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판 모두 대마 공방전이 벌어졌다. 어느 판 할 것 없이 그 치열함이 극에 달하고 어지러워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다.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형세판단도 필요 없었다. 사느냐 죽느냐의 일직선 승부가 됐다. 반드시 내가 잡고야 말겠다는 기백이 전해졌다. 승부에 굶주렸던 것을 시위라도 하듯 1년 만에 재개된 무대에서 백전노장들의 승부혼은 불 같았다.

힘싸움에서 상주 곶감이 위에 있었다. 원년 챔프 이름에 빛나는 저력이 있었다. 4명 전원을 일찌감치 보호지명하며 2연패 의지를 천명한 상주 곶감이 팀 개막전을 화끈하게 장식했다. 26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한국기원총재배 시니어바둑리그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신규 입성한 사이버오로를 2-1로 꺾었다.

1지명 서봉수 9단과 2지명 백성호 9단이 합작했다. 대마를 잡는 파괴력으로 불계승했다. 서봉수 9단는 ‘천적 타파'를 외친 정대상 9단에게 밀리는 형세에 놓였으나 중반 이후 물꼬를 돌려놓았다. 정대상 9단은 공격에 아쉬움을 남겼다. 설욕에 실패함으로써 상대전적은 1승11패로 벌어졌다.

백성호 9단는 2승2패에서 마주한 나종훈 7단에게 양동작전을 펼치면서 균형을 깼다. 실리 대신 엷음을 떠안은 나종훈 7단은 패싸움까지 동원했지만 둘 다 무사하기 어려웠다. 옆 대국이 하도 뜨거워서 이 판은 방송 화면에 거의 잡히지 못했다.

▲상주곶감 서봉수 9단(왼쪽-승자)vs사이버오로 정대상 9단

사이버오로는 맨 먼저 끝난 1국에서 서능욱 9단이 역전승했으나 팀은 역전패했다. 이 판의 종반 전투가 한창일 무렵 2국과 3국은 패색이 짙었지만 돌을 거두면 동료들의 사기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선지 수순을 진행시켜 나가다가 유일하게 계가를 한 1국이 종료되는 것을 보고서는 정대상 9단과 나종훈 7단이 잇달아 패배를 시인했다.

상주 곶감은 우승팀다운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고, 사이버오로는 팀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7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다음 주 월~수요일에 걸쳐 2라운드를 진행한다. 팀 대진은 부천 판타지아-KH에너지(31일), 삼척 해상케이블카-음성 인삼(1일), 영암 월출산-사이버오로(2일).

이번 시즌부터 해외 소속 선수에게로 문호를 넓힌 시니어리그에 일본에서 활약 중인 조치훈 9단이 KH에너지의 지역연고선수로 선발되어 공식 국내기전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전 대국의 제한시간은 30분, 초읽기는 40초 5회.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7 시니어바둑리그의 총규모는 4억1000만원. 팀 상금은 우승 3000만원, 준우승 1500만원, 3위 1000만원, 4위 500만원이다. 이와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의 승자 50만원, 패자 30만원을 받는다. 대국은 바둑TV와 주요 바둑사이트가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