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회와는 인연이 많은 것 같다'라는 인터뷰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꾸로 '이 대회와는 유독 인연이 없다'라는 인터뷰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침없이 불을 뿜어대던 이세돌의 엔진이 농심신라면배에서 멈췄버렸다. 이것이 '이 대회와는 유독 인연이 없다'의 대표적인 케이스.

연승 행진이 멈췄다 7월 4일 24연승을 달리던 이세돌의 기세가 농심신라면배에서 멈추고 말았다. 최근 TV바둑아시아선수권전, LG배 등 세계대회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며 이제는 '이세돌 시대의 시작'이라고 말 할 정도의 상승세를 보여주며 24연승을 달리고 있었던 것. 진 상대는 다름 아닌 조한승. 조한승은 2000년 이세돌의 33연승을 저지한 바 있는 기사로 올해도 이세돌의 연승행진을 저지하며 이세돌의 천적으로 떠올랐다. 재미있는 것은 농심신라면배가 열리기 전날 명인전에서도 조한승을 만났다는 것. 이세돌은 3일에는 강원랜드배에서 조한승을 꺾었지만 4일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조한승에게 지고 말았다. 이세돌 개인에게는 농심신라면배에서 탈락한 것 보다 조한승에게 두번이나 연승행진을 저지당한 것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쨌든 왜 하필 농심신라면배일까. 어차피 한번은 질 운명이었다면 단판 토너먼트인 농심신라면배 보다 여유있는 리그전 강원랜드배가 좋지 아니했던가.

유독 인연이 없다 농심신라면배가 어느덧 9회째. 이세돌은 5회 때 불참을 하고 1회부터 매회 출전을 했다. 결과는 모두 예선 탈락. 1,3,6회 때 예선 결승에도 3번이나 올라갔지만 조훈현, 최규병, 최철한에게 져 탈락했다. 또한 우연인지 2,4회를 제외하고 이세돌을 꺾은 기사들은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2년 이후 8번이나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이세돌이 농심신라면배 대표팀에 이름을 한번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난해 농심신라면배 와일드카드를 발표한 뒤 이세돌에게 내심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가?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결과 1 예선 결승 / 조훈현 2 예선 4회전 / 이현욱 3 예선 결승 / 최규병 4 예선 5회전 / 김동엽 5 불참 6 예선 결승 / 최철한 7 예선 5회전 / 강동윤 8 예선 5회전 / 원성진 9 예선 3회전 / 조한승

[2006년 8월 3일. 물가정보배 우승 인터뷰] "기대를 안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농심신라면배에 성적이 좋아 출전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시드를 받아 출전하는 것은 내 자신에게 못마땅하다. 올해는 멤버도 좋고 괜찮은 것 같다. 조훈현 9단이 시드를 받은 것은 당연하다. 조훈현 9단이나 박정상 9단 정도를 생각했었다"
이세돌 자신도 농심신라면배에서 좋지 않은 성적이 못마땅하다는 반응.


주최측과 바둑팬들의 선택은?
이제까지 농심신라면배에서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창호가 와일드카드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제7기부터 주최측에서 심혈을 기울여 대표 선수 선발에 변화를 줬다. 대표선수가 선발되기 전에 와일드카드를 지목했지만 작년부터 선발전이 끝난 뒤 발표를 하기로 한 것. 좀 더 강한 전력으로 대표팀을 구성하기 위해 주최측에서 변화를 준 것이다.

항상 단체전에서 우승을 했던 한국이 제7회 대회 때 우승컵을 일본에 내주게 되면서 와일드카드에 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와일드카드가 발표되기 전 이창호는 와일드카드에 대해 '이세돌 9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작년 와일드카드는 조훈현이 받았다. 후원사 농심과 한국기원은 이세돌과 조훈현을 놓고 최종 고민을 하다가 나이 50이 됐지만 녹슬지 않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관록으로 대표팀 신구 조화를 이루어 줄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타이젬에서 7월 2일부터 '농심신라면배 와일드카드를 받았으면 하는 기사는?'이라는 설문 조사를 하고 있는데 이세돌이 39.8%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 이제까지 좋은 성적을 냈던 이창호를 제치고 이세돌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최측 농심에서도 무시 할 수 없는 바둑팬들의 반응일 터. (2007년 7월 5일 오전 11시까지 결과)

농심신라면배 손종수 관전필자는 "예선전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와일드카드에 대해서 결정된 사항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 이창호 9단이 자력으로 올라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농심측에서는 와일드카드를 반드시 성적순으로 선발하려 하지 않는다. 성적순으로 선발하려면 와일드 제도를 적용 할 이유가 없다. 농심은 세계적인 지명도나 중국시장에서의 상품성 등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농심신라면배 태극마크를 단 적이 없는 이세돌. 과연 올해는 와일드카드로 농심신라면배와 인연을 맺을 수 있을지. 만약 인연을 맺는다면 어떤 성적을 낼 것인지. 와일드카드는 7월 9일 농심신라면배 예선이 끝나고 발표될 예정이다.

■ 역대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한국 대표 선수 한국대표선수 결과 1 목진석·김영삼·조훈현·유창혁·이창호 우승 2 최철한·목진석·최명훈·조훈현·이창호 3 최철한·최규병·유창혁·조훈현·이창호 4 박영훈·윤현석·김승준·조훈현·이창호 5 허영호·홍민표·박지은·원성진·이창호 6 한종진·안달훈·유창혁·최철한·이창호 7 조한승·원성진·류재형·강동윤·이창호 준우승 8 원성진·최철한·박영훈·조훈현·이창호 우승 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