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성배·대리배 중단된 상대-아직 대국료도 지불 안해 국제적 망신
"박대리! 오랜만이야···." 당찬 여류기사 박지은이 타이젬을 방문하자 인사를 건냈다. 지난해 11월 말 세계대회 대리배 결승에 진출해 한창 우승 꿈에 부풀어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친숙하게 불러준다는 의미로 '박대리'라고 불러주었다. "아휴, 대리배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아직 김혜민과 결승 승부가 남아있지만 그래도 첫 대회 우승의 꿈에 부풀어있어야 할 그녀는 왜 화가 나 있을까. 손사래를 치며 돌아오는 말은 "사기당한 기분이에요. 상금은커녕 대국료도 못 받았어요. 결승은 생각지도 않고 있어요. 당연히 이어지지 않을 거니까요."
대리배는 아직도 진행중?
지난해 농심배는 대단했다. 3명의 주자가 나서 고작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일을 때 박영훈이 4연승, 그리고 이창호가 2연승을 거두며 극적인 우승을 거머쥐었다. 바로 그 농심배 기간에 또 하나의 세계대회가 막을 올려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원난성 대리(大理)시에서 열린 제1회 대리배 세계여자바둑대회가 그것이다.
대리시에서 후원하는 이 대회는 1차전은 지난해 11월 25~26일에 치러져 8강진출자를 모두 가렸고 2차전은 쿤밍(昆明)에서 28~29일 진행되어 우승자만 남겨놓았다. 우승자에게는 10만 위안(한화 약 1400만원)과 이에 달하는 승용차를 부상으로 준다고 알려졌었다. 한국은 8강에 진출했던 4명의 기사가 모두 4강에 진출해 대회 우승을 확정지었다. 4강전에서는 박지은이 루이나이웨이를 꺾어 한국기사들의 기쁨은 정점에 달했다.
공동주최자인 중국기원 화이강 부원장은 "정관장배가 단체전으로 탈바꿈한 뒤 세계여자바둑 개인대회가 없었는데 루이나이웨이, 박지은 등 초일류 여류기사들이 참가한 대리배가 명실 공히 최고수준이다."고 말했다. 생색은 있는 대로 다 내었던 대리배가 결승진출자는 물론이요 1회전 탈락자들에게조차 차비마저 주지 않고 돌려보낸 지 7개월여가 흘렀다.
여류기사들의 항의
지난 달 한국기원 사업부에 이영신, 윤영민 두 기사가 찾아왔다. 지난해 말 중국 대리시에서 열린 제1회 대리배에 출전했던 후배기사들이 아직 상금은커녕 대국료 조차 못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조속히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결승전을 빨리 치르게 해달라는 항의의 뜻을 전달하러 왔다. 결승전 일정을 아직 잡지 않은 것은 중국의 무성의한 태도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 대리배에서는 4강 진출자가 모조리 한국기사로 채워져서 중국기사가 없으니 대회관심이 격감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급기야 중국계인 루이마저 박지은에게 떨어져서 탈락하고 보니 자국에서 팬들의 관심이 희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함흥차사인 일월성배
중국의 중도파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기원 홈페이지 정보란에 일월성배는 아직도 진행 중이란 표기가 나온다. 2005년 2월 개시되었으니 2년째 대회가 진행 중이다. 일월성배는 한국, 중국 간의 대표기사 5인이 상대국의 5인과 개인당 5라운드 대국을 치러 우승자를 가린다. 현재 4라운드 대국까지 11승 9패로 중국이 앞서 있다.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그 대회도 꼭 마지막 한판을 남겨놓고선 감감 무소식이다. 2년을 넘게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월성배도 참가선수들에게 대국료도 지불이 안 된 상태여서 거의 떼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승상금 70만 위안(준우승 30만 위안)은 고사하고 대국료 조차도 떼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이 물을 흐리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중국은 한·중·일 공동 주최기전인 TV아시아바둑선수권대회에서도 속을 썩인 바 있다. 조한승은 2005년에 대회 준우승을 해놓고도 거의 1년이 다 가도록 상금을 받지 못하다가 다음 대회가 열릴 때가 되어서야 겨우 '잔금처리'가 된 적이 있다.
중국은 받을 것은 정확하게 따져 받으면서 줄 것은 계속 미적거리는 경우가 잦다는 실무자의 하소연이 아니라고 해도, 돈 문제에 관해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시 우승자 장쉬에게도 상금을 미뤄주었다가 1년이 지난 뒤에야 겨우 '부탁하여'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피해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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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원의 '나 몰라라' 식의 후진성
중국 국내대회도 아니고 명색이 '세계'라는 글자가 붙은 대회에서 상금을 떼인적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상금 대국료의 집행이 안 된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도덕상의 문제이다. 이는 중국이 지닌 기전형태의 후진성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약간의 변명을 늘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이러한 기전 운행이 대해 일체 반성이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 일월성배나 대리배나 대국료가 따로 없고 탈락자들에게 소정의 상금형식으로 일괄 지불된다.
따라서 박지은, 김혜민의 경우는 우승상금, 준우승상금 등을, 기타 출전 선수들은 무일푼으로 노력봉사하고 돌아온 셈이다. 분명 한국, 일본 선수들은 중국 대리시에서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촬영에 응했으며 바둑도 두었다. 일월성배에서는 그들이 그렇게 존경한다는 이창호, 최철한, 박영훈 등 초일류선수를 '초(超)노동 무임금'으로 이용했다.
일월성배는 중국기원이 10만 위안의 보증금을 받아서 일단 출발한 대회였다고 밝혀 이미 중국기원이 자금의 일부를 받았다는 얘기를 뒷받침 해준다. 중국의 기전 자체가 대부분이 관광회사의 광고용으로 치러진다. 따라서 중국 남방장성배 등은 훌륭한 이벤트 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터무니없는 이벤트를 벌려놓고선 '나 몰라라'하는 행정에 문제가 많다. 일월성배도 '십한창지'라는 이벤트 회사가 개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중국기원은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에 중국의 국가 신임도 측면에서 볼때 좋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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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중국기원의 책임
중국기전으로 과거 호작배가 있었고 동방항공배가 있었고 취보배가 있었다. 모두 1년 짜리 여자세계대회. 이번 대리배 파동까지 중국이 개최하는 기전은 믿을 수가 없다. 이번 대리배와 일월성배는 당연히 중국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중국 위기협회와 원난성 대리시 인민정부 공동주최로 법적인 책임의 50%이상은 될 터이고 도의적 책임은 100%이다.
중국바둑계는 오로지 중국리그에만 혈안이 될 뿐이지 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돈은 전혀 쓰지 않는다.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을 초청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과 대등한 성과를 올리자 그 마저도 뚝 끊어졌다. 오로지 그들이 정복하지 못한 이세돌만을 초청한다.
중국기원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지가 관건이다. 자신들은 이벤트회사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보도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래서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책임의식은 전혀 없다. 솔직히 맘만 먹으면 '몇 푼' 안 되는 돈 정도는 중국기원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기원은 몇 년 전부터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보너스도 따로 책정해서 주지 않는가. 그 돈의 일부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중국이 대리시와 일월성의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일의 중요성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방증.
중국전문가들의 말을 빌면, 중국에서의 이러한 '안 되면 말고'식의 뻔뻔한 관행은 하나의 문화와 같은 것이며 경제가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관행화된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산(産)이 부실한 품목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 좋은 중국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제품뿐만 아니라 중국인 자체의 불신으로 이어지면 그들의 공신력에 상당히 난망한 상태가 올 수 있다.
친(親) 중국화 경향도 문제
한국바둑계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을 듯하다. 최근 바둑행사가 친중국으로 심하게 기울어있다는 점이다. 일단 국제전 가운데 일본과 교류하는 것은 완전히 사라졌고, 오로지 중국을 향해 있다. 물론 후원사가 중국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중국이 없으면 못살아' 식의 편애가 버릇없는 자식을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세계대회가 태동한 지 20년이 되어가도록 중국은 세계바둑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숟가락만 들고' 한국, 일본, 대만을 기웃거리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바둑종주국 중국이 주최하는 기전은 달랑 1개뿐이다. 그나마 2년에 한 번 개최하는 춘란배가 유일하다.
한국기원도 이번 사태에 대해 수차례 항의하고 대회 속개를 비롯한 원만한 해결을 요구했지만 중국의 모르쇠 전략에는 속수무책이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1개월 내에 문제 해결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 없을 경우,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기전에 출전하는 중국 선수들의 대국료에서 상계 처리하겠다는 연락을 보냈다고 한다. 과연 이번에는 그들이 어떤 대답으로 답변할지 관심을 모은다.
중국은 2010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바둑을 택했다.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이 벌어진다.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중국임을 만천하에 과시하고자 한다. 세계 속에 당당한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런 단순한 국가 간 기본예절을 지키지 않고서는 천박한 장사꾼이라는 인식을 뒤집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