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20년 말(末) 전쟁의 잔혹함을 잊기 위해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된 공군 비행사 포르코 룻소는 이탈리아의 무인도에 혼자 살며 공적(空敵: 하늘의 해적)들을 소탕하고 현상금을 벌어 생활한다. 사람들은 그를 붉은 돼지라 부른다. 그리고 가끔 오랜 연인인 지나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며 살아간다.
공적들의 힘으로는 포르코에게 대적할 수 없어 부유한 미국인 비행기 조종사인 도널드 커티스를 고용하기에 이른다. 도널드와의 대결로 심하게 비행기가 파손되자 포르코는 우수한 비행기 제작자인 피콜로에게 비행기 수리를 의뢰하고, 비행기 공학을 전공한 피콜로의 손녀 피오와 함께 은신처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공적들과 마주치게 된 포르코는 도널드와 명예와 여인과 돈을 걸고 공중전 대결을 한다. 치열한 공중전은 맨손의 결투로 이어지고 결국 포르코가 승리한다. 포르코는 피오의 키스를 받고 마법이 풀려 사람으로 돌아온다.
1992년에 상영된 '붉은 돼지'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작품인데 한국 팬들에게는 ‘미래소년 코난'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잘 알려져있다. '붉은 돼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아드리아해 전체를 매혹시키는 지나의 애수 어린 노래와 함께 포르코가 아드리아노 호텔 주위를 곡예 비행하는 장면을 들 수가 있다. 호텔 정원에서 포르코를 기다리며 혼자 사랑을 내기하는 지나에게 그가 새롭게 수리한 애기(愛機)를 몰고 와 하늘에서 멋진 비행을 선보이는 장면은 웅장한 엔진과 프로펠러 소리가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친다. 또한 이 곡예 비행에는 우정 때문에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주인공의 애정이 스며 있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타이젬의 중국 인기 기사중의 하나인 4k_grubby는 한국 팬들에게 ‘굴비’라는 애칭(愛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대국을 하는 방에는 한·중전이면 말할것도 없고 심지어는 중국기사들끼리의 대결이라 할지라도 수백명의 관전객들이 모인다. 그는 인기 아이디랑 대국할수록 자기에게 거액의 티머니를 걸고 두는 경우가 많다. 4k_grubby를 친구 등록한 베팅계의 큰손들은 그가 접속을 하면 온 신경을 그에게 집중한다. 4k_grubby가 대국을 시작하면 많은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형세와 상대 대국자의 유명세를 따지면서 베팅을 하기 때문에 그의 대국실에는 작게는 수십억에서 백억대의 판돈이 걸려있곤 한다.
관전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해주는 4k_grubby는 과연 누구일까? 먼저 그의 영어 아이디를 분석해보자. 4k에서 k는 king과 knight 두가지 뜻인 것 같다. king은 왕(王)이라는 의미로서 4k는 혹시 그가 차지한 타이틀 개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다른 한가지 knight는 서양 중세의 기사(騎士) 외에 여성에게 헌신적인 사람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grubby는 단정치 못한, 게으른 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평소에 '씻는 것을 싫어한다'라는 의미인 것 같다. grub은 따분한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 공부벌레, 몸차림이 단정치 못한 버릇없는 사람, 게으름뱅이를 뜻한다. 나는 몇 년 전에 삼성화재배 예선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일본 기사들은 잘 차려 입고 대국을 하는 반면에 중국기사들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머리를 감은 것이 언제인지도 모를 만큼 지저분해 인상을 찌푸린 적도 있었다.
위에서 나열한 것들을 정리해보자. 4k_grubby는 프로가 된 후 타이틀을 4개 차지했고 만약 그가 기혼자(旣婚者)라면 knight는 애처가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기사들 중에서 네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애처가라는 것일까? 그리고, 평소에 옷차림이나 외모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가고 일상 생활은 게으르지만 자신의 일을 할 때에는 공부벌레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노력한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4k_grubby의 기풍(棋風)은 특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초속기에 능하며 수읽기 능력이 발군인데 특히 수상전이 벌어졌다 하면 귀신같이 수를 본다. 그의 배짱은 보통이 아니어서 대국실은 베팅에 참여한 관중들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심장 박동 소리와 패싸움을 하면서 사석을 들어내는 소리 및 계시원의 초읽는 소리가 어우러져 묘한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그의 바둑을 보고 있노라면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명예와 사랑하는 여인과 돈을 걸고 싸우는 붉은 돼지가 떠오른다.
다음은 한국의 ‘어느멋진날’과 둔 바둑이다.
4k_grubby가 필자가 생각하는 중국기사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정확히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한참 꿈나라로 여행을 하고 있을 시간에 원고랑 씨름하고 있는 필자에게 위의 중국기사가 자꾸만 생각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