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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9개월 최연소 여자 입단자 왕뤄시, 3수 끝에 입단 성공

왕뤄시의 태블릿에는 수천 판의 알파고 기보가 저장

2025-08-12 오후 2:33:26 입력 / 2025-08-14 오후 10:04:42 수정

▲2025중국바둑입단대회 최연소 프로 여자 바둑기사 11세 9개월의 왕뤄시.

 

 

지난 7월 20일 끝난 중국 바둑 입단대회에서 11세 9개월의 왕뤄시(王珞惜)가 500여 명의 경쟁자를 뚫고 중국 최연소 프로 여자 바둑기사가 됐다. 그녀의 바둑 인생은 마치 무협소설 주인공의 여정처럼 극적이다. 7년 전 유치원 시절, 취미활동 목록에서 무심코 ‘바둑’에 동그라미를 친 순간이 운명을 바꿨다. 이제는 바둑판 위에 감춰둔 살기가 번뜩이고, 패배했을 때조차 수백 번 연습한 기보를 스승의 책상 위에 내던질 만큼 집념이 강하다.

 

최근 2025중국바둑입단대회에서 그녀는 500여 명이 도전한 ‘바둑 고시’에서 상위 28명 안에 들어 최연소 입단 기록을 세웠다. 경기 직후 마치 우승컵이라도 거머쥔 듯 대회 기념품을 쥐어든 모습이 인상적이다.

 

왕뤄시는 저장성 닝보 출신으로 초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성(省) 소년팀의 ‘바둑 소림사’ 같은 합숙훈련에 들어갔다. 새벽 6시, 학교 바둑실에는 ‘탁탁’ 돌 내려놓는 소리가 울린다. 지도사범 후위한(胡鈺函)은 자를 들고 바둑판 사이를 순시하며 한눈 팔고 있는 아이를 지적하며 "이 수는 전쟁터에서 뒀다면 장군의 목은 벌써 달아났을 것이다"라며 꾸짖었다. 왕뤄시는 구석에 앉기를 좋아하지만 바둑판 위에서는 은밀히 파고드는 날카로움이 숨겨지지 않는다. 지난해 시 대회에서 고단자 남자 선수를 상대로 ‘거북이 작전’으로 장기전 끝에 승리하자, 상대가 “이 아이와 두는 건 마치 딱딱한 뼈를 씹는 것 같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2025중국바둑입단대회에서 저장성 바둑 소년팀은 총 20명의 선수들이 소년 남자부와 소년 여자부 경기에 각각 출전해 예선 단계에서 팀 전체가 강한 실력을 보이며 8명이 본선에 올랐다. 

 

 

입단대회는 매년 수백 명이 도전하지만 통과율은 극히 낮다. 올해도 5년째 도전하던 17세 선수가 마지막 판에서 패하자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떨었다. 왕뤄시는 세 번째 도전 끝에 입단에 성공했다. 이전 두 번의 실패 후에는 눈물을 보였지만, 곧바로 기보를 코치 책상에 던지며 “이 ‘요도정석(妖刀定式)’은 300번 넘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바둑은 또래에게서 보기 드문 노련함과 날렵함이 공존한다.

 

중국 프로 바둑계에는 ‘3년 마법’이라는 말이 있다. 입단 후 3년 안에 중국갑조리그에 오르지 못하면 상당수가 지도자나 다른 직업으로 전향한다. 왕뤄시의 선배 중에는 배달 일을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먼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프로기사들이 입는 한푸(漢服)를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틈날 때면 커제의 대국 영상을 챙겨본다.

 

소년팀 식당의 조리 아줌마는 “많이 먹어라, 나중에 한국 신진서도 꺾어야지”라며 고기를 더 얹어준다. 하지만 코치들은 AI 시대에 어린 기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훈련량을 걱정한다. 팀 관계자 친웨이신(秦悅欣)은 “이제는 정석뿐 아니라 AI식 사고까지 익혀야 한다. 우리 때보다 열 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왕뤄시의 태블릿에는 수천 판의 알파고 기보가 저장돼 있다.

 

최근 그녀는 일본 만화 '고스트바둑왕'에 빠져 있다. 등장인물 사이가 사라지는 장면을 읽고 눈물을 닦는데 휴지를 반 통이나 썼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웃으며 기자에게 전했지만, 곧 거울 앞에서 시상대 미소를 연습하는 딸을 발견했다. 동심과 성숙이 공존하는 표정이다. 

TYGEM / 김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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