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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씨배

이세돌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

응씨 측의 미흡한 응대와 중국 언론이 문제 삼는 이세돌의 행동 집중해부

2016-04-21 오전 11:49:00 입력 / 2016-04-22 오후 3:54:29 수정

▲ 지난 19일 개막식 대진 추첨에서 자신의 대국 상대를 추첨하고 있는 이세돌(상하이-이영재 기자).


어제(20일) 응씨배 28강전에서 태극전사들이 힘을 내며 5승1패를 거두고 16강에 6명(시드 박정환 포함)이 대거 진출했다. 특히 한중전 4판을 '싹쓸이' 했던 것이 한국 팬들을 기쁘게 했는데, 세계대회 우승 전력이 있는 구리 퉈자시 등 중국 강호들을 꺾으면서 올라가 우승 전망 또한 밝혔다.

응씨배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대회다. 지난 일곱 번의 대회가 열리는 동안 한국은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그리고 최철한까지 무려 5명의 선수가 번갈아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최다 우승국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응씨배를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단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다.

바둑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1988년 초대 응씨배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전 국민이 알다시피 당시 한국은 조훈현 단 한 명만 초청을 받았다.

한국기원에선 '푸대접'에 격분해 대회 불참을 고려했다. 이번 대회에서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유럽과 미국 대표가 각각 2명씩 무려 4명이나 초청을 받은 것에 비하면 당시 한국이 당한 수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럴수록 더욱 힘을 내는 게 한국인의 특성일까. 배수의 진을 치고 사력을 다해 시합에 임한 조훈현은 단기 필마로 세계 최고수들을 차례로 연파하며 초대 응씨배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고 바둑황제로 등극했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이번 제8회 응씨배. 여전히 한국에 대한 응씨 측 태도는 크게 변한 점이 없는 것 같다.

현지 중국 언론에선 이세돌이 개막식 추첨 종이를 선택한 후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하지 않은 것과 단상 위에 올라가 인터뷰를 하지 않은 점을 두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지만 그것은 상하이에 도착한 시점부터 개막식 직전까지의 상황을 전혀 알아보지 않은 아전인수격 해석.

본 기사가 이세돌이나 혹은 한국 선수단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며, 28강전 대승을 거둔 시점에서 중국 언론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는 이세돌의 행동에 대해, 기자가 인천공항부터 동행 취재하며 느낀 점을 적어본다.

▲ 상하이 푸동 공항에서 하릴없이 대기하고 있는 한국 선수단. 이세돌을 알아본 중국 팬들이 여러 명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이세돌은 그 때마다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 환하게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지난 18일 인천 공항에서 함께 모여서 중국 상하이로 향한 한국 선수단의 표정은 밝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상하이 푸동 공항에 도착한 선수단. 그런데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 밖으로 나왔는데도 응씨 측 관계자가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았다.

기자도 한국기원 관계자와 함께 '응씨배'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을 찾아봤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수속을 마친 한국 선수단은 상하이 푸동 공항 한복판에서 '미아'가 된 상태로 한참 동안 방치됐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응씨 측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고, 응씨 측에선 현장에 사람이 갈 거라며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줬다.

그 쪽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선수단 주변에서 TV카메라로 선수들을 촬영하던 카메라맨이 전화를 받았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KBS측에서 섭외한 현지 카메라맨이었는데, 선수단 인솔 의무가 없는 KBS측 현지 카메라맨은 '당연히' 피켓을 들고 기다리기 보다는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영상으로 담는 일에 몰두했고, 그러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갔던 것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이런 일은 처음이다. 관례적으로 대회 주최 측에서 공항 게이트 앞에 피켓을 든 인원을 미리 배치하며, 사전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상대 측에도 알려준다. 한국이 주최하는 삼성화재배, LG배는 물론, 중국 주최 대회도 그동안 피켓을 들고 마중 나온 인원이 늘 있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세돌은 공항과 같이 사람이 붐비는 공간에서 오랫동안 대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세돌을 알아보고 다가와 함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중국 팬들에게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이상한 일은 다음 날에도 계속됐다. 전날(18일) 여장을 푼 한국 선수들이 숙소 인근 샤브샤브 음식점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는 사실은 당일 뉴스로 전했다. 당시 선수들의 대화 주제 중 하나는 다음날(19일) 개막식에서 벌어지는 대진 추첨. 응씨배는 한 번의 추첨으로 결승까지의 대진이 모두 정해지므로, 대진 추첨이 다른 대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본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30명. 16강 시드를 받은 지난 대회 우승자 판팅위와 준우승자 박정환을 제외한 28명의 선수들이 28강에 출전하며, 승자 14명이 박정환 판팅위가 합류한 16강전에 나서는 대진이다.

따라서 28강 추첨은 먼저 14명이 하고, 그 다음 14명이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명이 출전하는 중국이 먼저 14장의 추첨 종이를 뽑는 건 당연한 순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중국 다음으로 인원이 많은 한국(7명)이 추첨을 하는지, 혹은 28강에 나서는 인원은 한국과 똑같은 6명(한국 7명 중 박정환은 16강부터 출전)으로 대등한 일본이 먼저 추첨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또는, 미주 대표 2명과 유럽 대표 2명이 먼저 추첨해 나머지 네 자리를 채울 수도 있었다.

국가대표 최명훈 코치는 추첨 방식에 대해 주최측에 물어봐달라는 말을 한국기원 관계자에게 전했다. 개막식이 열린 19일 오전 10시, 응씨 측에서 마련한 각 팀 대표자 회의가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기원 관계자는 응씨 측 관계자에게 대진 추첨 방식에 대해 물었고, 응씨 측에선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다.

"개막식을 기다려보면 자연히 알 수 있을 텐데, 그런 걸 뭘 물어보는가?"

굳이 한국 주최 세계대회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세계대회에선 당연히 대회 방식에 대해 사전에 고지를 한다. 또한 미리 안내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관계자가 물어볼 경우,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건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은 추첨 방식에 대해 한 마디 설명도 듣지 못한채 개막식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응씨 측에선 대진 추첨 방식 문의에 대한 답변을 할 생각은 전혀 없고, 오히려 대진 추첨이 끝난 후 이세돌이 단상 위에 올라와 임전소감에 대한 인터뷰를 해야 하므로 그 사실을 주지 시켜달라는 요청을 한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개막식 당일에도 이세돌에게 연락을 해서 대진 추첨 후 인터뷰를 할 수 있는지 물었고, 이세돌은 "굳이 임전소감으로 할 얘기가 없는데… 간단하게 말해도 되나요?"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하지만 개막식 시작 직전, 한국 선수단 테이블에 자리한 이세돌은 대진 추첨에 관한 질문을 했음에도 응씨 측에서 '개막식을 기다려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대답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표정이 굳었다.

추첨 종이를 선택한 이세돌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기자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자리로 이동했고, 추첨을 마친 직후엔 먼저 숙소로 향했다. 중국 기자들은 딱 이 두 가지 사실에 의거해 '이세돌 개막식 파행'을 운운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더욱이 28강 한중전 네 판에서 모조리 참패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사건이 중국 언론에서 회자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물론 사진 촬영을 하지 않은 것, 그리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것이 잘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비판을 당하고 궁지에 몰려도 좀체 이러한 사정을 밝히지 않는 이세돌이 혼자서만 대회 기간 내내 중국 언론의 공격 대상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

앞서 밝힌 대로, 위에서 언급한 사실 관계를 제외한 나머지 속사정은 이세돌 혹은 한국 선수단의 공식 입장은 아니며 동행 취재한 기자의 느낌일 뿐이다. 판단은 팬들의 몫이다.

상하이 푸동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개막식 직전까지 응씨 측의 이해할 수 없는 대처. 만약 응씨배 최다 우승국인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작전'이었다면, 실패했다고 전해주고 싶다. 부당한 대우, 혹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더욱 힘을 내는 게 바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모든 세계대회가 더욱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그리고 한국 선수들이 오는 22일 16강전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 응씨 측으로부터 "대진 추첨 방식은 개막식 때 자연히 알게 될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전해들은 한국 선수들. 

▲ 중국 기자들은 이세돌도 이런 포즈를 취해주길 원했다. 

22일 업데이트

한편 본 기사는 중국 기자들의 번역으로 전문이 모두 중국 언론에 실렸다. 이 기사를 보고 한국 선수단에 대한 공항 응대와 개막식 대진 추첨에 관해 중국 언론과 응씨 측에서 모두 큰 관심을 보였다.

다음은 22일 오전9시45분(한국시간 오전9시45분) 응씨배 16강전 대국이 시작된 직후 국가대표 최명훈 코치와 대만 응씨 교육기금회 양우가 부비서장의 만남에 대한 취재 수첩.

☞ 취재수첩 - 雨後地實! 응씨 측 한국 선수단에 공식 사과 바로가기
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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