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대회
올드보이, 분당에 집결하다!
제12회 분당기우회장배 32강 초청전 열려
2016-05-02 오후 9:12:17 입력 / 2016-05-04 오후 8:31:59 수정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기원 분당지원에서 '올드보이' 32강이 한데 모여 시니어최강전을 벌였다.
인체 가운데 가장 더디게 노화되는 것이 목소리라고 한다. 가요무대를 듣노라면 7~80을 훌쩍 넘긴 노가수가 구성지게 노래한 곡 뽑아 제치는 상황을 그려본다면 '아하!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늙어감에도 불구하고 그 기량이 쇠퇴하지 않는 종목은 바둑일 것이다. 아마유단자가 70을 넘겼다고 해서 팔팔한 젊은이라도 앝잡아 볼 수는 없는 것이 바둑이다. 역시 고개를 끄덕일 분이 많겠다.
여기 인생 대부분을 바둑과 살았으며, 그들끼리 서로서로 각종 시합에서 몇 합을 겨루었는지도 모를 '올드 보이'들이 분당에 모였다. 이제는 '썸'이라는 신조어는 따라가다 그만 힘에 부쳤지만, 그래도 바둑판을 대할 때면 처음 연애할 때의 설렘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젊은오빠'들이다.
'늙어 간다는 것은 닮는 것'이라는 평범한 말을 기억한다. 마치 장아찌처럼 오래도록 곰삭아서 한결 깊어진 맛 말이다. 50이나 70이나 다들 그렇게 닮아보였다.
▲ 분당기우회장배를 12년째 한결같이 개최하고 있는 백정훈 회장(70).
"저는 올해로 7학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젊었을 적에 바둑계를 주름잡았던 그 고수들이 이제는 어느덧 저와 비슷한 연배가 되어 머리에 흰 눈이 쌓여만 갑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그 분들을 모시고 바둑한판 하면서 저녁 한 끼 하고 싶었습니다. 삭막한 대회는 싫습니다. 그때 그 얼굴을 다시 만나고 싶을 뿐 입니다."
분당기우회장 백정훈(70)은 이렇게 진심이 우러나는 따뜻한 말로 '대회 아닌 대회'를 시작했다. 32강을 모으는 데도 꼭 실력으로 강한 사람만 뽑는 게 아니었다. 각 지역별로 골고루, 그리고 51세부터 70세까지 딱 20년 터울로 나이 대를 잡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우승상금이 무려 1000만원. 최고를 뽑는 아마대회의 우승상금이 500만원임을 감안하면 시니어들에게는 과분한 상금이다. 그러나 백회장은 사범님들에 대한 예우차원이란다.
백회장의 고마움에 시니어들은 이렇게 답했다.
임동균-백회장님은 바둑인들에게는 고마운 분입니다. 한결 같이 시니어들을 사랑하는 분이고 이처럼 오래도록 대회를 주최해주는 것만 해도 존경스럽습니다.
박성균-10년이 넘었는데도 줄기차게 시니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시는 모습에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부디 사업도 잘 되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바둑을 즐기길 바랍니다.
박창규-백회장님은 시니어들의 사적 대소사도 챙기시며 시니어들에게는 언덕과 같은 분입니다. 제발 담배 좀 끊으시고(웃음) 이 즐거운 바둑을 오래오래 즐기길 바랍니다.
▲ 순수 시니어최강전으로 회귀한 본 대회는 51세부터 70세까지 올드보이들의 정겨운 잔치였다.
5월의 첫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그랜드플라자 2층에 위치한 한국기원 분당지원에서는 아마시니어강자 32명을 초청해서 시니어최강자전을 개최했다. 올해부터는 프로의 참여를 제한하고 순수한 '올드보이'만을 불러모았다.
올해 70세인 정인규 사범으로부터 51세인 김정우 이재일 사범까지 총 32명이 출전했다. 대회는 4명씩 1개조로 더블일리미네이션으로 8개조가 예선에 돌입했다. 각조에서 2명씩 올라온 후, 16강전부터는 토너먼트로 진행되었다.
2일 바둑TV에서 속개된 8강전에서는 김희중-조민수, 김정우-서부길, 안병운-장시영, 이재일-하만호 경기가 벌어졌다. 4경기에서 각각 김희중, 김정우, 장시영, 이재일 등이 승리해 4강에 올랐다.
하루를 쉬고 4일 오후2시부터 4강전 그리고 결승전을 치른다. 대진은 김희중-김정우, 장시영-이재일 매치업이다. 아무래도 최연소인 김정우 이재일(이상 51세)이 선전했다.
제12회 분당기우회장배 아마32강 초청 시니어최강전은 우승상금 1000만원이며 준우승상금은 300만원. 또한 공동3위도 100만원, 8강은 50만원, 16강은 30만원, 32강은 20만원의 연구비 및 초청비가 주어진다.
▲ 구수한 남저음 목청을 자랑하는 박창규 씨의 개시선언에 따라 일제히 대국이 시작되었다.
▲ 누가 대국자며 누가 관전객인가. 70년대 바둑잡지에서 많이 보던 그 광경이 아니던가.
▲ 장소도 협소하지만 올드보이들은 이런 광경이 익숙한 듯 알아서들 자리를 잡고 관전 삼매경.
▲ 서울 임동균(67)-제주 김준식(60)
▲ 서울 유경남(62)-원주 이웅기(65)
▲ 고양 안병운(56)-부천 윤명철(63)
▲ 서울 손봉민(65)-부산 김철중(67)
▲ 서울 김희중(67)-원주 하만호(61)
▲ 서울 심우섭(55)-서울 정인규(70)
▲ 포항 박강수((62)-성남 박정윤(56)
▲ 성남 김동섭(58)-성남 장부상(59)
▲ 성남 강영일(63)-인천 서부길(62)
▲ 대전 김동근(62)-고양 곽웅구(58)
▲ 순천 조민수(57)-제주 강순찬(55)
▲ 서울 장시영(63)-서울 신병식(65)
▲ 머리가 하얗게 샜어도 그 진지함은 소싯적 전국대회 우승할 때와 흡사.
▲ 전주 권병훈(55) 의정부 유경성(63)
▲ '우리 칠학년이 이겨야 할 텐데...' 백정훈 회장이 동갑내기인 정인규(70)을 소리없이 응원하고 있다.
▲ 백정훈 회장은 전주 권병훈의 바둑을 관전하고 있다. 백회장은 타이젬 7단의 강자이며 내셔널바둑리그 전북알룩스 팀을 지원하고 있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