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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맛있다-아스팔트 사나이

야맛있다-아스팔트 사나이

2008-02-21 오전 9:54:27 입력

주인공 이강토는 자동차 디자이너다. 그는 자나깨나 밥을 먹을 때나 심지어 여자랑 연애할 때 조차 자동차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박식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며 능력있는 강토는 항상 여자들에게 흠모의 대상이다. 회사의 젊은 새 주인과 갈등을 겪은 이후 세계를 돌면서 시야를 넓히고 귀국한 그는 꿈이 같은 이들과 함께 연구를 거듭한다.

강토는 전 세계 자동차인들이 모이는 꿈의 향연인 사막 자동차 경주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둔 이후 일본과 러시아를 비롯해 자동차 왕국인 미국으로 땀의 결실을 수출하기에 이른다. 1994년~1995년 사이에 출간한 허영만의 만화 ‘아스팔트 사나이’는 자동차를 향한 한 젊은이의 꿈과 도전을 그렸다.


오늘 소개할 아이디는 타이젬 초창기 회원들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야맛있다’다. 그는 2003년 6월에 첫 9단으로 올라와 매정하게도 지금까지 고향(8단)을 방문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가 이 아이디를 등록하기 두 달 전쯤 일본에서는 야맛있다와 발음이 비슷한 야마시타 게이코라는 젊은 기사가 일본의 제 1위 상금 기전(우승 상금 4200만엔)인 기성(棋聖) 타이틀전에서 왕리청을 4대1로 누르고 일본 랭킹 1위에 올랐다. 야맛있다는 아마도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코처럼 대한민국 랭킹 1위 기전에서 우승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야맛있다의 기보를 놓아보다가 문득 고등학교 시절에 보았던 모의고사 시험 국어2에서 단답형 문제로 나왔던 전봉건의 ‘피아노’라는 시가 떠올랐다.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문제에서 요구한 주관식 답은 ‘파도’였다. 상상력을 묻는 것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시의 단어를 맞추는 것은 꽤 어려웠던 것 같다. 이 시는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여러 마리 물고기가 튀어올라 꼬리치는 비늘빛으로 감각화했다. 야맛있다의 바둑은 위의 피아노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다시 앞의 만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강토가 라이벌 회사 자동차 디자이너와 함께 권투를 보러 갔다가 그녀에게 자동차와 권투의 공통점을 설명한다.

첫째, 자동차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의 중량을 줄이는 만큼 권투선수는 체중과의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둘째, 자동차와 권투선수는 속도가 생명이다. 속도가 떨어지면 대성하지 못한다. 권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는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를 생각할 것이다.
셋째, 자동차와 권투선수는 순발력이 뛰어나야 한다.

나는 이 대목을 보면서 바둑과 비교를 해보고 싶었다. 바둑은 다음 세가지를 지키는 것이 좋다. 첫째, 가벼운 행마를 해야 한다. 무거운 행마는 나쁜 행마의 표본.
둘째, 바둑의 기풍은 이창호처럼 느림으로 빠름을 따라잡을 수 있는 특이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발이 느리면 대세점을 놓쳐 집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한판의 바둑을 두면서 중요한 순간이나 위험이 들이닥칠 때에는 순발력을 발휘해 빠른 시간 안에 깊고 정확한 수읽기를 해야만 한다.

야맛있다는 K 기사와의 여러 차례의 대국에서 나쁜 성적을 기록했는데 그 대국 대부분은 상대방의 선 실리 후 타개 계략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때마다 밤을 지새우며 패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의 바둑은 전투는 세지만 가끔 전투에 집착해 가벼운 행마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발이 느린 편이어서 K의 가볍고 빠른 발과 순발력을 따라 잡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랬던 그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폭풍(P)과의 대국(2008년 2월 6일 20시)에서는 타조처럼 빠른 발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약점은 난전을 통한 수읽기로 방어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붙박이(P)와의 대국(2008년 2월 13일 15시)에서는 예전 보다 한 수 위의 순발력으로 상대방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했다. 이 바둑에서 그의 행마는 스포츠카 중에 하나인 포르쉐처럼 빠르고 우아했다.

그는 아스팔트 사나이처럼 박식하고 패기가 넘치며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다. 또한,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말 한마디에도 겸양이 묻어나 있다. 한번은 방송 도중 손위 진행자에게 “애인은 있습니까?”라는 말을 들을 만큼 어르신들이 사윗감으로도 탐을 내는 상대가 아닐까 싶다. 

다음은 앞에서 언급했던 붙박이(P)와의 대국이다.

참고도1

우변의 포진은 10여 년 전 충암의 젊은 기사들 사이에서 백이 약간 두터운 것 아니냐라는 의견을 낸 이후 타이젬 대국실에서 인기 기사들 간의 대국에서 수시로 나오는것을 보면 호각인 듯 하다. 좌변 백2는 요즈음 틈틈히 나오는 수다. 흑이 두칸 벌리면 모붙여 이립이전의 중복형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실전에서 흑3으로 달리고 선수를 잡아 좌하귀에 2선으로 쳐들어갔다.  

참고도2

백1은 이선으로 침입한 흑돌을 강력하게 몰아부치겠다는 의지다. 흑14로 끊은것이 멋진 수였다. 만약 백 한점을 버리고 백19로 하변을 넓히는것은 흑20으로 들여다보고 흑22로 달아나버리면 흑돌이 가벼워 백의 공격이 신통치 않을 것 같다.

참고도3

백1로 반발해 쌍방 기세의 진행이다. 백11로 단수쳤을때 흑12로 끊어간것이 예상치 못한 기습이었다. 백25는 정수다. 욕심 같아서는 '가'로 벌리고 싶지만 '나'를 선수 교환하고 '라'에 뛰어들면 '마'의 약점 때문에 백이 흑돌을 공격하기 힘들다.


참고도4

백4로 흑의 공배를 채웠을때 흑5 붙인것이 시기 적절한 수였다. 흑은 계속해서 흑9,11로 백의 가슴을 송곳으로 찔렀다. 또한, 흑19의 이선 공격과 흑25까지 좌상귀 흑이 백의 공격을 되받아치기로 전환해 백의 호흡이 가쁘다.


참고도5

백1로 상변을 삭감하자 흑2,4를 선수로 하고 흑6으로 삭감했다. 백도 하변에서부터 우변 흑 한점의 공격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으나 도리어 하변의 백 9점이 잡혔다. 


참고도6

백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상변의 흑을 총공격했지만 흑22를 보고 항서를 썼다.

초반부터 흑의 발이 빨랐다. 백은 강력하게 공격하는 듯 했지만 자신의 약점 때문에 흑에게 반격을 허용했고 추격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냉정한 흑은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흑의 쾌승국.


전 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온 야맛있다! 과연 그가 얼마나 좋은 성적을 보여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바둑에서 물고기가 자꾸 튀어 올랐으면 좋겠다.

TYGEM / 북악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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