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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361

박정상 국대코치 "여자바둑 경기력 문제없어, 후반전 취약은 동의"

2022-07-10 오후 4:24:41 입력 / 2022-07-10 오후 5:02:07 수정

최근 한국여자바둑의 경기력 하락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여자바둑 대회 센코배 8강에서 최정이 탈락했고, 한중일 여자단체전 호반배에서는 7국이 진행되는 1차전에서 1승만 거두는 등 저조한 성적표를 받으면서다.

더불어 여자바둑리그에서 한 수에도 오락가락하는 승률 그래프를 두고 바둑 팬들의 마음도 덩달아 오락가락이다. 한 현역 프로기사는 ‘여자바둑리그 이대로는 곤란합니다’라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바둑국가대표 여자담당 박정상 코치에게 최근 한중일 여자바둑계와 한국여자바둑의 경기력 하락에 대한 평을 들어봤다. 여자바둑리그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배윤진 캐스터에게 듣는 이야기는 다른 관점이다. 경기력 하락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달랐다.


 


▲타이젬TV '정기자의 애프터361'에서 여자바둑 경기력 논란에 대한 이슈를 1, 2편에 걸쳐 다뤘다.

 

 

“센코배는 최정 선수랑 준비과정에서 중국 위즈잉 만을 겨냥해서 연구하고 준비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일본 셰이민 한테 졌는데, 방심 혹은 경시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끝나고 후회가 많이 됐고요.

호반배는 김채영과 허서현 선수가 탈락하긴 했지만 대국 내용이 좋았습니다.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이 패인인데, 이 판을 가지고 여자바둑계가 침체기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슬주 선수는 경험 부족이었고요.“

센코배는 개인전이긴 하지만 최정이 8강에서 탈락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한국여자바둑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다. 물론 오유진, 김채영, 조승아  등이 잘 버텨주고 있지만 세계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이 없다. 남자바둑도 마찬가지로 허리층이 약하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이창호 이세돌 선수의 전성기 시절에도 중국이 허리층이 강했습니다. 허리층은 숫자와 비례하는 부분도 있고 한국은 항상 정상권 선수로 버텨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갑조리그에 출전하는 대부분 선수들은 한국 정상권에 선수들에게 한칼을 날릴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중국이 강합니다.

여자바둑은 세계대회에 출전한 선수들로만 좁혀서 보면 최정 선수를 필두로 2~5위까지 중국 선수들한테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아직까지는 우려되지 않습니다.“

 

 


▲한국기원 4층에 있는 바둑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실.

 


바둑국가대표팀에서는 한국여자바둑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특별한 훈련을 하고 있다. 대국, 초반, 후반, 사활까지 훈련하는 것이 패턴이다. 특정 세계대회를 앞두면 특별 훈련을 하는데 동일한 제한시간으로 훈련을 하며 주요 선수들을 분석한다. 한국랭킹 10~40위 남자 선수들로 구성된 기술위원들과 스파링을 한다.

한중일 여자 대표 선수들 면면을 보면 차세대 주자들이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여자바둑도 상향평준화 되어가고 있다. 특히 우에노 아마시가 센코배 우승을 하고 ‘3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중국과 격차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인터뷰를 했다. 일본의 상승세다.

“과거에는 한·중 잔치였다면 지금은 전반적으로 일본 폼이 올라온 느낌입니다. 후지사와 리나, 우에노 아사미 등이 활약 중인데 일본 여자바둑 역사상 역대급 재능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일본 바둑계가 단체 연구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있었는데 부족했던 부분을 인공지능이 채워주면서 따라잡는 모습입니다.“

한·중·일 차세대 선두 주자하면 김은지, 우이밍, 나카무라 스미레를 꼽는다. 스미레는 9살에 일본기원에서 영재특별채용을 해서 거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여류명인전 역대 최연소 도전권을 획득해서 후지사와 리나에게 도전을 했는데, 2패로 지긴 했지만 13세에 도전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타이젬TV '정기자의 애프터361'에서 여자바둑 경기력 논란에 대한 이슈를 1, 2편에 걸쳐 다뤘다. 1편에서는 한·중·일 차세대 선두 주자하면 김은지, 우이밍, 나카무라 스미레를 비교했다.

 

 

김은지와 스미레는 입단 전부터 경쟁구도였다. 10번기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두 선수의 격차는 어느 정도 일까.

“스미레 선수는 세계대회에서 본적은 있지만 우이밍, 김은지 선수만큼 파악된 것은 아닙니다. 조심스럽긴 한데 중반 전투가 강한 것 같고 성장 속도로 봐서도 세계대회에서 충분히 화약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스미레 스승인 한종진 기사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특출난 재능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나중에 일본 바둑의 대표 주자가 될 것 같습니다.

스미레 선수와 대결한다고 생각하면 김은지 선수가 못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옆에서 더 많이 지켜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기량 자체도 탄탄한데 바둑을 대하는 자세나 평소 훈련할 때 집중도를 보면 여태 보지 못했던 모습입니다.“

 

 

▲2020년 1월 입단한 2007년생 김은지가 6월 22일 프로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최정이 2013년에 세웠던 '3년 3개월만에 100승' 기록을 8개월 가량 앞당긴 신기록.

 


우이밍은 호반배에서 한·일 선수들에게 5연승하며 단숨에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김은지와 우이밍이 맞붙는다면 어떨까.

“우이밍 선수는 2019년 항저우 교류전에 가서 처음 봤습니다. 바둑이 통통 튀고 재기발랄한 느낌을 받았고요. 재능으로 똘똘 뭉친 느낌이 있었습니다. 비교해보자면 김은지 선수는 이창호과 라고 말할 수 있고, 우이밍은 이세돌과로 보입니다.

우이밍 선수도 재능이 있지만 김은지 선수가 바둑국가대표 과제를 해내는 모습을 보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나중에 우이밍 선수 보다 강할 것 같습니다.“

 

 

▲16세 중국 신예 우이밍이 호반배를 점령했다. 우이밍의 기세 앞에 일본 3명(나카무라 스미레·스즈키 아유미·셰이민), 한국 2명(이슬주·허서현)이 기를 펴지 못했다.

 

 


스미레는 특별 입단 했을 당시에 실력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입단을 빨리해서 강자들과 대국을 많이 하는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일찍 입단해서 큰 물에서 노는 것이 선수들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스미레 선수는 승부욕과 재능이 있다 보니 더 좋게 발현이 된 것 같고요. 하지만 너무 어릴 때 입단해서 강자들한테 너무 많이 지고 주눅이 들어서 바둑을 그만두는 경우가 있어요. 일찍 입단 시켜서 경험을 시키는 것, 그 선수를 관리하는 것, 그 선수가 꺾이지 않도록 경쟁심을 갖추는 것. 이 세 박자가 맞아야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기사 최연소 100승을 기록한 나카무라 스미레. 13세 3개월에 통산 100승을 달성한 것은 조치훈이 가지고 있는 15세 11개월을 50년 만에 갱신한 것이다.

 

 

세계무대의 평가는 이쯤하고 국내대회를 들여다보자. 여자바둑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데, 흔들리는 승률 그래프로 경기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제 관점에서 경기력 하락에 대한 이야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인공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기사들의 사명 기회 숙명 같아요. 한 수 한 수 인간이 둔 수를 인공지능 그래프에 의존해서 보기 때문에 수들이 전부 이상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이상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남자국가대표랑 90년대 중후반 최고 기사의 대국 내용을 비교했는데 후반에 승리를 심하게 헌납하는 수가 연달아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현대 바둑에서 이런 것이 나왔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인공지능이 없던 시기여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이고요.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바둑이 더 치열해진 것 같고, 전투바둑으로 흘러가면 아무래도 무난하게 흘러가는 것보다 그래프가 요동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바둑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등장한 이후 어린 선수들의 바둑을 보면 초반은 과거에 비해서 강해졌지만 후반이 약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인공지능 등장 전에는 연구회를 하면서 후반에 치열하게 계산하고 최선의 끝내기를 찾았는데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에 의존하다보니 후반을 경시하는 부분이 생기게 됐고요.“

 

 

▲바둑 국가대표팀 비대면 기자회견 장면. 목진석 감독(오른쪽)과 박정상 코치가 팬들과 소통을 위해 적극 나섰다.

 


여자기사들 경기력 하락에 대해서는 현역 프로기사가 ‘공부를 덜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각자의 연구회를 통해서 기력 연마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다는 말도 있었다. 박정상 코치는 신예시절 박영훈과 함께 노력을 가장 많이 한다고 들었던 기사다.

“김은지 선수가 연습하는 것을 보면 바둑 역사상 이렇게 노력하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연구회를 통해 공부를 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을 이용하며 공부를 하는 시대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차이는 있겠지만 시간이나 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력하는 선수 기준으로 다른 점이 없다고 봅니다.”

현역 프로기사가 ‘인공지능 때문에 기본기 관련 공부를 등한 시 한 것이 바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바둑 뿐만 아니라 바둑을 공부하는 모든 분들께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을 안 볼 수도 없고 어려운 문제다. 박정상 코치는 신예 기사들의 후반전이 취약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했다.

“바둑국가대표 연구 스케줄에서 후반에 끝내기 훈련은 없었는데 각자 노력하는 영역으로 맡겼었는데 최근에 ‘후반이 부족한 점’이 많아서 추가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둑 기본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바둑의 발상, 포석 이론, 후반 계산법이 있는데 후반전이 취약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2022 여자바둑리그 감독 단체사진. 왼쪽부터 이현욱·문도원·권효진·김효정·김혜림·이다혜·이정원·이상헌 감독. 섬섬여수 이현욱 감독이 만 14세 김은지를 1지명으로, 부안 새만금잼버리 김효정 감독은 만 15세 김효영을 주장으로 발탁했다.

 


여자리그 감독들이 상위지명으로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인재육성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기대와는 달리 부담이 돼서 그런 건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도 든다. 한 수 둘 때 마다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면서 해설자도 당황하고 바둑 팬들도 당황스러워 의견이 분분하다. 바둑 팬들은 어린 기사들이니까 기다려줘야 한다? 혹은 프로니까 내용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린 선수들은 당연히 성장하면서 실력이 더 강해질 것입니다. 좋은 재능을 가진 06~08년생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기대를 걸게 만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5~10년 후에는 여자바둑계를 지탱해 줄 힘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믿고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비판이나 질타도 여자 바둑에 애정이 있어서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여자국가대표팀을 비롯해서 바둑계 전체가 노력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자바둑리그 라이브 방송 중인 배윤진 캐스터(왼쪽)와 최명훈 해설자.

 


여자바둑리그 현장에 있는 배윤진 캐스터는 바둑팬들의 목소리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떻게 다를까.

“유튜브 등을 보면 경기력 하락이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같이 보시는 분들도 동화가 되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구나’ 하시는 것 같고요. 승률 그래프가 떨어지면 ‘그럼 그렇지’ ‘역시 여바리야’ 생각을 많이 하세요. 세계대회나 바둑리그를 많이 보시던 시청자들이 대다수다 보니까 선수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채팅이 많더라고요. 역전패나 실수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어요.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어요. 공부를 안 한다는 분들도 많은데 공부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또 역전승, 역전패는 여자바둑리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최근 20집 유리한 바둑을 역전패를 당하기도 하는 등 몇 몇 판 때문에 이런 점들이 더 부각이 되고 있다고 보여지고요. 2017년부터 여자바둑리그를 봐왔는데 인공지능 일치율도 나빠지지 않았다고 느껴져요. 승부처나 선택하는 부분에서 큰 실수가 나와서 이런 논란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올해 여덟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여자바둑리그는 2021년 대회와 같은 8개 팀이 우승에 도전한다. 디펜딩 챔피언 삼척해상케이블카를 필두로 서울부광약품, 부안새만금잼버리, 서귀포칠십리, 포스코케미칼, 섬섬여수, 보령머드, 순천만국가정원 등이 출전한다.

 


초읽기 사용에 대한 이야기도 단골 소재인데 배윤진 캐스터는 ‘답답한 면도 있다’고 한다.

“최명훈 해설자가 초읽기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하세요. 초읽기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시고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해설자가 설명하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요. 또 틀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어떤 선수는 빠르게 두다가 쓸데없는 곳에서 시간을 많이 사용하고 10집 이상 지고 있을 때는 아홉 부를 때 착수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아요.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는데 ‘다 끝난 바둑을 저렇게 두고 있지?’ 답답한 면도 있어요. 아무래도 선수 입장 보다 시청자 입자에서 보니까 이 정도면 던지거나 빨리 끝내는 것이 좋겠다는 사심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해설자나 진행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선수들의 이미지와 실력에 그대로 반영이 될 것 같아서 많이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여자바둑리그를 지켜본 배윤진 캐스터는 어린 선수들은 기복이 심하기도 하고 감정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응원을 당부했다.

“여자 기사들이 실수를 하지만 실력적으로 상향 평준화가 되고 있으니 기다려 주셨으면 하고, 세계대회나 남자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대회의 퀄리티 만큼은 아니지만 여자바둑의 매력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응원과 믿음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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