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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S '당신은 누구죠?'

‘저스트 두 잇’ 목진석 편

2021-05-03 오전 9:27:18 입력 / 2021-05-04 오전 10:25:54 수정

경험에 적극적인 M씨
테니스가 좋은 경쾌한 J씨
흔들림 없이 꾸준한 S씨
목진석(M.J.S)의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이 된다

 

 

 

 

#경험에 적극적인 ‘M’

M은 한 때 영국 축구팀 아스날에 열광했다. 2009년 유럽에 출장을 갔을 때 일정을 조율해 경기를 보러가기도 했다. 30대 초반 결혼하기 전까지는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생중계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지켜봤다. 경쟁 팀에게 지면 스트레스를 받아 밤잠을 설쳤다.

아스날에 더욱 열광했던 것은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이 있어서였다.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아스날 ‘아르센 벵거(Arsene Wenger)’ 감독의 자서전은 마음에 깊은 울림이 됐다.

아르센 감독이 은퇴를 하면서 축구를 관전하는 재미는 시들해졌지만 M은 스포츠 지도자들의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감독 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불같은 성격으로 선수를 휘어잡기도 하고,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준다. M는 후자다.

M은 평소 선수들에게 최대한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야기하는 것 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준다. 칭찬은 많이 할수록 좋다는 생각에 함께하는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칭찬과 격려를 한다.

선수들에게 조언이 필요한 시기를 알아차리는 것은 M의 몫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조언이다. 공부하는 방법과 시간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고되거나 힘들어도 서브를 날리자. JUST DO IT!



체력은 M을 이 자리에 있게 했다. 고도의 신경전에 하루 종일 시달려야 하는 스포츠는 지구력과 집중력의 싸움이 됐다. 체력이 승부의 열쇠를 쥔다. 한두 번 정도 경기를 치르면 느끼지 못하지만 일정이 몰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면 체력의 중요성은 배가 된다. 20대에는 버틸 수 있어도 30대가 넘어서는 자기하기 나름이다.

보편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는 나이, 30이라는 숫자에 영향을 받지 않게 위해 J는 집중했다. 체계적으로 체력 관리를 한다면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꾸준함의 결과는 35세 나이에 국내대회에서 우승하는 걸로 증명이 됐다. 연패를 당하면서 승부를 놔야하나 고민이 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고되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걸어왔던 길이니까.
JUST DO IT. 그냥 하자“

 

 


▲순수한 열정으로 축구 철학을 완성한 아르센 벵거 감독은 롤모델이다.



M은 다른 분야에 능하다. 외국어도 수준급이라 어느 날 미국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깜짝 등장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언어가 재밌어 중국어, 일본어 실력도 쑥쑥 늘었다.

경험이 축적이 되면 보는 눈도 넓어진다. M은 막연하게 해외 보급에 대한 꿈이 있어 영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금은 여건상 힘들지만 언젠가는 직접 나가서 보급을 하고 싶다.

M은 다양한 경험을 적극 추천한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한 분야에 올인하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역사 강의, 서예, 독서를 권한다. 어릴수록 많은 것을 접해보는 것이 좋다. M이  그랬다. 여가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 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갔다. 결국 그 안에 연결고리가 있어 좋은 영향을 줄 것임을 안다.

“다른 경험을 쌓는 것보다 한 분야에만 몰두하고 싶은데요? 이게 제 직업인데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한 M은 스포츠 지도자들의 자서전을 꺼낸다.
그리곤 알맞은 조언의 시기를 기다린다.

 

 

#테니스가 좋은 경쾌한 ‘J’

J는 몸 쓰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 타고난 운동 신경을 자랑하며 승부를 즐기는 아버지의 영향일 것이다. 아버지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운동량을 최대로’이다. 아버지는 골프, 탁구, 유도 등 안 해 본 운동이 없다.

J가 테니스 입문에 자연스러웠던 것은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테니스 코트에 많이 간 경험 덕이다. 띄엄띄엄 테니스를 쳤지만 취미로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30대 초반부터다. 좋아하는 것이라면 파고드는 성격이라 개인 레슨도 받으면서 몰두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테니스 대회 우승 경력만 40차례, 동호인테니스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테니스에 대한 애정이 깊다. J는 아버지와 테니스를 함께 치며 친구 같이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J의 승부욕은 아버지와 조금은 다르게 표출됐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것을 즐긴다. 20대에는 보충제와 닭가슴살을 먹으며 몸만들기에 열중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승부를 즐기는 목진석.



한 분야에만 몰두했던 J에게 넓은 세상 속 시간은 다르게 흘러갔다. 8년째 코트를 오가다 보니 아는 사람들도 제법 늘었다. (J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테니스장에 간 날 많은 사람들이 반가운 인사를 보냈다) 인터넷에 테니스 칠 친구를 찾는 글을 올리는 것쯤은 익숙하다.

“지금은 수준급이라 평가하기 어렵지만 테니스를 한창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수비가 좋고, 끈질긴 스타일이었다.”
테니스 친구들이 바라보는 J에 대한 평가다.

“공격적으로 치려고 하는 편이다.”
정작 J가 생각하는 자신은 다르다.

J는 2000년대 초 은퇴한 호주 테니스 선수 ‘패트릭 마이클 래프터(Patrick Michael Rafter)’ 팬으로 그의 열정적이고 저돌적인 스타일이 좋아 닮고자 한다. 소지하고 있는 라켓도 래프터가 사용하던 것으로 어렵게 구했다. 세계 랭킹 1위였던 래프터의 경기 영상을 따로 모아서 감상하다 보면 휴식 시간도 빠르게 흘러간다.

 

 


▲패트릭 래프터의 오랜 팬으로 라켓도 그의 것을 사용한다.



잔잔하게 흘러갔던 J의 테니스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윔블런 테니스 경기 관람이다. 영국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때마침 윔블런 경기가 있어 휴가 일정을 1주일 앞당겼다. TV에서만 보던 엄청난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흥분했다.

2004년 즈음에는 테니스를 관람하는 것을 즐겼었는데 ‘마리아 샤라포바 (Maria Sharapova)’가 내한 했다는 것을 알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테니스는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좋은 취미로 평생 함께할 친구다. J는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서 몸 상태를 살펴볼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예민하다. 밥을 많이 먹고 몸이 무거워지는 날이면 코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20여 년간 몸무게가 2키로 이내로 벗어난 적이 없는 것은 꾸준한 운동 덕분이다.


 

▲도와줄 사람 없이 외로운 싸움을 지속해야하는 테니스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복식을 많이 치는데 J는 단식이 좋다. 단식은 칼로리 소모가 많아 체중 관리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복식도 남녀노소가 어울려서 즐길 수 있고 그 안에 승부라는 요소가 있어 매력적이다.

J에게 테니스는 체력만 받쳐 준다면 매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운동이다. 땀을 흘리고 나서 오는 개운함은 온 종일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다.

테니스는 누군가 도와줄 사람 없는 외로운 싸움이다. 같은 수준의 선수들은 결국 정신력에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한다는 것 자체를 즐기기에 승부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J의 모토는 ‘즐겁게 오래 치자’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한 J는 배낭에 라켓과 소중한 시간을 넣었다.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코트로 향한다.
오늘도 J의 서브는 경쾌하다.

 

 

#흔들림 없이 꾸준한 ‘S'

S가 국가대표 감독이 됐을 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줄곧 나아지지도 않았다. 세계대회에서 전멸을 하며 침울한 시간이 계속됐다. 어차피 승부는 5대5로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 중국의 기세를 꺾고 세계대회에서 우승만 해준다면 또래 선수들이 자극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감독직에 익숙해질 때쯤 아끼던 선수들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연거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장 중국에 앞선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희망의 기운을 봤다.

 

 


▲치열했고 아팠지만 주춤할 시간이 없다. 감독 목진석은 전진한다.



큰 파도가 마음을 덮치는 힘든 시간도 있었다. 예기치 않게 온라인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전 세계 팬데믹 영향으로 대면 경기가 어려워진 시기에 온라인 대회가 치러졌다. 슬며시 승자의 미소를 지었으나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돌파구는 역공이 됐다. S는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는 제법 환경이 좋아졌다고 천진한 미소를 짓는다.

사고는 또 있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어린 선수들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생겼다. 인공지능 발전으로 S의 영역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혼자 공부를 하면서 실력을 연마하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시대가 변했지만 공동연구는 지금도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혼자만의 연구는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부분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은 담담하게 이야기하지만 평생 승부를 하며 살아온 S가 감독직을 수락했을 때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50대까지 승부를 하리라 굳은 다짐을 했기에 1년간 선수와 감독을 병행했다.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어느 날은 국가대표팀 운영 시스템 개선을 위해 대회 5분전까지 회의를 했다. 성적은 하향곡선을 탔다.


갈림길에 선택한 것은 감독직이었다. 가끔 대회에 출전할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높은 수준의 승부 보다 그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감독 전과 후는 달랐다. 어느 순간부터 S는 개인이 이기는 것보다 선수들의 성장에 희열을 느꼈다. 소속감과 짜릿함이 공존했던 대회는 5년 만에 중국에 우승컵을 탈환한 단체전이었다. 그저 관전자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벅참과 울컥하는 마음이 몸을 감쌌다.
 

 


▲테니스만 생각하면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즐겁게 오래 치자!

 


S는 평소 테니스를 눈여겨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테니스는 감각적이고 직관적, 자세를 머리에 그리는 능력이 좌우하는 스포츠다. S의 영역에 활용하면 좋을 정책과 제도를 가지고 있다. 대회를 치르는 방식도 그렇지만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패자의 진솔한 인터뷰 시간이다. 테니스는 대회가 끝나고 바로 시상식을 하고 선수들의 소감을 듣는다.

“내가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가 챔피언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우리가 이렇게 특별한 경기를 할 수 있게 해줘서 팬들에게 고맙다”

슈퍼스타는 당연히 필요하다. 패자는 인터뷰가 내키지 않겠지만 승자에게 엄지를 보내며 다음을 기약한다. 팬들은 열광하며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하면 쇠락하게 된다.

 

 


▲테니스 라켓과 자전거. 하루를 버텨내는 힘이 솟는다.

 

 

어렵게 선택했던 감독직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S는 알고 있다. 내려놓을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다.

주춤할 시간이 없다. 가장 큰 숙제가 남았다. 과거처럼 천재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영재를 육성해야 한다. 미래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준비를 하는 것이 S의 큰 목표다.

“매번 치열해야하고, 졌을 때 아파야한다”
영재 육성에 대한 S의 남다른 철학이다.

 

 

※정통바둑매거진 월간바둑에 타이젬 정연주 기자가 연재한 프로의 힐링캠프 [M.J.S '당신은 누구죠?']를 옮겨왔습니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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