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프로가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프로의 면면을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다만 30명의 프로 중 누가 우승하느냐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국내 최초로 아마대회에 프로 참가를 허용한 것도 놀라운 결정이었지만 상위권 랭커를 포함해 30명이 출전한 것도 못지 않게 놀라운 일이었다.
해서 사전에 출전하는 상위랭커 몇 명에게 물어보았다. 아직은 프로기사가 아마대회에 출전하는 데 대해 찬반 양론이 있고 참가하는 선수로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익명을 약속했다. 대략 이런 생각이었다.
▶노사초배 참가를 결심한 이유는?
A - 새로운 형식의 대회가 생겨서 한번 나가보려고 한다.
B - 일년에 바둑 둘 기회가 채 열 판이 안된다. 바둑을 둘 기회가 생겼으니 나간다.
C – 바둑 둘 기회가 너무 적다. 통지서 보고 나갈 시합이 생겼다고 해서 나간다.
D– 노사초배 때 다른 시합이랑 겹치지 않으니 굳이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회 참가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부담을 느끼는가?
A - 이런 대회가 처음이다 보니 다들 서로 눈치보고 있다. 내가 우승을 못하더라도 꼭 프로기사가 우승하길 바란다.
B – 이미 아마추어가 프로를 여러 번 이겼다. 프로가 한번 더 진다고 해도 새로울 것이 없다. 아마추어대회에 나간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건 맞다. 프로들 사이에서도 꼭 나가야 하나 하는 시선이 있고, 아마추어 기사들은 아마추어대로 일부 프로의 참가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C – 솔직히 내가 성적을 잘 내는 편도 아니고, 나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주위 얘기를 들어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안좋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반이다.
D – 노사초배가 열리는 날 대회도 없고, 굳이 안 나갈 이유는 없으나 나가는게 엄청 자랑스럽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런데 처음에만 좀 눈치 보지 나중엔 결국 프로기사들도 지금보다 더 많이 나올 것 같다.
▶우승은 프로가 할 것이라 생각하나?
A - 프로기사가 할 것이다. 하루에 여러 판 두는 데 적응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결국 우승은 프로가 할 것 같다.
B - 프로가 우승할 거라고 본다. 내가 입단 전에는 정말 아마추어들이 잘 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단하고 보니 프로기사들은 정말 잘 둔다. 아마추어가 이기기 쉽지 않다.
C - 하루에 여러 판 두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우승은 프로가 할 거다.
첫 시도이다 보니 부담을 안고 참가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다들 프로가 우승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프로의 주인공이 강승민 5단으로 드러났다. 시상식 직후 바둑TV와 함께 현장에서 인터뷰했다.

▲8월 26~27일 경남 함양에서 열린 10회 노사초배 오픈최강부 결승에 출전한 프로기사 30명 가운데 랭킹이 가장 높은 18위 홍성지 9단(왼쪽)과 34위 강승민 5단이 올랐고, 강승민 5단이 199수 만에 흑 불계로 우승해 상금 700만원을 차지했다.
▶축하합니다. 첫 아마추어대회 우승 소감이라고 해야 하나...(웃음), 우승한 소감이 어떠신지?
“프로가 30명 나와서 우승까지 생각 못했는데...한판한판 두다보니 자신감도 좀 생겨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아무튼 기쁩니다.”
▶입단 전 아마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나요?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어린이대회에 나와 몇 번 우승했지만 5학년 때부터는 연구생에 들어가 이후로는 전혀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실로 오랜 만에 아마대회에 나온 것인데 소감이?
“일단 낯선 느낌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고요, 프로는 조용한 공간에서 프로끼리 바둑을 두기 때문에 이렇게 바둑팬을 가까이 접할 수 없었는데 현장에서 바둑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직접 뵈니 저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좀 힘들어 보여요. ('좀 그러네요.') 오랜 만에 여러 판 두니까? ('네, 이렇게 둔 적이 없죠.') 체력적 부담이 있었나요?
“그것보다는 어젯밤 잠을 좀 못자서...제한시간 10분에 10초 바둑이라 여러 판을 뒀어도 프로대회 3시간짜리 한 판 두는 거보다 덜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넓은 체육관에서 수백 명이 동시에 치르는 아마대회가 소란하고 부산스러울 수밖에 없어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었을 텐데?
“모든 기사들이 그렇겠지만 아무리 시끄럽고 해도 판에만 집중하다 보면 별 의식하지 않게 됩니다. 전 전혀 신경이 안 쓰였습니다. 오히려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결승전은 어땠나요?
“제가 초반 노림수를 가져 잘 풀렸고요, 집이 많아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많이 챙겼으면 중반에 두텁게 뒀어야 하는데 너무 실리로 편중되게 두어서 나중 왔다갔다 하는 형세가 되었고요, 요행스럽게도 홍사범님이 제한시간이 짧은 속기다 보니 실수를 하시는 바람에 이길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시도하는 프로암대회 형태라 프로가 아마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습니다. 출전한 프로들은 부담스러웠을 텐데요?
“제가 많은 프로를 만나 얘기를 나누지 못해서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다소 부담을 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는 눈치를 보느라 망설인 사람이 있었을 거고 다음 대회에는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11월 18~19일 열리는 문경새재배에도 프로 참가를 결정한 대회입니다. 다음 대회에 참가 의향은?
“생각해 볼 일이지만 웬만하면 나갈 생각입니다. 이번에 우승을 했기 때문에 예의상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예의상이라 말한 건 아마 스포츠계에서 말하는 ‘먹튀’를 염두에 둔 표현 같았다.)
▶프로가 아마대회에 참가하는 건 권위를 떨어뜨린다, 훼손을 우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이런 지적이 가장 큰 부담일 텐데요?
“요즘은 프로가 연구생에게 지는 거, 전혀 이상한 게 아닌 시대입니다. 그만큼 연구생, 아마추어 정상급 실력이 강합니다. 연구생 리그가 주말에 잡혀 있어 못 나왔지만 나왔다면 상황이 녹록치 않았을 겁니다. 연구생이 안 나온 데도 불구하고 8강에 아마추어 선수가 3명 올라갔잖습니까. 실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기에 지는 거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도 않고요...제가 출전한 가장 큰 이유는 바둑이 두고 싶어서였습니다.”
▶우승상금도 적잖지만 대국하고 싶어 많이들 나왔다고 하는데 이런 대회에 참여하는 게 경험상, 경력상 큰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만...
“경력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우승을 못하는 거보다는 하는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요샌 대국이 거의 없으니 이런 대회에 나오는 것 자체로 컨디션 조절이나 승부호흡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이틀 두는 속기지만 그래도 판수가 많으니까...”
▶프로 30명이 나왔고, 숫적으로는 아마추어 선수가 8강에 3명이나 끼어 선전한 듯 보이지만 월드컵에서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이른 시기에 붙으면 한 팀이 떨어져 나가야 하듯 아마추어 선수의 라운드 진출 성적은 솔직히 대진운에 많이 기대야 하는 형편이지요. 실력차가 확연한 상황에서라면 말이죠. 이번 대회도 내용적으로는 일방적으로 흘렀던 거 아닌가요? 확실히 실력차이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렇듯 너무 프로들 잔치가 돼버리면 40세 이상 시니어부로 참가할 수도 없는 젊은 아마정상급 선수들은 낀세대가 되어 설자리가 없게 되는 셈인데...이런 우려 때문에 가령 랭킹 50위나 100위로 출전제한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정상급 아마추어들도 뭔가 동기부여가 있어야 대회에 계속 참가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제한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같이 나올 수 있도록 해서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나올 마음이 없는 사람은 안나오게 하는게 더 맞는 게 아닐지...굳이 랭킹제한을 둔다면 안 나가는 사람이나 제한에 걸린 사람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럴 경우에도 막상 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기분은 썩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추어 선수들과의 실력차이를 말씀하셨는데, 솔직히 차이가 없다고는 애기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이번 대회만 놓고 보면 랭킹 20위권 기사들이 아마선수들에게 확실히 우위를 보였습니다. 제가 이 대회가 처음이라 오기 전엔 감을 잘 잡지 못했는데 프로가 강한 거만큼은 사실인 거 같고...그런데 만약 프로가 참가한 탓에 아마대회가 죽는다면 그렇게 제한을 두는 것도 좋을 거도 같긴 한데...저희는 대회를 나오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바둑잔치에서 장원급제한 사람에게 제가 너무 무거운 질문을 드린 거 같군요. 미안합니다. 너무 열심히 두셔서 우승을 놓친 사람들에게 원망을 산 거 말고는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이런 프로암대회를 한두 번 더 치르다 보면 프로와 아마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보완책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우승 축하합니다. 물론 점심값은 제가 냅니다. 하하

▲ 함양군 임창호 군수로부터 우승상패와 상금 700만원을 받았다. 프로암대회이긴 하나 상위랭커를 포함해 대거 30명의 프로가 참가한 대회였고, 프로기사가 된 후 처음으로 맛보는 우승이라 다시금 의욕을 다질 동기부여, 전환점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