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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1인자로 등정할까?

11월 GS칼텍스배, 바둑왕전, 천원전에서 정상도전

2006-10-23 오후 1:55:03 입력

● 최철한·조한승과의 13번기 결과에 따라 1인자 등극 가능성

‘광저우 쇼크’ 이후 국내바둑계는 판도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세돌의 ‘1인자 등정 프로젝트’가 조심스레 드러났다. 이세돌은 다가오는 11월에 GS칼텍스배 박카스배천원전 KBS바둑왕전 등 3개 기전에서 타이틀을 놓고 최철한 조한승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

이세돌의 잇단 호성적은 최근 그의 성적표를 보면 확연해진다. 근래 대국에서 최근까지 7연승을 달리고 있으며, 하반기인 8월부터는 22승3패의 위협적인 전적을 마크하고 있다. 그 중에 2패도 왕야오(삼성화재배) 씨에허(춘란배)에게 패배한 것. 때문에 ‘씨에허징크스’가 새로이 생겨나긴 했지만 국내리그에서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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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관왕 가능-4관왕의 이창호 앞질러


국내 1인자를 가리는 기준은 타이틀 개수. 일본기성전처럼 세계대회를 방불케 하는 큰 타이틀이 없고 고만고만한 타이틀이 많아서 생겨난 관례이리라. 이세돌은 현재 물가정보배 입신최강전 등 국내 2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번 3개의 타이틀전 13번기를 모조리 승리로 이끈다면 최다 5관왕을 차지하게 되는 것. 이창호의 타이틀개수 4개(국수전 전자랜드배 왕위전 원익배십단전)를 앞지르는 1인자가 된다.


● 대 최철한과의 GS칼텍스배& KBS바둑왕전


국내 최대기전(우승상금 5000만원)인 GS칼텍스배 리그전에서 이세돌이 파죽의 7연승을 거둔 것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대회부터 리그전 방식으로 변경되 GS칼텍스배에서 그가 도전권을 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그가 큰 시합에서는 강한 편이지만 진득하게 끌고 가는 능력은 비교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이창호 박영훈 등 인내심 많은 기사들에 비해 감점요인이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리그전 2,3국에서 강타자 박정상 박영훈에게 거푸  반집, 1집반승을 거둔 것이 도전권 획득과정에서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더욱이 박영훈에게는 최근 3연패를 마감하는 값진 승리였다. 또한 10월12일 리그전적 6승으로 이미 도전권이 확정된 이세돌은 시드잔류가 걸려있던 이창호마저 제압했다. 평소 그 답지 않은 성실함이다.

이창호가 토너먼트전이 아닌 리그전에서 시드 탈락했다는 것은 이창호의 권도도 예전만 못한 것이라는 평가. 그가 내년 대회 본선에 진출하려면 예선에서부터 힘들게 올라와야 한다. 따라서 이세돌로서는 껄끄러운 상대를 제거함으로 내년 GS칼텍스배의 선전을 미리 ‘저축’해둔 셈. 이제 디펜딩 챔피언 최철한만을 남기고 있다. GS칼텍스배 제1국은 11월4일 중국 청도에서 막을 올린다.

KBS바둑왕전은 우승상금은 2000만원이지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우승상금 2500만원) 출전권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소리 소문 없이 큰 기전이다. 여기서 이세돌은 이창호에게 패해 패자조로 밀렸다. 패자조에서 최철한에게 역시 패한 이창호를 만나 승리를 거두면서 패자부활전에서 기사회생, 다시 최철한과 마지막 3번기를 벌이게 되었다. 이세돌은 10월 23일 결승 1국에서 불계승을 거뒀다. 2, 3국은 11월20일에 연속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한국리그에서의 대국 모습. 2000년 이후 상대전적에서 이세돌 9단이 8승 6패로 앞서있다.

● 대 조한승과의 박카스배 천원전


지금의 이세돌을 만든 원동력이 된 기전 박카스 천원전 결승에도 진출했다. 10월18일 박카스배천원전 4강에서 이세돌은 신예 진동규를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그는 3단 시절이던 2000년 류재형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뒤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다가 6년 만에 천원 복귀를 노리는 중이다.

상대는 이희성을 꺾고 올라온 입단동기 조한승이다. 그는 00년 이세돌의 32연승을 제지한 킬러로서 유명하다. 사실 01년 32연승을 시작하기 이전에도 이미 이세돌은 10연승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10연승마저도 제지한 이가 조한승이다. 만약 이세돌의 10연승이 중단되지 않았으면 32연승과 합쳐서 42연승을 기록할 수도 있었을 터. 입단동기치고는 꽤나 고약하다.

13세에 입단한 조한승은 이세돌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그는 01 02년 다승1위를 차지했고 랭킹5위~6위권을 꾸준히 유지해온 저평가 우량주. 그러나 이 정도로는 만족 못하는 것이 조한승의 이름 두께이다. 지금까지의 역대전적은 이세돌이 8승6패로 앞서있으며 올해 전적은 1승1패로 호각. 결승5번기는 제1국은 11월7일 벌어질 예정이다.

● 꼭 만나야 할 사람 최철한-치열한 백병전 예상

요즘 이세돌은 ‘자신은 2인자’라고 대놓고 얘기한다. 똑 부러진 성격의 그도 작년까지만 해도 ‘3인자’라고 낮추어 불렀다. 자신은 국내에서 좀처럼 이기지 못하는 이창호에게 최철한은 잘 이겨낸다. 따라서 2인자는 당연히 최철한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2인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자체판단을 했을까?

이세돌은 최철한과의 국내 도전기는 대결은 처음이다. 권갑룡 도장에서 한솥밥을 먹은 두 사람은 05년 세계기전에서 결승에서는 두 차례 만나서 1승1패를 기록 중이다. 중환배(최철환 승)와 후지쓰배(이세돌 승). 그래서 일까. 이세돌은 올 초 “최철한과 제대로 된 승부를 한번 펼쳐보고 싶다.”는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이번 GS칼텍스배가 중반을 넘길 때도 “이 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최철한과 제대로 한번 두고 싶다"고 말하며 최철한과의 ‘2인자 쟁탈전’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03년 천원전에서 우승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던 최철한은 04년 국수전 기성전에서 이창호를 꺾고 내리 3관왕이 된다. 내친김에 응씨배 세계대회에 진출하여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할 시점에서 화룡점정에 실패했다. 그 후 ‘응씨배의 저주’가 계속된다. 05년 기성전(대 박영훈) 후지쯔배(대 이세돌). 전자랜드배(대 이창호). 06년에는 국수전(대 이창호) 입신최강전 (대 이세돌)에서 연속으로 준우승에 머물고 만다. 중환배에서 한번 승리한 것 빼고는 전부 다 은메달이다. 이에 최철한은 조용한 바둑계에 핫이슈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최근 이세돌이 최철한에게 3연패 기록중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고 최철한은 최근 약간 뜸하다. 이번 타이틀 매치에서 패하게 되면 무관으로 전락하는 만큼 필사적으로 나설 것이란 예측은 어렵지 않다. 두 사람은 올해 최철한이 4승2패로 앞서있다. 역대 전적은 이세돌이 9승8패로 우위.


▲ 이세돌 9단 대 최철한 9단의 입신최강전 결승 모습. 이세돌 9단 우승.

● 2%부족 조한승-필사의 처절한 승부 예상


‘미학자’ 조한승도 이번 천원전 결승이 각별하다. 그는 과거1인자 조훈현을 넘는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현재1인자 이창호는 아직 극복하지 못한 상태이다. 아직까지 무관인 조한승은 자신의 상대가 가위눌림을 겪는 이창호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일생일대의 힘을 쏟아 부을 것이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다.

조한승도 숱한 찬스가 왔음에도 번번이 이창호에게 막혀 성장이 멈추어가고 있다. 03년 국수전 LG정유배 KBS바둑왕전에서 준우승에 그쳤고, 04년 05년 LG배에서 거푸 4강까지 올랐던 것이 최고조로 올라갔던 기억이다. 대부분 이창호에게 막힌 탓이다. 작년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영남일보배에서도 은메달 행진은 이어졌다. 조한승은 아직도 큰 시합에서만큼은 ‘유연한 바둑’이 통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번 천원전은 각별하다. 이세돌 박영훈 최철한 등이 천원전을 필두로 스타덤에 오른 것을 감한하면 조한승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온 것이다. 한 단계를 도약하느냐 만년 ‘도전5강’에 남느냐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조한승에게 마지막 승부가 다가온다는 것은 병역문제 때문이다. 3년간의 공백은 크다. 그러나 이제 입영연기도 쉽지 않다. 병역혜택을 보자면 내년 후지쓰배에서 반드시 준우승 이상까지 가야 한다. 그러나 입상을 하기 이전에 먼저 출전해야 한다. 여러모로 ‘강한바둑’을 보여주어야 하는 조한승으로서는 이세돌과의 천원전 결투는 일류기사로 가는 마지막 해방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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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시간이 다가오다


이세돌은 세계기전에서 평년작을 거두었음에도(도요다덴소배 결승진출) 이창호를 위시한 한국기사가 동반 추락하는 통에 ‘덤터기’ 비난을 받고 있는 요즘이다. 최근 국내바둑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자신이 끝장내겠다는 각오이다.

그가 세계기전보다 힘든 국내기전에서 야심차게 다관왕에 도전한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번 3차례의 타이틀전에서 이세돌의 태풍의 한반도 상륙여부가 ‘포스트 이창호’를 전망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세돌은 이참에 일인자로 우뚝 서고 싶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많은 않을 것이다. 호랑이(이창호)는 피했지만 허기진 사자(최철한 조한승)를 제쳐야 하므로.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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