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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P)-꿈을 쫓는 방랑자

첨성대(P)-꿈을 쫓는 방랑자

2007-11-08 오전 10:09:16 입력

기계의 몸을 얻기 위해 은하철도 999를 타려고 하는 철이는 메텔의 도움으로 은하철도 999의 티켓을 얻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별인 안드로메다를 향해 우주여행을 시작한다. 철이는 우주 여행을 하는 동안 정차하는 여러 별들에서 아름다운 별들의 모습 뒤로 가려진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좌절, 고통과 눈물을 본다. 결국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여행의 끝인 기계인간성인 안드로메다에 도착한 철이는 그곳에서 주는 영원한 생명은 그것이 실제로는 수많은 인간들의 목숨과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메텔과 함께 기계여왕 프로메슘을 파괴한다. 철이는 감정이 없는 기계인간으로서 영원한 삶을 얻기보다는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끼며 살아가는 하나의 사람으로서 남기를 원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금 999호를 타고 그의 고향인 지구로 떠난다.

은하철도 999는 우주라는 배경을 통해서 어린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한 것이다. 세상을 사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눈물과 좌절을 보며 비판하고 깨달으면서 어린 소년은 하나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과 인간 본연의 탐욕과 시기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만화 은하철도 999는 1977~79년까지 소년 킹에 연재돼 큰 호응을 얻었다. 1978~81년에는 일본 후지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했다. 은하철도999의 TV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어 주말마다 당시 어린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으며 김국환씨가 불렀던 주제가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 은하철도 999는 린타로(林太郞) 감독의 극장판인 'THE GALAXY EXPRESS 999’로 다시 만들어졌으며 이 역시 최고의 관객을 동원해 애니메이션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얼마 전에 열렸던 제5회 동양생명배 한·중·일 세계바둑오픈 1R에서 프로 식별 아이디인 첨성대(P)가 바람처럼 나타나 강호의 고수들을 연파하며 결승까지 진출해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한심한 9단과의 결승 3번기에서 선취점을 올리고도 뒷심부족으로 패했지만 그가 이 대회에서 남긴 대국 내용은 일류기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첨성대(P)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경주 첨성대를 만든 시기와 기능을 비롯해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자. 경주에 있는 첨성대는 국보 제31호이다. 신라시대 선덕여왕(재위 632~647) 시절에 만든 것으로 추측되며 현재 동북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긴 하나 거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첨성대는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천문 관측대인데 이것은 하늘의 움직임에 발맞춰 농사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관측 결과에 따라 국가의 길흉을 점치던 점성술(占星術)이 고대국가에서 중요시되었던 점으로 미루어 보면 정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일찍부터 국가의 큰 관심사가 되었으며, 이는 첨성대 건립의 좋은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그 가치가 높으며, 당시의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하필 첨성대라고 지었는지 곰곰 생각해보았다. 필자의 추측으로 첨성대(P)를 지은 사람은 아이디에서 풍기듯이 다른 사람들보다 수를 보는 시야가 넓은 것을 자신하고, 돌로 만든 첨성대처럼 자신의 마음도 굳건해서 바둑의 형세가 유리할 때 상대방이 온갖 괴초식과 무리수를 두더라도 평정심(平靜心)으로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라고 보는 것은 아닐까 한다. 또한, 고전(古典)에도 박식하다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즉, 공부량이 많다라는 것을 은근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첨성대(P)의 기풍은 두터운 실리파이다. 공격보다는 타개를 많이 보여주는 편이고 속기 대국에서도 중앙 감각과 수읽기가 대단히 빠르다. 나는 그의 행마를 보면 마치 은하철도 999에서 꿈을 쫓는 방랑자인 철이가 떠오른다. 때로는 점잖은 것 같지만 상대의 무리수를 보면 정의감에 불타올라 참지 못하고 즉각 응징에 나서기도 한다. 또한, 과감한 행마와 결단성 있는 수들을 보여줘 관전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그는 아마도 잘나가는 상위 랭킹의 기사임이 분명하다.

다음은 제5회 동양생명배 한·중·일 세계바둑오픈 1R 결승전 2국으로 한심한 9단과의 대국이다.

참고도1

백이 4선으로 밀었을때 보통은 흑1로 굳히고 백2로 우상귀에 붙이면 백24까지는 프로의 실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수로서 나는 이 수법을 제 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의 이세돌과 목진석의 대국에서 처음 본 기억이 난다. 수법이 너무 신기해서 외울때까지 몇번이고 놓아보았다.

참고도2

흑1로 바짝 다가서자 백2를 선수 교환하고 백14까지 신형이 탄생했다. 참고도1은 벌써 구형이 되었구나!

참고도3
흑1로 치받은것이 흑의 적극적인 수였다. 백도 아래로 받는것은 기세에서 밀리는 수이다. 따라서 백2로 뻗을 수밖에 없고 흑11까지 흑의 의도는 상변을 집으로 크게 굳히겠다는것이다. 이곳에서 백의 삭감이 어렵다. 다음 한수를 고민해보고 참고도 4를 보기 바란다.

참고도4

백1로 어깨를 짚고 흑2로 백 두점을 잡을때 삼삼에 붙여간것이 날카로운 응수타진이었다.흑은 고심끝에 중앙을 선수하고 흑6으로 크게 공격했다. 백9로 자리를 잡은것이 또한 잘 떠오르지 않는 타개의 맥점이었다. '가'와 '나'를 맞보기로 하고있다.


참고도5

흑1로 백의 근거를 위협하자 백2로 귀를 막는다. 흑3은 더이상 우상귀 백을 공격하는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차후에 우중앙 백 대마를 노리고 있다. 백4까지 백의 삭감이 성공해 초반 흑의 신수는 빛이 바랬다. 흑5는 '가'로 굳히는것이 보통이지만 흑은 비세를 감지하고 강하게 나온다. 이것이 한심한 9단의 승부호흡이다.  


참고도6
실전에서는 백이 하변을 차지했는데 만약 백1로 우하귀에 붙여가면 백5로 밀때 흑 '가'로 받는다면 백도 '나'로 벌려서 만족스럽지만 흑6으로 역공해오는것을 꺼린것같다. 물론 이렇게 두더라도 백 석점이 죽지는 않겠지만 백은 우세를 느끼고 알기 쉽게 두고있다. 
참고도7
백1로 삼삼에 들어간것은 당연한 응수이고 흑도 최강으로 백을 공격해왔다. 흑30까지 흑은 백을 살려주는 대신에 다시 모양을 만들었다. 그런데 백27이 약한 응수는 아닐까?
참고도8

만약 백1로 하변을 넘어가면 흑2를 선수하고 흑4로 끊는것이 좋은 수법이다. 백은 흑의 끊음에 응수가 두절돼 우하귀 백 대마를 살릴 수가없다. 

참고도9
실전에서는 백1로 '가'에 뛰어 귀를 지켰지만 결국 좌상귀 백집은 12집 정도 밖에 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속수이기는 하지만 참고도처럼 백9까지 좌상귀를 지키는것이 현실적인것 같다. 상변 흑진영은 '나'로 붙이는 맛과 '다'로 끝내기하는 수가 남아서 큰 집이 날곳은 아니었다. 
참고도10
백1로 무심코 들여다본것이 이상했다. 흑4로 붙여간것이 날카로운 반격이었다. 흑12까지 백한점이 잡혀서는 미세하지만 흑이 좋은것 같다. 백1은 백5의 곳에 두었으면 실전과 비슷하게 진행된다고 볼때 백이 두집 손해이다. 이 바둑을 흑이 한집반승 했으므로 이곳의 실수가 아팠다. 백이 우세한 바둑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 바람에 이 대국에서 받은 내상이 커 다음 대국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패했다. 두고두고 백이 아쉬운 바둑이다.  

달력을 보니 겨울로 접어든다는 입동(立冬)이다. 이번 대회에서 타이젬의 인기 기사인 한심한 9단에게 가로막혀 눈물을 흘리면서 슬퍼하고 있을 첨성대(P)를 생각하니 앞서 말한 은하철도 999의 첫 편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느날 엄마를 잃고 울부짖는 철이의 모습과 모 프로기전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가 눈앞에 교차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TYGEM / 북악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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