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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구-귀신 잡는 해병대

가닥구-귀신 잡는 해병대

2008-04-08 오전 9:24:22 입력

길을 걷다가 문득 마주친 팔각모에 빨간 뿔명찰을 달고 휴가 나온 해병대 대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일반 군인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곤 한다. 그들은 2004년 국방부에서 발표한 67만의 군인 가운데 약 4%인 2만 7천여 명에 불과하다.

해병대는 훈련이 힘들기로 소문나 있다. ‘공포의 지옥주(地獄週)’ 라고 불리는 훈련 기간 동안에는 온갖 오물과 악취가 진동하는 곳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지내다 보면 남는 것은 ‘악’뿐이다. 또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훈련 속에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식용이라고 상상도 못했던 개구리와 도롱룡 알을 비롯해 초근목피를 산과 풀숲을 헤쳐 찾아 먹어야만 하는 ‘생식주(生殖週)’를 거치고 나면 해병대 특유의 전우애가 싹튼다고 한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1949년 4월 15일 거의 버려지다시피 황량한 진해 덕산 비행장의 격납고에서 신병 300명과 80명의 기간장병으로 창설 기념식을 가졌다. 창설 직후 이들에게 지급한 장비는 일본군이 버리고 간 소총이었으며 이마저도 넉넉치 못했다. 게다가 대원들의 훈련복이나 철모 군화 역시 제대로 지급이 안됐고 지급받은 군화 가운데 발의 크기가 맞지 않는 대원들은 아예 맨발로 훈련을 받았다. 오늘날 해병대가 자랑하는 고강도의 훈련과 인내심 그리고 임전무퇴 정신의 전통은 이 시기에 기초를 닦았다고 한다.

해병대는 창설한지 1년여 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현재까지도 해병대하면 ‘귀신 잡는 해병’ 이라는 표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통영 상륙작전이다. 당시 종군 기자로 활동했던 미국 AP통신의 마가렛 하킨스 기자가 통영에서의 상륙작전을 보도하는 자신의 1950년 8월 17일자 기사에서 “그들은 귀신도 잡을 수 있을 것”(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이라고 인용한 것이 바로 그 유래다.

이번에 소개할 타이젬 9단은 ‘가닥구’다. 회원정보를 눌러보니 당구공과 큐대가 보인다. 아하! 당구(특히 쓰리 쿠션)를 꽤 잘 치나 보다. 혹시 당구의 쿠션 먼저 치기의 일본 용어인 가라꾸에서 따왔거나 아니면 한가락하는(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거나 이름을 날리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 九段을 줄여서 썼을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추측으로 가닥구의 인기는 9단 상위 10퍼센트 안에 들어가지 않나 싶다. 그의 지금까지의 9단 전적은 291전 186승 105패 이고 승률은 63.92%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왠만한 9단들은 베팅 대국을 하면서 조금씩 걸고 두는 것이 보통이지만 가닥구는 대부분 아무것도 걸지 않고 둔다. 그렇게 모은 것이 벌써 67억이 넘었다.

가닥구의 기풍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 혁성(TOM.COM)에서 건너 온 BlackLight와의 대국(대국일자: 2008년 3월 19일 0시)을 비교 분석해 보겠다.

흑을 잡은 가닥구는 중국식 포석을 펼쳤고 이에 질세라 백도 모양을 키워 집짓기 위주의 단조로운 분위기였다. ‘이 판은 평소와는 다르게 양 선수가 마치 신사 협정을 맺은 것처럼 전투가 한 차례도 없이 끝나면 무슨 재미일까?’ 라는 독백은 필자의 기우(杞憂)였다. 강물처럼 잔잔히 흘러가던 대국은 백이 흑의 세력권에 낙하산을 펼치면서 잠입한 게릴라에 의해 심하게 요동치기 사작했다.

바로 이때 바둑을 보고 있던 기객(棋客)들의 심장도 두근거리면서 호흡이 일제히 멎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저 대마가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닥구는 고수답게 일직선으로 잡으러 가는 모험을 하지 않고 성동격서(聲東擊西)와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 이라는 바둑 격언을 따라 상대방의 모양을 지우면서 반대쪽에 촘촘한 그물을 펼쳤다. 위협을 느낀 적의 게릴라 부대가 도망치는 틈에 오히려 상대방의 진영에 들어가 순순히 잡히면서 흑의 그물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후 양 미생마를 총 공격해 단숨에 승리를 결정해버렸다.

가닥구의 바둑을 보면 느슨한 수가 없다. 그는 언제나 최강의 공격과 용맹스러움으로 무장해 한치의 타협도 없다. 때로는 ‘지독하다.’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강수와 독수의 연발이다. 그의 행마는 마치 귀신 잡는 해병대처럼 신출귀몰(神出鬼沒)해 상대방을 혼란으로 빠뜨리고 저항 의지마저 꺾어 버린다.

다음은 위에서 말했던 BlackLight와의 대국으로 가닥구가 흑이다.

참고도1

백1은 흑의 중국식 포석을 상대로 천천히 가겠다는 뜻이다. 흑28까지 쌍방 자신의 모양을 최대한 키우고 있다. 폭풍전야! 

참고도2

흑이 중앙의 요소를 차지하자 백은 좌상귀 흑을 핍박하면서 이득을 보고 싶어한다. 흑10이 따끔하다. 백은 축이 불리해 빈삼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 백15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다. 백17로 흑의 진영에 깊숙이 침투함으로써 국면은 느릿느릿한 분위기에서 빠른 템포로 바뀌기 시작했다. 흑18은 공격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성동격서!

참고도3

백1로 반발해 흑14까지 흑이 두텁게 처리하자 백도 우변의 한점이 달아났다. 흑40까지 서로 타협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다음 백의 한수는 무엇일까? 


참고도4

백은 3,5로 나오면서 흑 한점을 잡자고 나왔다. 흑은 백의 강력한 공격에 돌을 버리면서 흑18을 두어 흑의 포위망을 한층 강화한 후 38까지 중앙의 백 대마와 상변의 백 대마 가운데 어느 한쪽만 잡으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참고도5

백3으로 달아날때 좌하귀에서 시간을 벌며 수읽기를 하던 흑은 중앙을 살려주는 대신에 상변을 잡아 우세를 잡았다. 백도 최강의 반격으로 우상귀에서 수싸움을 벌일 듯한 분위기에서 돌을 거두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참고도6

전 그림에 이어서 수싸움을 해보면 백이 두수 늦은패가 나온다. 이렇게 되서는 백이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 한번 힘싸움이 벌어지면 기세 싸움이 치열한 가닥구 특유의 기질을 제대로 보여준 한판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닥구의 쾌승보!


Y기사는 ‘가닥구는 슬럼프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 있지만 그의 실력을 가늠해 본다면 곧 예전의 모습으로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과연 전처럼 훨훨 날고 있는 가닥구를 이번 제5회 동양종합금융증권배에서 볼 수 있을까?

TYGEM / 북악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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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공지능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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