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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그때 그 시절, "응답하라 1989!"

1990년 월간 바둑 1월호에 실린 89 바둑계 10대 뉴스

2016-12-19 오전 10:53:41 입력 / 2016-12-19 오후 5:27:08 수정

▲ 1990년 월간 「바둑」 신년호 표지. 한국기원이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시절이다. 1990년 1월 1일에 발행된 잡지로, 통권 270호에 해당한다.


1989년은 한국 바둑 역사에서 특히 중요한 해다.

1988년부터 시작된 '초대 바둑 올림픽' 제1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에 혈혈단신으로 출전한 조훈현이 1989년에 속개된 결승 5번기에서 대륙의 반달곰, '철의 수문장' 녜웨이핑을 3-2로 물리치고 세계바둑 황제로 등극했다. 바로 이 시점부터 한국은 '바둑붐'이 일어난다. 1990년대 초반 '한국 바둑의 르네상스'는 조훈현의 응씨배 우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바둑 역사에서도 이 대결은 중요했다. 조훈현이 응씨배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한국은 '변방'에 불과했으나, 이 때를 계기로 중앙 무대를 장악한다.

국내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던 이창호가 최연소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시점이 1992년, 세계바둑 일인자로 우뚝 서는 시점이 1996년이다. 세계대회가 창설된 1988년 이후 약 8년 동안 한국의 '4대천왕' 조-서-유-이가 번갈아가며 세계를 제패했고, 1996년부터 10년 동안 '이창호 시대'가 열린다.

한국 바둑의 황금기로 분류되는 이 시대가 시작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89년 조훈현의 응씨배 우승이 있었다.

▲ 89 바둑계 10대 뉴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창호를 모티브로 한 바둑기사 캐릭터 최택 6단은 여심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세계 바둑 역사에 유례가 없는 '10년 철권 통치'의 주인공 이창호 9단이 벌였던 숱한 승부 중에서도 가장 압권이었던 2005년 농심배 '상하이 대첩'이 전파를 타며 바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1988년의 바둑계 상황은 <응답하라 1988>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1967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바둑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월간 「바둑」에서 선정한 1989년 10대 뉴스를 살펴보며 한국 바둑의 황금기를 추억해본다.

1989년 10대 뉴스 1위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조훈현의 응씨배 우승이 단연 톱뉴스. 조훈현이 중국 최강자 녜웨이핑에게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바둑황제' 자리에 올라 한국에 바둑붐을 몰고 왔다고 기록 돼있다.

10대 뉴스 2위도 재밌다. '신예트로이카'로 명명된 양재호·유창혁·이창호의 정상정복이 1989년을 뜨겁게 달군 핫뉴스였다.

3위는 조훈현의 통산 타이틀 획득수 100회 돌파. 월간 「바둑」본문에서는 일본 사카다 에이오의 30년 동안 64회 타이틀 획득과 견줘, 불과 15년 만에 100회 우승을 차지한 조훈현의 기록을 설명했다.

4위는 최근 인공지능 딥젠고와 대결해 세계 바둑 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조치훈의 부활 소식이다. '목숨을 걸고 둔다'는 전설적인 명언을 남긴 '휠체어 대국'의 여파로 라이벌 고바야시 고이치에게 일인자 자리를 넘겼던 조치훈은 1987년 천원, 1988년 십단 획득에 이어 1989년에는 '삼대기전' 중 하나인 본인방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5위는 왕위전과 기성전의 해외도전기 소식, 6위는 조남철·조훈현의 은관문화훈장 서훈이었다.

▲ 과거 월간 「바둑」은 만평의 보고였다.

눈길이 가는 건 다음으로 소개할 7위 뉴스. 세계일보에서 국내바둑계 활성화를 위해 '최대규모, 최고예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총규모 1억 5천만원에 달하는 기성전을 출범시킨 소식이다. 1989년은 짜장면이 한 그릇에 700원 하던 시절이었으니, 당시 1억 5천만원 규모의 바둑 대회가 창설된 점은 특기할 만하다.

월간 「바둑」본문에서는 기성전의 출범은 다른 기전에도 영향을 미쳐 속속 억대기전이 탄생됐다는 내용이 실렸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최근 프로 바둑계 현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바둑계 저변 확대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는 1989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은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프로 바둑의 인기는 어떨까. 오히려 당시만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기전이 줄어들고 있는 프로 바둑계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바둑 팬들이 후원금을 쾌척한 바둑 대회가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국가대표 신임 감독으로 취임한 목진석은 후배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개최했던 '미래의 별' 신예최강전 2회 대회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어쩌면 이제는 프로기사가 바둑만 두는 시절은 지났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하고,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프로기사들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등 바둑 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바둑 언론들도 기존과 같은 방식에서 탈피해 어떻게 하면 바둑을 더욱 재밌게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표현이다. 바둑계 저변이 확대 됐음에도 프로 기전이 줄어들고 바둑 관련 종사자들의 삶이 어려워 지고 있는 지금, 프로기사와 한국기원 그리고 각종 바둑 회사와 언론이 힘을 모아야 한다.

바둑이 환골탈태에 성공한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각광 받는 두뇌 스포츠로서 재도약하며 제2의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다.

(계속해서 '타이젬에서 선정한 2016 바둑계 10대 뉴스'가 이어집니다.)

▲ 89 KBS 바둑큰잔치 전경.  

▲ 연구생 출신 프로기사와 일반인 프로가 맞붙는 89 돌풍대결도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매치였다.

▲ 당시 뉴스와 화제. 제2기 동양증권배가 개막했고, 김종수·박승문이 입단대회를 뚫고 프로가 됐다(이미지 출처=월간「바둑」1990년 1월호).
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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