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신역배
일본의 이치리키료 9단이 달라졌다?
영어,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최근 한국어 공부도 한다고...
2025-04-15 오전 9:27:49 입력 / 2025-04-15 오후 1:48:33 수정
▲일본의 이치리키료(一力遼) 9단.
일본의 이치리키료(一力遼) 9단이 8강전에서 중국의 리웨이칭 9단에게 패하면서 북해신역배 레이스를 마쳤다. 이치리키료 9단이 2024년 9월 응씨배 정상에 오른 이후 세계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치리키료 9단을 지켜본 많은 이들이 한결같이 응씨배 우승 후 이치리키료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의견이다. 일본의 일인자 이치리키료는 북해신역배 64강에서 롄샤오(連笑) 9단, 32강에서 셰얼하오(謝爾豪) 9단, 16강에서 미위팅(芈昱廷) 9단 등을 차례로 제압했다. 특히 각 경기에서 보여준 바둑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중국 체단주보의 셰루이 기자가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롄샤오와의 대국에서는 극한 접전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초반 우세를 점한 이치리키료는 중반 롄샤오의 추격으로 역전당할 뻔했으나, 끝내기 단계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승부처인 '단수 패' 싸움에서 롄샤오가 실수를 저지르며 기회를 놓쳤고, 이치리키료는 이를 놓치지 않고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셰얼하오와의 대국은 '속전속결'로 완승을 거뒀다. 셰얼하오 역시 중국 최고의 '속기' 전문가로 꼽히지만, 이치리키료는 일본식 2일제 대국에 익숙한 탄탄한 기량으로 그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중반부터 흐름을 잡은 이치리키료는 끝까지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미위팅과의 대국에서는 정면 승부를 불사하는 의지로 승리를 낚았다. '역전의 달인' 미위팅은 이번 대회에서도 이전 대국들에서는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극을 펼쳤으나, 이치리키료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초반 불리함을 뒤집으려던 미위팅의 공세를 이치리키료는 정면으로 막아냈고, 결국 좌상귀에서 패 싸움을 일으킨 미위팅이 오히려 패배를 자초했다.
리웨이칭과의 대국에서는 초반 흑69의 치명적인 실수를 극복하지 못한 채 176수만에 불계패했다.
현장에서 관전하던 기사들은 그의 성장을 극찬했다. 일본 바둑의 부흥을 외쳐온 이치리키료는 수년간 세계 대회 '1회전 탈락'의 굴욕을 겪었으나, 2024년 응씨배 우승을 계기로 극적인 도약을 이뤘다. 특히 후반전에서의 강한 집요함은 과거 일본 기사들이 약점으로 지적받던 부분을 극복한 모습이다.
귀족적인 풍모와 겸손한 태도로 '바둑계의 신사'로 불리는 이치리키료는 개인 통산 28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기성(棋聖), 명인, 천원, 본인방, 아함동산배, 응씨배 등 6개 타이틀을 보유한 일본 최고 기사다. 중국 바둑팬은 그를 '랴오선(遼神)'이라 부르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농담처럼 "바둑을 잘못 두면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할 신세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치리키료는 영어와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영어권 사람들을 위한 바둑 해설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중국어는 대학 재학 중 제2외국어로 배웠으며, 최근에는 특히 언어에 빠져 있어서 한국어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5~2024년 약 20년간 일본 기사들은 세계 대회에서 고전했다. 후반전 약점과 실전 감각 부재가 원인이었으나, 이치리키료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그의 승리는 일본 바둑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단독 화상인터뷰] 이래서 엄친아! '한국어 공부해온 이치리키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