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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대한국인 조치훈

조치훈, 브라질 방문 취재기

2008-01-17 오후 2:12:25 입력 / 2008-01-18 오후 4:11:58 수정

1월 12일부터 13일까지 조치훈 9단이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기성전 도전7번기를 제1국을 야마시카게이고와 뒀다. 기성전은 일본인 브라질 이민 100주년을 맞이해 상파울로에서 개막됐다고 한다. 상파울로에 간 조치훈 9단을 브라질 이민 생활 14년차인 고유정 씨가 취재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 ‘ssamba의 브라질 아리랑(ssamba.kr)’에 장문의 취재기를 올렸다.

2년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고유정 씨는 취재차 브라질의 곳곳을 다니면서 극심한 빈곤으로 여럽게 사는 이들을 많이 접했다. 블로그를 통해 번 수익금을 1년째 브라질 노숙자와 장애인들의 식량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고유정 씨 블로그 바로가기)

고유정 씨가 전한 '상파울로에서의 조치훈 9단'을 소개한다. 더불어 브라질 바둑 현황에 대해서 잠깐 알아본다.
 

 

제32회 일본 기성전 7대국 중 첫번째 대국을 치르기 위해 기성 야마시다게이고 9단(29)과 도전자 조치훈 9단(51세)이 브라질에 왔습니다.

조치훈 9단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둑 기사로 7살에 바둑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50대인 현재까지도 세계 바둑계의 거목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요.

"Shall We GO♪" 일본말로 바둑을 GO 혹은 IGO라고 하는데 브라질에서도 그대로 '고'라고 합니다.

"조치훈 9단과 함께 바둑 한 판 두실래요?"

브라질로 떠나기 전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한 일본신문입니다.

챔피언이나 도전자나 모두 일본 사람이니 일본에서 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일부러 브라질 까지 와서 2008년 첫 대국을 치르게 된 이유는, 브라질에 불고 있는 바둑인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일본기원을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는 바둑 두는 브라질인들에게 좋은 대국을 직접 보임으로써 바둑을 확실한 일본 문화로 정착시키려는 의지같습니다.

한국 날짜로 13,14일 대국이 잡혀 조치훈 9단이 먼저 도착하여 한국기원의 교포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조치훈 9단이 앉은 쪽은 모두 브라질 이민 100년의 일본기원 관계자이고, 맞은 편은 이제 이민 45년 된 한국 기원 교포들입니다. 사실, 이번 대국은 모두 일본기원측에서 주최하는 것이라 한국 교포들과의 만남이 미리 약속되지 않아 만남이 불투명하였지만, 한국기원 박세동 원장의 몇 차례 연락 끝에 한국교포들과의 만남을 흔쾌히 받아들여 韓日바둑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바둑도 전혀 모르고 일본말도 가물가물해서 미리 친구의 도움을 받아 순 한국식 일본말 인터뷰지를 만들어 가져갔습니다.

한국기원 어르신들께 여쭈어보니 [조치훈 9단은 어려서 일본에 가서 쭉 일본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한국말을 잘 못한다. 이젠 거의 일본사람이다.] 이런 말씀을 하셔서 말이 안통하면 어쩌나 겁을 좀 먹었더랬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미리 준비해간 어설픈 일본말 인터뷰 종이, 전혀 필요없었습니다. 한국말을 얼마나 능숙하게 잘하는지, 오히려 일본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통역까지 맡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 유쾌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대장금을 비롯 한국 드라마 거의 다 본다고 합니다. 가라오케에서도 한국 노래를 자주 부르다보니 저절로 한국어 공부가 된다며 일본에서 바둑 인생을 살고있지만, 그의 정서와 뿌리는 여전히 한국인임을 분명히 밝혀주었습니다.


(급수정 끼어들기) 알립니다, 알립니다!

"조치훈 9단은 확실히 한국국적자임을 일본기원 관계자로 부터 확인하였습니다!"

부산 출생인 조치훈 9단은 7살(일본 나이 6살)에 숙부인 고 조남철 9단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는 일본여성과 결혼하였지만, 여전히! 여전히! 대한민국 국적으로 살고 있는 확실한 대한민국 국적자 임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여기 한국기원측 어르신들의 말을 먼저 듣고 인터뷰를 하러 가서 괜히 귀화에 대해 묻기가 송구해서 묻지 못해 귀화하였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 올리고 나서 여러 댓글을 보고 다시 일본기원 관계자와 계속 연락해본 결과, 여전히! 당연히! 귀화하지 않고 대한민국국적으로 살고 있다고 연락주었습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음… 한국음식은 이렇게 양 손으로 먹어야 제 맛이지…! 상추 하나 손바닥에 올리고 불고기 넣고 살짝 양념된장 넣고…(제대로지요?)

한국 음식을 대접했는데 매운 김치도 땀을 뻘뻘 흘리며 잘 먹고, 족발과 불고기도 상추와 깻잎에 싸서 아주 맛나게 잘 먹어 사진 찍는 저마저 군침 돌아 혼났습니다.

(근데, 으잉… 왼쪽 두번째 손가락에 밴드가? 손가락에 기를 모아야하는데 오데서 다쳤노?)

지금 상추를 집는 사람은 일본 정부에서 파견 온 브라질-일본기원의 바둑지도 선생입니다. 단순히 사설 일본기원 협회 소속의 파견선생이 아니라 일본 정부에서 바둑도 하나의 일본 문화로 인식, 일체의 경비와 월급을 지불하는 홍보대사로서 일정 기간동안 교대로 세계 각국에 파견한다고 합니다.

브라질 온지 이제 얼마 되지 않은 이 지도선생이 조치훈 9단을 따라 상추에 김치랑 불고기를 같이 싸서 먹고는 맛있다고 하니깐, 조치훈 9단이 한국 음식은 양념이 배 더 맛있다며 특히 김치는 밥만 있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 이 모임 끝날 때 한국식당 주인에게 말해서 이 김치 다 싸가라고 알뜰히 챙겨주기까지합니다.

한국사람, 그것도 부산사나이… 행님동생 정 빼면 안되겠죠?

이야기 하는 도중에 연신 수줍어 하시며 팔을 만지작만지작… 대국을 앞두고 마사지 하시나? 제가 좀 해드리고싶은데 어찌나 수줍어하시는지 패스~~;;;*

얼굴이 벌건 건 골프를 치고 바로 저녁 식사 자리에 온 지라, 브라질 여름 태양에 아주 제대로 탔습니다. 바둑 시합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야하니 바둑알에 장시간 온 정신을 집중하려면 역시 체력강화가 우선이겠지요. 불빛 때문이지만 빨간 눈에선 세계 챔피언 자리를 향한 강한 포스가 지지직! ^^

부시시해 보이는 헝클어진 머리, 콧수염, 작은 눈… 그냥 일본 언론을 통해 봤을 땐 왠지 좀 까칠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 인터뷰를 해보니 얼마나 소탈하고 진솔한지….
대국을 앞두고 있어서 인사차 건넨 맥주 반 잔 마시고도 목부터 온 얼굴 벌개진 채 열심히 통역을 해가며 웃음을 그치지 않는 모습이 천진난만 그 자체였습니다.

천재 바둑기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조치훈 9단, 요즘 다시 젊은 세대들을 이기며 천재의 부활을 증명해주어 기분 더 좋습니다. 그러나 천재바둑기사라는 호칭 역시 99%의 노력으로 이룬 것임을 알기에 연륜이 깊어갈수록 더 깊고 넓게 세계 바둑판을 다져가시길 기원합니다.

아쉽게도 초청장이 없어 저는 대국장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좋은 시합, 멋진 브라질 방문으로 2008년 힘차게 열어가길 기대합니다. 여전히~ 당연히~ 대한민국 바둑 기사 조치훈 9단, 화이팅!



브라질에 부는 바둑 바람!

이왕 브라질 바둑 이야기하는 김에 한국기원(여기서 말하는 한국기원은 한국의 재단법인 한국기원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과 일본기원을 차례로 방문해보았습니다. 여기는 한국기원인데 반지하에 있습니다.

주로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을 즐기고 있습니다. 약간의 월 회비를 내는 회원제이지만,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와서 시합도 벌이면서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이민 생활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신부님도 바둑 한 판. 왼쪽은 한인성당의 신부님으로 교포들과 바둑 두는 소탈한 모습.


여기는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일본기원인데, 3층 건물로 잘 지어져있었습니다. 이 일본기원은 브라질에 살던 이와모토상이 일본이민자들에게 개인 재산을 털어 헌납한 곳으로 1989년 지어진 곳입니다.

오른쪽 사진이 돌아가신 이와모토상인데, 이 일본기원을 중심으로 일본이민자들뿐만 아니라 브라질인들에게 까지 바둑을 전하는 바둑의 요람이 되고 있습니다.

역시 한국기원처럼 일정의 회비를 내는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고 매일 약 80여 명의 사람들이 바둑을 즐기고 있으며 주말에는 특히 브라질 사람들이 많이 온답니다.

지금 바둑을 두고 있는 브라질 사람은 미게우 씨(64)라고 벌써 바둑을 둔지 30년이 되었답니다. 프랑스에서 처음 바둑을 배우게 되었는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도 바둑 두는 사람들이 많으며 가끔씩 만나 서로 시합도 한다고 합니다.

바둑은 작은 네모판 위에서의 아주 단순한 흑백놀이지만, 그 '단순함'과 '집중력'이 큰 매력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바둑판 앞에서는 남녀노소, 인종, 국적 아무 상관없이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나는, 지루해보이지만 아주 깨끗한 놀이라고 덧붙입니다.


잘 생긴 브라질 청년이 다가와 미게우 씨의 바둑 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또 한 명의 브라질 청년이 커피 한 잔 들고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바로 바둑판 앞에서 흑 백 알 집어들고 대국을 시작합니다. 인터뷰 좀 해달라고 하니 너무 부끄러워 못하겠답니다.
그러고보니 미게우 씨도 무지 부끄러워해서 목소리가 작아 몇 번 다시 했는데…. 대체로 브라질 사람들은 어떤 인터뷰에도 시원시원 말을 잘하는데, 바둑 두는 사람들은 수줍음이 많나봐요. 여튼 모두 조용조용 바둑알만 열심히 집었다 놨다 바둑판을 채워갑니다.

어느새 왼편에 바둑지도 선생이 다가와 지켜봅니다. 이렇게 지도선생이 있으니 개인교습도 받을 수 있어 실력이 일취월장할 것 같습니다. 이 참에 저도 한 번 배워볼까 생각중입니다.

그런데 한국 바둑과 일본 바둑은 실력 단위가 좀 다르다고 하네요. 일본에서는 6단쯤 되는 바둑이 한국에서는 1급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사람과 한국사람이 바둑을 두기 전에 맞바둑을 둘 수준이 되는지 미리 가늠하고 시작해야 뒷말이 없다며 일본 지도선생은 웃습니다.

조치훈 9단 역시 한국과 일본의 바둑 실력 단위가 일정하게 정리되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어쨌든 이 일본기원에서는 브라질의 젊은 사람들에게 바둑을 전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재 이 일본기원에만도 브라질 회원이 약 50여명이 넘고 브라질 여러 대학교에서 바둑 강의도 수시로 하고 브라질 대학생 바둑 대회 이벤트 때는 보통 400여명 정도가 모여 경쟁을 벌인다고 합니다.

이제 브라질에서 바둑은 그야말로 GO~GO~!!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바둑을 두는데, 일본 정부의 발빠른 해외 바둑 전파 노력으로 바둑=일본, 일본이 최고라고 고정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조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어쩌면 작은 것 하나에도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할 줄 아는 문화투자 노력의 대가가 아닌가하여 한국의 바둑 세계화 정책의 미흡함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구촌 곳곳에 한류 바람이 불기 위해선 보다 세심하게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쓰며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폭 넓은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을 기대해봅니다.


* 후기 : 오늘 치러진 대국에서 조치훈 9단이 졌다네요. 하지만 7번 경기의 첫 시합이었으니 아직 실망하긴 이르겠지요. 오늘 저녁 비행기로 조치훈 9단은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TYGEM / 정리-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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