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필자가 바둑을 배울 당시 모습. |
|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붙여뻗기 정석과 따로 떨어진 두 집이 있어야만이 산다는 것과 패싸움에 관한 규정을 외삼촌에게 처음 배웠다. 당시 바둑은 어른들의 전유물이라서 또래의 친구들은 바둑을 두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삼년이 흐른 후 어머니께서는 바둑이 두뇌 개발에 좋다면서 나를 시내 기원에 데리고 가셨다. 그 기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 B와 호선으로 대국을 했다. 한 판은 이기고 한 판은 졌다. 한 달 후 그 소년과 다시 대국을 하게 됐다. 기원 원장님이 이번에는 나보고 선에 두라고 했다. 한 달 사이 바둑 수업을 받았던 소년은 많은 진보를 했고 결과는 나의 참담한 패배였다. 옆에서 친구들과 현현기경의 오봉충천세(五鳳冲天勢) 문제를 풀고 있던 한 어른은 자신이 1급이라면서 나에게 9점을 깔게 했다. | 나는 속으로 9점을 깔면서 모조리 잡으러 가겠다고 다짐했지만 비마 끝내기 막는 법을 몰라 끝내기에서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울면서 기원 계단을 내려가자 어머니께서는 서점에서 사까다 에이오(坂田榮男)의 ‘바둑의 묘수 끝내기’라는 책을 사주셨다. 나는 그 한 권의 책을 통해 비로소 바둑의 눈을 뜰 수 있었다.
8년 후 나는 시내의 다른 기원에서 상대방의 대마를 잡기 위해 수읽기를 하고 있었다. 별실에서 나타난 기원 사범 Y는 이 도시에서 배출한 천재 기사 B에게 인사를 시켰다. B는 기원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고 고향 사람들은 그를 뜨거운 박수로 맞이했다.
대학교 4학년 때 I여대에서 전국 대학생 대회가 열렸다. 젊은 프로기사들이 대회장에 초대됐다. 나는 스위스리그로 진행된 첫 판에서 필패의 바둑을 역전시켜 흐름을 타고 극적으로 뫼조 우승을 차지했다. 뫼조 결승국은 B가 해설자로 나왔고 나는 마치 바둑 진행자처럼 왼쪽에 서서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그의 해설은 말이 별로 없었지만 중요한 장면 위주로 짚어 주었다.
몇 년 전에 B가 좋은 성적을 거두자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열렸다. 나는 평소에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바둑이 느는 비결 한가지만 알려 주시죠?” B의 답변은 간단했다. “자신이 패한 바둑의 문제점이 보일 때까지 계속 복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몇 달이 지나 프로기사 S와 늦게까지 술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밤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B를 불러내겠다고 했다. 잠시 후에 정말로 B가 나타났다. 나는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B는 나와의 네 차례의 만남을 전혀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 반갑습니다.”라고 공손하게 말했다.
만약 타이젬 9단 가운데 최강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지만 상위 랭킹 10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10명 중에서 몇 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아이디가 있으니 바로 한국의 ‘내안의神’이다. 인기 아이디들이 그렇듯이 내안의神도 수많은 짝퉁 아이디를 유행시켰다. 일 년 전 ‘타젬 9단 분석’을 시작한 이래로 회원들의 수 많은 댓글과 쪽지의 희망사항은 내안의神을 분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보통 타이젬의 강9단들은 영화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 1992)’처럼 자신들과 비슷한 기량의 상대방을 골라서 두는 편이다. 그러나, 내안의神은 다른 강9단들만큼 특별히 상대를 가리지는 않는다. 만약 그에게 바둑 한 판을 배우고 싶다면 9단 아이디로 접속해 신청하길 바란다. 물론 많은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고수에게 지도를 받으려는 열정만 있다면 성공하리라 본다.
내안의神은 40연승을 기록하면서 전승으로 9단이 됐다. 2004년 6월 ‘지는쟁이’와의 첫 9단 대국을 시작으로 4년 2개월 동안의 9단 전적은 247전 203승 44패로 승률이 자그마치 82.2%다. 물론 8단으로 내려가 반성문을 쓴 적도 없다. 신기한 점은 그가 때때로 이벤트 기전에는 나오지만 타이젬에서 주최하는 바둑 대회에 나온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가 남긴 기보에는 고바야시 고이찌(小林光一)를 연상케하는 ‘지하철’, 요즈음 베팅 대국은 하지 않고 가끔씩 베팅만 참여하는 ‘hua’, 사랑스럽고 귀여운 ‘☆코알라☆’, xxxoooppp라는 일본 아이디의 중국판 원조 xxoopp,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daxiang’, 무서운 괴력의 소유자 ‘anchampion’, 응수하기 어려운 수를 자주 두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는 ‘꼬장바둑(P)’, 한심한 수를 결코 두지 않는 ‘한심한’, 최근 발자취를 감춘 ‘측정불가’, 대단한 속기를 뽐내는 ‘4k_grubby’ 등의 아이디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안의神 아이디를 보면 일본의 바둑만화 ‘고스트 바둑왕’(원제 히카루의 바둑)을 떠올리게 한다. 바둑의 전설적인 인물 후지와라노 사이는 히카루라는 소년의 몸 안으로 들어와 소년이 바둑을 둘 때 훈수를 해준다. 대단한 기재를 지닌 히카루는 사이의 도움을 받아 바둑 수업에 몰두해 프로에 입문하고 대기사가 된다는 이야기다. 일본은 고스트 바둑왕 때문에 바둑을 배우겠다는 어린이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둑만화가 인기를 끌어 바둑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
내안의神의 기풍은 다음과 같다.
첫째, 좀처럼 서두르지 않고 돛단배처럼 유유하게 나아간다. 둘째, 그의 가장 강한 무기는 적절한 응수타진과 정밀한 형세판단이다. 셋째, 세력의 깊이를 재고 우주류의 약점을 분쇄하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넷째, 노림수가 강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며 끝내기가 세다. 다섯째, 속기가 약하지는 않지만 1분 초읽기를 할 때 가장 안정적이다.
얼마 전에 내안의神의 중요 대국이 있던 날이었다. 대국자는 최근 그에게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K였다. 나는 녹화를 하기 전에 전문기사 J에게 물었다. “오늘 대국 누가 이길까요?” J는 내안의神에게 배추잎을 걸 테니 나보고는 K에게 걸라고 했다. 나는 걸지 못했고 결과는 K의 역전승이었다. 날아가버린 배추잎을 생각하면서 속으로 후회가 밀려왔다.
전문기사 H는 “내안의神이 바둑 공부를 한지 꽤 오래 됐다. 또한, 주위에 술 친구가 많다. 심지어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면서 이것을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인간의 연산 능력은 십대에 최고조로 달하고 20대 중반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는다고 한다. 바둑 평론가 P는 언젠가부터 그가 30초 초읽기를 할 경우 정확한 계가가 안 된다면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라 했다.
다음은 중국의 yshwq와의 대국으로 내안의神이 백이다.
| | | 백1은 흑2 자리에 두어 갈라치는 것이 보통이다. 흑16은 중앙으로 한간이면 무난하지만 호방한 수라고 볼 수 있다. 백17까지 접바둑 정석으로 보통 백의 실리가 크다고 하는 것이 전문기사들의 견해다. 백21은 침착하다. 흑22로 씌우자 우변이 부풀었다. 백의 삭감이 어렵다. |  | | | | | | 백1로 우변에 붙이면서 큰 싸움이 발발했다. 이런 곳은 필자의 감각으로 잡기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다. 흑10으로 철주를 내리면서 몽땅 잡겠다고 나섰다. 백도 우변의 패의 대가로 중앙에서 두터움을 만들었다. 흑집이 크지만 좌변과 상변의 백의 발전성도 있어서 이제부터가 어렵다. |  | | | | | 백2의 철주와 백4의 다가섬이 강렬하다. 흑5는 침입의 급소다. 흑7로 달아날때 백8이 맥점이다. 만약 흑이 반발하면 백18로 좌변의 흑 두 점이 크게 공격을 당해 좌변과 좌하귀가 백집으로 크게 굳어져 버린다. |  | | | | | 흑도 1로 좌하귀에 걸치면서 한껏 버텼다. 하지만 백20까지 상변의 흑 두점이 고스란히 백에게 잡혀서는 백의 우세다. |  | | | | | 흑도 1로 붙여 변화를 구했다. 하지만 백은 16까지 좌중앙 백 다섯점을 버리고 좌하귀 흑 석점을 포위했다. 흑의 타개는 무엇인가? |  | | | | | 흑1로 붙이면서 최후의 전투다. 흑5로 달아날 때 백6이 선수다. 백10까지 밖으로 나가는 곳이 봉쇄됐다. 흑13은 부분적으로 맥점이지만 백은 빈틈 없는 응수로 흑 대마가 잡혔다. 초반 우변 전투에서 우위를 점한 백이 중반 이후 노련미가 돋보이는 저력을 보여주면서 완승을 거두었다. 내안의神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신 제우스처럼 거대하다. 그가 타이젬이 주최하는 세계바둑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꼭 보고 싶다. |  | | | | | 올해 개봉한 영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What Happens In Vegas, 2008)은 멜로 코미디 물이다. 여자 주인공 조이(카메론 디아즈 분)는 약혼자를 위해 파티를 준비했는데 그녀가 초대한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채이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베가스로 갔다. 그곳에서 자기의 아버지에게 해고당한 남자 잭(애쉬튼 커쳐 분)과 만나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일들이 발생한다. 조이는 능력 있는 여성이고 유머감각이 풍부하며 상대를 즐겁해 해줄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지니고 있다.
일설에는 내안의神이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을 슬럼프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나는 그가 조이와 같은 여자를 만나면 어울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러한 상대라면 남자들이 줄을 설 것이다. 타이젬 회원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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