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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불가-포효(咆哮)하는 백수(百獸)의 왕(王)

측정불가-포효(咆哮)하는 백수(百獸)의 왕(王)

2007-09-12 오전 9:27:50 입력 / 2007-09-12 오전 10:10:03 수정


바야흐로 20세기 초·중반에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 침략이 가속화되면서 대한제국과 만주에서 온갖 보물을 거두어들이고 그것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작업이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한제국이 해방을 맞이할 무렵 일본의 보물선이 남해 부근에서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침몰했다고 한다.

 

수 십 년이 흐른 후 이러한 사실이 발표되자 한 부자(父子) 일행이 사재를 털어서 남해 바닷속을 뒤져보았지만 너무 넓고 수심이 예상보다 깊어 포기를 하고 말았다는데, 이 소식을 들은 측정불가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티머니를 동원해 바닷 속 탐사에 나섰지만 여전히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그 뒤로 뭔가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아니면 전 재산을 잃고 오직 바둑에만 매진하려는 것은 아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타이젬에 복귀한 측정불가의 행적(行跡)이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안보였던 측정불가는 절차탁마(切磋琢磨) 끝에 예전보다도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면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중국 9단과 한판 벌이면 보통 4~5백명은 기본이고 많을때는 1000명을 돌파하는 경우도 있어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한다. 그는 15억, 50억씩 보통 사람들로서는 꿈도 못 꿀 거액의 판돈을 걸면서 베팅계의 큰 손들을 자극한다. 이렇게 큰 액수를 걸게 되면 대부분의 큰 손들도 1~2억씩 걸어 대박을 노린다든지 아니면 부담없이 아이템을 이용해 1천만~2천만씩 걸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큰 액수를 건 판에서는 측정불가의 승리가 대부분이다.

 

측정불가가 승리해 두더지가 나온 편에서는 측정불가의 바둑 실력을 찬양하면서 고금(古今)을 통틀어 이 같은 바둑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에 두더지와 이별(離別)한 편에서는 ‘오늘도 측정불가가 개미들의 재산을 갈고리로 가져가는구나’ 하는 부러움과 시기어린 눈초리로 푸념을 늘어놓곤 한다. 또한 측정불가는 경제관념이 뛰어나서 아무판이나 거액을 거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만만한 상대랑 겨룰 때만 십억대 이상의 판돈을 걸고 강한 상대를 만나면 조심스럽게 일억을 걸고 둔다. 그렇다면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측정불가가 베팅한 금액과 판세를 살피면서 티머니를 거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측정불가의 기풍(棋風)은 어떨까? A 9단의 말에 의하면 발이 빠르고  짧은 시간 안에 수읽기 능력도 대단하며 독창적이고 실리와 세력이 균형을 이룬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B 9단은 그의 단점으로 강자에게는 강하지만 약자에게도 자주 지는 편이라고 했다. 필자가 보는 측정불가는 선이 굵고, 시야가 넓어 부분적인 것보다는 판 전체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상을 떠난 측정불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는 것을 지극히 싫어한다고 동료 기사들이 말한다. 나는 그를 보면 평소 더위를 싫어해서 낮에는 초원에서 낮잠을 즐기면서 어슬렁거리다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사냥터에 나서는 백수의 왕 사자가 떠오른다. 평소에 조용하고 침착한 모습인 그가 바둑판에 앉으면 평소와는 전혀 상반된 면모를 보여주면서 상대의 미생마를 바라보며 포효하고 한 마리의 사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소개하는 기보는 중국의 lfhs하고 둔 것이다.

참고도1
 

흑이 호구쳤을 때 백은 1로 뻗고 흑진영의 가와나를 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참고도2
 

흑1로 젖혀서 반발한 것이 동물적인 감각이다. 백4로 귀를 지켰을때 흑5로 붙인것은 맥점이었다. 

참고도3
 

흑1로 백 두점을 잡으러가고 싶지만 백16까지 외길 수순이다. 흑 넉점이 양자충으로 잡힌다.

참고도4
 

백이 하변에 다가섰을때 흑이 우변에서 나와 끊어 간것이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켰다. 백도 양보할 수는 없으니 패싸움이 필연이다.

참고도5
 

흑1로 단수치자 백은 우변을 넘어가는것으로 타협을 했지만 흑은 선수로 빵따냄을 해 이익을 얻었다.   

참고도6
 

하변 흑의 삭감수가 적당한 곳이다. 백1로 뛰어 반발하고 싶지만 흑4로 막는것이 제격이다. 백도 못 살아서 강하게 싸우는것은 부담스럽다. 실전에서 가로 참은것은 어쩔수 없었다.

참고도7
 

백이 단수친것은 흑1로 이어달라는 뜻이었다. 백6까지 중앙 백집이 불어나지만 이것은 백의 혼자만의 수읽기였다.

참고도8
 

백은 흑1로 두는것을 간과한것이 틀림없다. 백이 한점을 따내는것은 흑3까지 중앙에서 활용의 여지가 없어져서 백의 손해이다. 

참고도9
 

상변에서 흑이 붙여간 것이 좋은 타이밍이었다. 백1로 젖혀 반발하고 싶지만 흑2로 맞끊어오면 어느 한쪽을 돌파당해 백의 손해가 크다. 실전에서 백이 가로 참은 것은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참고도10
 

흑이 중앙에서 오른쪽 연결을 차단하자 백이 돌을 거두고 말았다. 백은 가로 연결하면 흑 나로 백 여섯점이 잡히고 백 나로 연결하자니 흑가로 전체가 잡힌다.

전체적으로 백의 실수를 찾아낸 이후 적절하게 대응한 흑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한판이었다.


측정불가는 대국이 있는 날이면 점심시간에는 주로 분식집에 가서 떡라면을 즐겨 찾는다는 소문이 있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한 것은 신라면이 아니면 절대 입에도 대지 않고 꼭 곱빼기로 주문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평소에 신라면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하고는 인생을 논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서 주위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것을 보면 그가 농심의 주주라는 소문이 돌기도하고 또 어떤 이들은 부업으로 신라면의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일지도 모른다고 혹시 농심배 와일드카드나 선수와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정말 알쏭달쏭하다.

TYGEM / 북악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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