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우리 자신 속에서 빛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내부에서 빛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면 밖은 저절로 빛나는 법이라고 했다.

노력형 천재로 불리는 박정환은 365일 밝히고 있던 내부의 빛은 저절로 2017년을 ‘박정환의 해’로 마무리 짓도록, 또 2018년을 ‘박정환의 해’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180센티의 훌쩍 큰 키 만큼이나 단단한 마음을 가진 박정환을 만났다.
누구보다 바랐을 3년만의 세계대회 우승, 1인자에게 늘 따라 붙는 라이벌과의 대결, 최근 화두 인공지능바둑 그리고 26살 청년 박정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연말에 바둑대상과 연승상, 승률상, 다승상까지 타고 연초에는 몽백합배 우승까지 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박정환에게는 특별한 날들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상을 많이 받아서 기뻤다. 바둑대상까지 받기에는 부족한 성적이었는데 받게 되어서 많은 팬들의 기대가 크다는 걸 알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을 했다”

바둑대상 시상식 바로 다음 날이 중국으로 출국이었다. 세계대회 우승을 누구보다 바랬던 박정환이라면 시상식 내내 온통 몽백합배 생각뿐이었을까.
“몽백합배 결승전이 시작되기 10~15일전부터는 몽백합배 준비만 한 것 같다. 결승을 어떻게 하면 잘 둘지 생각만 했다. (생각만 하지 않았을 텐데) 물론 생각만 한 것은 아니고 모든 시간을 투자해 공부했고, 지루하면 운동을 했다. 그렇게 공부와 운동을 반복했다. (어떤 운동을 했는가) 헬스장이 집이랑 가깝다. 주로 근력 운동 위주로 한다”

몽백합배 결승전 대국 장소가 중국 장쑤성으로 오고 가는데 힘들었다고 들었다. 비행기 2시간, 버스로 3시간 이동이 고됐을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상대도 같이 피곤하니까 괜찮았다. 연말과 연초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는데 좋은 성적을 들고 와서 기분이 좋았다”

세계대회에 많이 출전하다 보니 중국에서 대국을 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음식은 입에 맞는 편인가. 음식이 맞지 않으면 대국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전통 한식을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중국리그에 출전하다 보니 중국 음식은 향만 심하지 않으면 괜찮다. 다 잘 먹는 편이다”

몽백합배 결승은 선배 형 박영훈과 대결이었다. 3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으니 순조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관전자들처럼 순조롭다고 생각했을까.
“개인적으로 5번기의 경우 1국과 3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1국을 이기고 나서 2국부터는 마음 편하게 둘 수 있어서 내용이나 결과에서 좋게 작용한 것 같다”

그렇다면 몽백합배에서 기억에 남는 대국은 우승이 확정된 3국이었을까.
“결승3국도 물론 기억에 남는데, 중국의 커제9단과 16강에서 대국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대국이어서 그런지 이겼을 때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다”

몽백합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사진을 보면 입술이 다 텄더라. 우승 한 것 보다 그 사진이 더 기억에 남았다.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나.
”결승전을 앞두고 스트레스 받았고, 대국 내내 피로함이 몰려서 그랬다. (참, 사진 이야기하니까 생각나는데 몽백합배 결승전 사진을 보고 바둑팬들이 박9단 피부가 너무 좋다고 관리 받냐고 하더라) 하하하. 그런 것은 아니고 결승전이라서 조명이 좋았던 것 같다. (최근에 헤어스타일에 변화도 줬다) 책임감과 결승전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미용실에서 추천해준 스타일로 바꿔봤는데 반응이 좋더라”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따로 있을까.
“스트레스는 운동으로는 안 풀리더라. 노래를 듣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곤 한다. (어떤 노래를 즐겨 듣는가) 요즘 가요를 많이 듣는다. 최근에는 가수 태연 노래 ‘11:11’ 이라는 노래를 즐겨 듣는다”

2017년 바둑대상과 2018년 세계대회 우승,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세계대회 우승을 많이 하고 싶었고, 우승을 누구보다 기다렸다. 세계대회 우승이 더 기쁘고 좋았던 것 같다”

몽백합배 우승이 한국에 3년만에 안긴 세계대회 우승이다. 한국 바둑의 위상이 언제부턴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속기전이 너무 많아졌다거나, 대회가 줄었다거나 등 이유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랭킹1위의 생각은 어떨까.
“바둑대회가 줄었거나 속기전이 많아 진 것도 약간, 조금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보다 중국 기사들이 입단 이후에 모든 것을 바둑에만 쏟아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신흥강자들이 많은 것이 이유이기도 하다”

1인자에게는 늘 따라붙는 질문은 ‘라이벌’이다. 박정환하면 중국랭킹1위 커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올해 세계대회에서 더 자주 만날 것 같다. 커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풍과 성격 모든 생각이 궁금해진다.
“우선 커제9단은 성격이 활발하고 나는 내성적이다. 내가 할 수 없는 활발한 활동들을 커제9단은 많이 하는 것 같다. 바둑 홍보나 바둑 발전 등 바둑 전체를 위해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성격을 쉽게 바꾸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 커제9단은 바둑적으로 감각이나 판단이 엄청 빠르다. 뿐만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수읽기가 정확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백번은 상당히 강해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커제와 2시간 바둑이면 좀 압박이 있고, 3시간 바둑이면 해볼만하다고 이야기했었다) 커제9단이 속기를 잘 두기 때문에 2시간 바둑이면 시간적으로 압박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시간~3시간 이상의 바둑이라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커제9단의 실수의 잘 캐치할 수 있고, 생각할 시간도 많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당장 2월에 열리는 ‘하세배’에서 커제와 대결을 하게 된다. 속기전이 부담스럽다고 했는데, 하필 초속기 대결이다.
“30초 바둑이라서 내가 많이 불리 할 수도 있지만 대회 전까지 속기 연습을 상당히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컨디션을 최대한 좋게 만든 뒤에 상대해야 할 것이다”

커제는 SNS에 일상생활을 자주 올리는 등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이던데, 본 적 있을까.
“바둑계나 팬들을 위해서 내가 하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성격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다. 차차 노력한다면 좋아지지 않을까”

오!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박정환을 4년간 봐온 아나운서가 인터뷰 실력이 점점 는다고 하더라. 차차 노력한 결과물인 것인가.
“나름 열심히 노력 중이다. ^^ 어떻게 말하면 재미있을까 생각도 하고 고민을 하기도 한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아직은 미숙해서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