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李의전쟁’ 개봉박두
이창호,이세돌 일인자 경쟁 속 조한승,박영훈 다크호스
2007-01-02 오후 5:26:59 입력
| 지난 2006년의 한국 바둑계는 중국의 우세에 잠시 눌려 국제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바둑계를 늘 지켜준 큰 어른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또 바둑이 스포츠로 본격 진입을 한 해이기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동시에 많은 일들이 역사의 창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새해에는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작년보다는 밝은 뉴스가 많기를 소원하면서, 07년 천하패권을 노리는 주요 4인을 살펴보면서 한 해 바둑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李의전쟁 개시 한참 치고 올라오는 기사가 있고, 그 이전에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기사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구관이 명관’이라고 여긴다. 구관의 일각이 무너지는 소리가 가끔 들리지만, 어디까지나 구관의 ‘깜빡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다 신관이 절반 이상의 권세를 차지할 때 즈음에서야 그 변화를 인정하곤 한다. 당대의 ‘일인자가 누구일까’라는 질문은 항상 흥미롭다. 올해 일인자가 될 기사를 고르라고 한다면 한참 갸우뚱거려야 할 것 같다. 그간 절대자의 모습을 보여주던 이창호가 노쇠한 기미를 보이자마자 이세돌이 거칠게 치고 올라와서 어느새 대등한 관계로 나란히 섰기 때문이다. ‘양이상박(兩李相搏)’의 해
배,물가정보배, 바둑왕전, 입신최강전 등 4개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기성전은 박영훈, 천원전은 조한승의 몫이다. 그렇다면 ‘양이’는 자신이 보유한 타이틀 이외에 나머지 타이틀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은 인지상정. 그러나 여타의 타이틀을 획득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대신 갖고 있는 타이틀을 여하히 보존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그 이유는 뭇 도전자들의 실력이 거의 평준화 되어서 과거 실력자들처럼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정상 임박 그룹의 강세가 그 어느 때보다 드세기 때문이다. 또 요즘 타이틀전이란 것이 거의 대부분 ‘1회성 기전’이라는 것도 한 요인이다. 즉, 과거처럼 도전기를 벌이는 것은 국수전, 왕위전, 기성전, GS칼텍스배 등 4개 기전뿐이다. 대부분은 한번 우승하면 내년에는 다시 출발해야 하는 ‘노 프리미엄’ 기전. 우승을 해봐야 본선 시드를 주는 정도이다. 따라서 ‘양이’는 일단 땅을 더 넓히기 보다는 유수의 맹장으로부터 내 땅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일인독주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례로 랭킹3위권이랄 수 있는 최철한, 박영훈, 조한승과 양이의 상대전적이 엇비슷한 것이 그런 전망을 하게 한다.
과거에는 솔직히 한판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어요. 이창호 사범님의 느낌으로는 제가 어린이 손목이었을 겁니다. 이제는 청년의 팔뚝이니 다시 한 번 겨루고 싶죠.” (천원을 딴 다음 조한승) 과거에는 심한 가위눌림을 겪었던 ‘어린이’가 이제는 커서 ‘다시 한 번 겨룹시다!’하며 불쑥 나온다. 향후 후배기사와의 한판 한판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 후배가 이창호를 극복하게 되면 다른 모든 후배가 덩달아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이세돌도 마찬가지 입장.
올해 벌어질 세계타이틀전은(개인전) 도요타덴소배, 삼성화배재, LG배, 후지쓰배, 중환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 등 모두 6개. 도요타덴소배에는 이세돌이 결승에 올라있고 삼성화재배는 이창호가 결승에 올라있다. LG배는 둘 다 탈락. 후지쓰배와 중환배는 나란히 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TV바둑아시아선수권에는 이세돌이 대표로 출전하게 되어 이창호보다는 약간 유리한 형세이다. 두기사는 이제 예년처럼 국제전에서 우승을 2~3개씩 따내는 괴력을 보여주기는 힘들 것 같다. 중국세를 평정하기가 예전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고, 작년 박정상의 예처럼 우리 신예들의 실력도 무진장 업그레이드가 된 결과이리라. 다만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만큼, 기회가 왔을 때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하여 결실을 맺느냐가 승부일 것이다. 시작이 반, 1월을 주목하라
자신이 보유한 기전을 일단 방어해내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인데, 방어를 해내야 국내타이틀 4개는 유지된다. 또 1월은 강원랜드배와 GS칼텍스배 예선이 펼쳐진다. 알다시피 강원랜드배는 우승상금이 1억에 해당하는 사상초유의 규모. 따라서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과 매한가지의 포만감을 누릴 수 있어서 많은 기사들이 동시에 정조준 하는 기전이 될 터. 작년 GS칼텍스배에서 시드 탈락한 이창호는 예선에서부터 참가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무래도 1월은 이세돌보다는 이창호가 힘든 여정일 것. 이창호는 국내전과 마찬가지로 중국기사들까지도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06년의 경우 뤄시허, 왕시, 창하오 등 평소 이겨왔던 멤버들에게 거꾸로 패한 사실이 그를 말해준다. 여타 기사들이 자신감을 회복하여 더 이상 철옹성의 느낌은 없다. 이들의 대거 공세를 여하히 뿌리치느냐가 올해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또 하나의 관건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는 자신을 가장 잘 이기는 최철한이 이세돌에게는 상당한 약세를 보인다는 점도 이창호에게는 껄끄럽다. 이세돌은 아직까지 기세를 지나치게 탄다는 지적이 있다. 그것은 불안정성을 말한다. 좋은 쪽으로 이해하면 기세를 한번타면 그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지만, 목표의식이 사라질 때쯤이면 집중력이 한없이 흐트러지는 약점을 말한다. 06년 막판 조한승과의 천원전에서 약간 힘이 부친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다만, 이세돌이 올 한 해에는 “국내대회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기대를 갖게 만든다. 중국리그에는 일체 불참하며 세계대회에 포커스를 맞추되 국내대회에도 후진들에게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그에게도 박혀있는 것이다. 한눈을 파는 순간 정상대열에서 나가떨어지고, 한번 나가떨어진 사람은 다시 정상그룹에 들어올 수 없다는 위기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전에서 개인통산 4전 전패를 기록 중인 중국 랭킹2위 씨에허의 대시를 어떻게 피하느냐 하는 문제도 또 다른 핵심관건이다. 씨에허는 이세돌이 상대하기 아주 껄끄러운 바둑을 구사한다는 평. 황태자의 분전 기대
‘어린왕자’에서 과감하게 왕으로의 등극을 감안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농심배는 일본의 요다노리모토 중국의 쿵제, 구리 등 3명을 꺾으면 되기 때문에 박영훈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다려지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내전에서는 박영훈은 더 한층 강미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박영훈의 바둑에 대해서 더 잘 아는 이가 다수이므로 그들을 능가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바로 2월에 속개될 예정인 LG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과거 LG배에서 세 번이나 4강에 든 전력이 있다. 그러나 항상 그에게는 4강까지가 한계였다. 4강전에서 이세돌, 목진석, 장쉬에게 패해 결승까지 나아가지 못한 이력이 있다. 조한승은 그러한 자신의 성적에 대해 ‘불행’으로 보고 있을 것 같으나, 4강에라도 든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할 만큼 만만디였다. 3전4기라고, 이번에는 다르다. 이미 4강에서 '무딘칼날의 명검'으로 불리는 둔도 후야호위와 맞붙지만, 이길 경우 결승에서는 또 다른 4강전인 홍민표-저우쥔신의 승자와 대결한다. 이세돌도 없고 이창호도 없다. 사실 우승 후보 4명 중에 조한승의 이름 석 자가 제일 굵다. 조한승의 기운이 올해 휘몰아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조한승의 2월을 주시하자.
조훈현이 계속 버티어준 것이 한국바둑의 미래 동량을 키우는데 일조했음을 기억한다면, ‘양이’가 선의의 경쟁으로 좀 더 오래토록 버티어 주는 것이 한국바둑계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필자는 이 둘의 승부가 빠른 시간 내에 결판이 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만큼 치열하게 버텨주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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