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젬9단분석
동양의빛-바람의 파이터
동양의빛-바람의 파이터
2007-09-27 오전 9:11:21 입력
| 고등학교 여름방학 무렵에 대본소(貸本所)와 사촌지간을 맺었던 나는 강렬하고 굵은 붓놀림과 극적(劇的)인 성격을 띤 작품에 빠져있었다. 맨손으로 소의 뿔을 격파하던 실전 가라데의 달인 최배달의 일대기(一代記)를 그린 만화 '바람의 파이터'는 방학기의 작품이다. 이야기 속의 최배달은 전 일본 공수도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이후 100대 1의 결투에서도 승리한다. 그는 세계 각지를 돌며 이름난 무술가를 찾아다니면서 승리를 거두었고 맹독을 지닌 코브라와의 대전까지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한계는 어디쯤일까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사람들은 40전 전승(全勝) 9단이 나타나서 대국을 하면 첫 상대가 누구인지 관심을 갖는다. 강(强) 9단이랑 대국하는지 아니면 평범한 전적의 보유자랑 두는지를 유심히 지켜본다. 대국의 흐름은 누가 유리하고 일방적인 경기인지 아니면 엎치락 뒤치락 반전(反轉)을 거듭하는지 나름대로 분석하고 고수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런 때 필자는 들어가서 이렇게 말한다. '분석기는 누가 유리하다고 나옵니까?' 구경꾼들은 9단이 이런걸 물어본다면서 저마다 배꼽을 잡고 웃는다. 그렇다. 이것은 일부러 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쇼맨십(showmanship)으로서 가벼운 인사말이다.
동양의빛 바둑을 관전하면서 느낀 점은 행마가 아침 햇살처럼 눈부시고 수읽기가 빛처럼 빠르며 타개 능력이 일품이다. 공격능력 또한 범상치 않은데 나는 그의 바둑을 보고 나면 소뿔을 부러뜨릴 만큼 가공할만한 파괴력과 날렵한 몸놀림을 지닌 만화 '바람의 파이터’가 생각난다. 단지 단점이라면 덜컥수가 가끔있다. 동양의빛 바둑 중에서 기억에 남는 두 판이 있다. 한 판은 초반 귀의 접전에서 상대에게 잽을 연타로 성공시켜 적의 대마는 마치 많은 화살을 맞은 멧돼지처럼 볼썽사나운 꼴이 되버렸고 바둑은 그것으로 승패가 갈렸다. 다른 한 판은 위태로운 미생마가 세 개나 있었는데 비록 대국은 패했지만 미생마를 타개해 나가는 솜씨를 보면서 감탄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에게 꼭 맞는 옷이 있다. 몸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기도 하려니와 남이 보기에도 별로이다. 바둑을 둘 때도 자기에게 어울리는 기풍이 있다. 나는 동양의빛 바둑을 흠모한 나머지 한동안 그의 기풍을 흉내를 내 보았지만 결국 그만두고 다시 두터운 바둑으로 전환했다. 결과는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바둑의 기풍도 우리 몸에 걸치는 옷처럼 맞는 않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오늘밤 하늘의 보름달을 보면서 동양의빛 사행시를 지어 보았다. 동방의 등불 켜지면서 별들이 모여들고 양털처럼 가벼운 행마 따라잡기 힘들었다. 의연하고 슬기로운 묘수들을 바라보며 빛과 같은 그대 손길 그 누구가 당하리오. 다음은 중국의 강자인 4k grubby와 둔 대국이다.
동양의빛은 여름에 방영되는 남량특집 전설의 고향을 즐겨본다. 그 중에서 특히 여우의 울음소리를 좋아해 가끔 노래방에 갈 때면 이것을 흉내 내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그리고 가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 때는 언제나 고춧가루를 풀어서 먹는걸 좋아하는 습관이 있다. 대인관계는 다소 독특해서 고향 친구 중에 일부는 어깨가 딱 벌어져 아직도 힘깨나 쓰는 친구들이 있고, 다른 일부는 검찰청에서 일하는데 가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하는 등 우정이 두텁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소문이 정말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