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전반 스페인 치하의 캘리포니아에서는 포악한 학정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위해 홀연히 등장한 복면의 노상강도 조로가 불의를 자행하며 폭리를 취하는 악당들을 응징하고 백성들에게 빼앗은 재화를 나누어준다.
영국의 의적 로빈훗으로부터 시작한 민중 영웅의 계보는 프랑스의 괴도 아르센 뤼팽을 거쳐 미국의 쾌걸 조로로 계승 발전됐다. 유약한 귀족 자제와 민중 영웅이란 이중 생활을 오가면서 모든 이를 감쪽같이 속이는 조로의 활약은 전 세계 수 많은 독자들을 열광시켰고 동시대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배트맨, 팬텀, 슈퍼맨에서 닌자 거북이까지 다양한 슈퍼 영웅의 탄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쾌걸 조로’는 1919년 8월 9일부터 같은 해 9월 6일까지 오락 잡지 ‘주간 모든 이야기(ALL STORY WEEKLY)’에 카피스트라노의 재앙(THE CURSE OF CAPISTRANO)이라는 제목의 5부작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 서서 불의한 자들에게 칼 한 자루로 맞서는 쾌걸 조로의 이야기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이후 1959년 복면의 조로(THE MASK OF ZORRO)까지 40여 년에 걸쳐 65편의 이야기로 이어나갔다.
타이젬 바둑 대국실에는 여러 아이디들이 떴다가 사라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은하계의 별과 같다. 오늘 소개할 아이디는 ‘멋있는걸’ 이다.
 멋있는걸은 9단 전적이 413전 304승 109패를 기록해 승률이 무려 73.6%에 달한다. 대부분의 A급 기사들의 승률이 60퍼센트를 약간 상회하는 것을 보면 놀라운 승률로서 야구로 치면 3할대를 치는 강타자로 비유할 수 있다.
멋있는걸은 상당히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보통 중국 기사와 한판 대국을 하면 수 백명에서 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고 베팅한 티머니가 많을 때는 백억을 돌파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그의 인기를 실감 할 수 있다.
멋있는걸의 의미는 두가지로 볼 수가 있다. 하나는 ‘멋있는 걸(GIRL)’이라는 뜻인데 어디선가 멋진 아가씨를 보고 영감을 얻어 아이디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하나는 ‘멋있는걸!’ 이라는 감탄사로서 자신의 바둑은 남이 관전할 때 정말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높은 수준의 바둑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의 발로(發露)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후자 쪽이 더 타당할 듯 하다.
그러면 최근에 두었던 중국 선수 두 명과의 대국을 통해 멋있는걸의 기풍을 집중 분석해 보겠다.
먼저 sxkr과의 대국(2007년 12월 11일 10시)을 보면 앞의 9단 분석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sxkr은 부드럽고 유연한 행마가 일품이다. 멋있는걸은 sxkr을 맞이해 상대방의 장기를 미리 알고 있다는 듯 과감하고 변칙적인 수법과 특유의 임기응변을 발휘해 상대를 꽁꽁 묶고, 자신의 구미에 맞는 판으로 이끌어나간 후 핵펀치를 휘두르면서 대마를 잡고 항서를 받아냈다.
중국의 또 다른 강자 qitianxia와의 대결(2008년 1월 11일 11시)에서는 초반에 상대에게 잽을 날리면서 신경을 자극해 반발을 유도한 후 특유의 난전과 패싸움으로 바꿔치기를 통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그는 상대의 도발을 전부 응징하는 배짱을 보여주면서 관전자들에게 전투의 묘미를 한껏 누리게 해주었다.
멋있는걸의 주특기는 가벼운 행마와 독침 같은 잽에 연이은 몰아치기 공격이다. 만약 상대방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양처럼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는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조차 감도 잡지 못한 채 호되게 당하고 만다.
멋있는걸은 상대방의 빈틈을 찾아내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다. 멋있는걸이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발견하는 순간 쾌도난마(快刀亂麻)와 같은 솜씨로 조자룡이 조조의 백만 대군의 숲을 무풍지대(無風地帶)로 달리듯 악당들을 해치우고 ‘쾌걸 조로’처럼 유유히 시야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톡톡 튀는 X기사의 말에 의하면 “멋있는걸은 자신의 돌을 잘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상대방의 기풍 파악이 끝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발언 이후 X는 멋있는걸에게 압도적인 승점을 기록했다.
다음은 요즘 중국 기사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기록하고 있는 BlackLight와의 대결이다. | | | 좌상귀에서 흑1부터 외목 정석이 나왔다. 백에게 빵따냄을 주는 대신에 좌변쪽에 큰 세력을 만들고 백20을 보고도 하변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발이 빠르고 배짱이 강한 그의 운석을 느낄 수가 있다. 또한 우상귀에서는 상대방이 강한 지역이므로 간명한 갈림으로 이끌었다. |  | | | | | | 좌변에 뛰어든 백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 원래 공격은 어려운 분야다. 흑은 17까지 공격을 통해 좌하에서 하변까지 큰 집을 건설했다. 하지만 백도 20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좌변의 흑 대마는 과연 무사할것인지가 문제다. |  | | | | | 흑1로 비켜 받으면서 좌변에서 백을 회돌이친 후 흑19로 들여다보았다. 백도 이어주면 활용이라보고 반발해 백 30까지 도데체 미생마가 몇개인지 잘 모르겠다. |  | | | | | 흑1부터 치열한 중앙 전투가 계속 됐다. 흑19는 '가'의 끼움수 때문에 어쩔수 없는 보강이다. 백 30까지 좌변에서 흘러나온 흑의 대마가 여전히 미생이다. |  | | | | | 상변에서 피할 수 없는 수싸움이 벌어졌다. 한 수 부족한 백은 우상귀에서 패를 걸어 한가닥 희망을 품게됐다. 치열한 패싸움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  | | | | | 혼미한 패싸움 도중에 흑은 좌하귀를 주는 대신에 패를 해소했다. 흑4가 날카로워 추가로 백 8점을 잡게 돼 흑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실리가 부족한 백은 좌변의 패를 하면서 팻감이 부족하다는 듯 돌을 거둘 곳을 찾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난타전의 연속이었지만 멋있는걸의 깊은 수읽기와 순발력, 임기응변을 보여준 명국이라 할 수 있다. |  | | | | | 최근에 멋있는걸이 X와 외나무 다리 결전을 벌였는데 완승의 분위기에서 초읽기 도중 큰 착각을 범해 대역전패를 당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사활의 귀재(鬼才)인 그도 이런 실수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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