 둬도 완패를 할 때가 있고, 1시간 대국 시간이 있어도 승리를 할 때도 있었는데요. 바둑은 인간의 입장에서 경우의 수가 많게 짜인다면 정말 50가지 수를 생각해야 되지만, 오늘처럼 판이 짜인다면 저뿐만 아니라 상위권 기사 입장에서는 바쁘게 느껴지지 않는 바둑일 것입니다. 3국처럼 대국이 짜인다면 AI처럼 빨리 두더라도 큰 실수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최대한 경솔하게 두지만 말자 생각으로 마무리했던 것 같습니다."
▲[26.07.21 현장] 결과보다 위대한 과정 '한계에 도전하는 신진서'ㅣ'쎈수학·한경 기신전' 신진서vs카타고.
Q. AI 시대에서 인간의 고유의 기풍이 존재할까요?
"가장 유명한 선배님인 이창호 선배님과 이세돌 선배님 바둑을 비교해보면, 단순히 AI로 두 분의 바둑을 분석해보면 이창호 선배님의 실수가 훨씬 없어요. 왜냐하면 오늘처럼 판이 짜이면 인간인 저도 실수가 거의 없다는 걸 보여드렸습니다. 무난하게 짜였을 때 전투적인 이세돌 선배님 바둑보다 당연히 실수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두 분께서 대국하시면 5 대 5였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세돌 선배님 같은 경우는 인간의 실수를 유도하는 수를 잘 두셨습니다. 상대방이 실수할 수밖에 없는 바둑을 두셨고, 승부수와 묘수도 많이 사용하셨습니다.
아직까지 훨씬 완벽한 AI 바둑이 있지만 인간의 바둑은 오늘처럼 지키는 바둑을 둘 수도 있고, 또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는 부분이 있기에 인간의 바둑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은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오늘은 제가 지켜서 이겼지만 인간과 호선 바둑을 둔다면 호선에서도 이렇게 지켜서 이기는 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은 이번에 사용한 스타일을 버리고 다시 제 스타일대로 둘 것 같고요. 결국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기풍이 아직 존재한다는 걸 보여드린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Q. AI와 인간이 비슷한 점이 있을까요?
"지금도 AI마다 기풍이 다른 걸로 알고 있고요. 실제로 중국의 최강 AI 같은 경우는 아직 이기는 바둑을 지향하는 걸로 알고 있고, 카타고 같은 경우는 집 차이를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바둑이라서 계속 더 좋은 수를 두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뭐가 정답인 것 같지는 않아요.
서로 각자마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건 인간과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점일 것 같아요. 누구는 지켜서 이기려고 할 테고 누구는 이제 더 좋은 수 보여주려고 할 텐데, 그 부분에선 인공지능도 인간과 약간 비슷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사람과 두는 대국과 AI와 두는 대국은 차이점이 뭔가요?
"인간과의 대국에서는 승부수나 변칙수 이런 게 나올 수 있고 어떨 땐 전투적으로 두고 어떨 땐 수비적으로 둘 수도 있기도 합니다. AI와의 대국에서는 한 번도 무리를 해서는 안 되고 또 너무 물러서도 안 되는 등 그 선을 지키는 게 사실 제일 중요하고 또 제일 힘들었고요. 이제 1국에선 실패를 했고 2국에서는 가까스로 성공했고 3국에서는 성공을 했는데 연습 때도 비슷한 과정을 많이 겪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인간과의 바둑처럼 대국을 진행하다가 한 번도 이기지 못해서 이렇게 진행되면 가능성이 없겠다 싶었어요. 어느 순간 한 번 이기기 시작하니까 계속해서 이기는 길이 뭔가 보였던 것 같고요. 준비 기간 동안 자신감이 생겼던 게 이번에 이길 수 있었던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AI 상대로 기적을 만든 인간 '신진서'.
Q. 하반기 목표와 각오를 말씀해 주세요.
"제가 카타고를 상대로 열 판에 가까운 승리를 했는데요. 아직 많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몇 몇의 기사는 카타고를 상대로 저처럼 대국할 수 있는 기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사들을 상대로 저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해야만 이길 수가 있습니다. 최근 성적은 약간 아쉬웠는데요. 하지만 저도 계속해서 발전하려고 하고 있고 더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카타고가 당황했던 신진서 프로의 수가 있었나요?
"제가요? 카타고가요? (웃음) 복기를 하면서 AI가 왜 여기 뒀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하는 수들이 몇 번 있었거든요. AI이기 때문에 AI가 그런 생각을 안 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약간은 신기하다고 느꼈던 점이 있어요. 두 점 바둑은 처음부터 굉장히 불리하기 때문에 AI의 입장에서는 경기 후반이나 경기 초반이나 똑같이 이길 확률이 없다고 판단할 것 같았어요. 막상 진짜 제가 확실히 이겼다 싶었던 순간에서는 AI도 약간 그 이상한 수들이 나오는 것 같고요.
신기했던 점은 제가 여기서는 확실히 이겼다 싶을 때 AI의 실수들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