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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이세돌편3

약점은 이런 것

2004-09-26 오전 9:00:53 입력

이세돌의 약점 ①
실리와 노림수에 집착한다

'대세관 결핍'은 이세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그는 늘 스스로를 '실리바둑'이라고 자처해왔다. 싸움에 워낙 자신이 있기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싸움을 걸곤 했으며, 일단 실리를 맘껏 챙겨 둔 다음 상대의 공격을 유도해 전투를 확산시키는 전략을 애용해왔다. 그러나 재미는 있지만,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세돌은 노림이 강한 바둑이다. 그런데 종종 그러한 노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대세를 잃는 우를 범하곤 했다.

이세돌은 얼마전 "그동안 실리에 너무 치우쳤던 것을 반성한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요즘 들어 그의 바둑이 두텁고 유유한 흐름으로 변모하고 있는 사실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중국에서도 "이세돌이 최근 순리를 따르는 기풍으로 전환한 것 같다"고 평가할 정도이니.

종종 극단적인 실리와 노림 추구로 팬들을 불안케 했던 이세돌이 최대 과제인 대세관 회복에 성공할 것인지 주목할 일이다.


▲ 장면7 (대세관 결핍증 발현), 36기 왕위전 도전5국
●이세돌 3단  ○이창호 9단 < 2002. 8. 13, 백 3집반승>

2002년 이세돌이 후지쯔배 우승 직후 이창호와 풀세트 접전을 벌인 왕위전 도전기 최종국. 만약 이세돌이 이 바둑을 이겼다면 국내판도가 정말로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가정이 나올 정도로 당시 이세돌의 기세가 충천한 상황이었는데, 결정적인 찬스에서 이세돌 9단은 어이없는 패착으로 대세를 잃고 만다.

흑 실리가 돋보이는 가운데 중앙 백세력이 승부의 관건. 그런데, 돌연 흑6·8로 넘어간 것이 사오정 같은 패착! 백9로 끊기자 중앙에 대설주의보가 내리면서 일거에 대세가 기울어버렸다.


▲ 실전진행 (흑, 대세를 잃다)

흑이 하변을 넘어간 것은 실리 확장은 물론 뒷수를 메우며 A·B의 노림수를 엿본다는 발상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중앙이 시급했다.

뒤늦게 흑1로 뛰어들었으나, 백2·4로 두텁게 공격하니 흑은 사방이 엷어 노림수를 터뜨릴 겨를이 없다. 결국 백8까지 중앙에 무량대가가 나서는 백 승세확립!


▲ 참고도 (순리대로 두었다면 유망)

장면도 흑6(그림의 A자리)으로는 당연히 흑1로 중앙을 강화할 자리.
그런 다음 B와 C를 맞보았다면 흑이 유망한 바둑이었다.


이세돌의 약점 ②
지나친 형세비관증

이세돌은 '강수'를 즐긴다. 그러나 강수는 성공하면 더 없는 충신이지만, 실패하면 단번에 역전이 된다. 수읽기와 파워가 워낙 뛰어나기에 그의 강수는 망외의 성과를 거둘 때가 더 많지만, 정확한 응징을 당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그의 '강수일변도'는 형세판단력과 무관치 않다. 이창호도 이세돌의 약점을 '비관적인 형세판단'이라고 지적한 바 있을 정도로 이세돌은 형세판단에 문제가 많다. 지나치게 형세를 비관한 나머지 선택의 기로에서 강수를 택하게 되고, 좋은 바둑도 무리수로 인해 역전 당하는 우를 범하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세돌은 이창호만큼이나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이세돌이 대만의 저우쥔쉰(周俊勳)을 비롯, 종종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기사들에게 어이없이 참패하는 일은 바로 이런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 장면8 (모 아니면 도?), 제2기 KT배 마스터스 결승2국
●이세돌 6단 ○유창혁 9단 <2003. 4. 19, 백 불계승>

흑1이 '모 아니면 도'식의 최강수. 백A면 귀가 다치는 폐해 때문에 여느 기사라면 섣불리 이런 강공책을 선택하기 어려울 텐데, 이세돌은 별 망설임 없이 강수를 던졌다.

그러나 때마침 유창혁에게서 백2라는 멋진 반격이 터졌고, 이내 흑1은 충신이 아니라 역적의 누명을 뒤집어쓴다.


▲ 실전진행 (형세비관이 낳은 비극)

백10에 이르자 백이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중앙 흑이 엷어져 도리어 백의 승세. 이후 중앙 흑 대마가 전멸하면서 결국 흑의 강수는 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세돌의 과수가 응징 당해 참패한 대표적 케이스.


▲ 참고도 (온건한 승리코스)

당시 이 바둑을 검토한 조훈현·양재호 9단 등은 한결같이 "흑이 유망한 형세였는데, 공연히 무리수를 던져 패국을 자초했다"고 평했다. 즉, 흑1·3 정도로 완만하게 공격하며 실속을 챙겼다면 흑이 좋았다는 것.

그러나 정작 이세돌 본인은 "초반 우변 전투에서 실패한 이후 무리한 반면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지나친 형세비관이 역전패의 비극을 부른 셈. (이세돌편 끝)



TYGEM / 김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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