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팀 48명의 기사가 280局, 이날을 기다려왔다!
총35억을 쏟아 부은 한국바둑최고의 무대 KB국민은행 2008한국바둑리그 정규시즌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총 48명의 최고기사들이 8개팀으로 나뉘어 더블리그로 펼쳐졌던 정규리그가 280국 열전보를 남긴 채 모두 종료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8개월간의 대장정을 정리하고 상위 4팀이 출전하는 포스트시즌 열기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다.
정규리그 순위가 어느 정도 결정이 되어 지루하게 진행되던 한국바둑리그가 막판에 소용돌이를 겪었다. 꼴찌팀과 1위팀이 맞붙어서 꼴찌팀이 완승을 거두는 일이 일어난 것.
시즌 마지막 게임이던 지난 8,9일. 9승4패로 2위를 달리던 영남일보가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꼴찌팀 Kixx(3승10)에게 패함으로서 신성건설이 어부지리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경사를 누렸다. 이미 10승4패로 2위를 확보한 신성건설은 어부지리로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상위팀 결산
금년 리그는 막판까지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이는 곧 상위팀과 하위팀의 명암이 일찌감치 갈렸음을 의미한다.
각각 전기리그 6승1패의 제일화재와 후기리그 6승1패의 영남일보는 타 팀을 압도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그러나 우승의 영광은 묵묵히 선두를 뒤쫓다 집중력을 발휘한 신성건설의 몫. 물샐 틈 없는 전력의 월드메르디앙 역시 꾸준한 레이스를 펼치며 포스트시즌에 안착했다.
1위 - 신성건설(10승4패)
모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의 정신력은 실로 강했다. 그러나 1위까지 가는 데는 운이 많이 따랐다. 10승4패로 정규리그 우승에 성공한 신성건설은 막판 4연승을 거두면서 1위 자리에 치솟았다.
사실 전기리그 때만 해도 신성건설은 중위권이었다. 전기에서 4승3패를 기록했지만 상위 3팀과의 대결에서는 1승도 올리지 못했다. 다만 하위권을 확실히 잡음으로서 승수를 유리하게 쌓을 수 있었다. 박영훈(10승3패) 목진석(9승4패)이 에이스 노릇을 해주었고 고근태(8승6패)가 분전한 것도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되었다.
 ▲ 신성건설 박영훈(오른쪽)과 제일화재 최철한의 대결 모습. |
2위 - 영남일보(9승5패)
전기리그 막판부터 8연승으로 질주하던 영남일보는 우승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리그 막판, 롤러코스터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며 끝내 추락하고 말았다. 시즌 최종국에서 이창호를 결장시킨 최하위 Kixx를 상대로 뼈아픈 패배를 당해 9승5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2위로 주저앉고 만 것.
전기 3승4패로 마감한 영남일보의 후반기는 천하무적이었다. 정규리그 1위인 신성건설도 1승조차 올리지 못했을 정도의 막강 상승세를 자랑했다. 전반기 1승 4패로 하위권을 맴돌다, 6라운드부터 힘을 내기 시작한 영남일보는 계속 연전연승으로 7연승을 이어갔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3위 - 월드메르디앙(9승5패)
전반기 5승2패로 잘나가던 월드메르디앙은 후반기 들어 4승3패로 주춤하며 2위와 개인승수에 뒤져 3위로 내려앉았다. 상위 4팀 간의 스탠딩에서 3위로 밀리게 된 계기는 후반기 제일화재 영남일보 신성건설과의 경기에서 모조리 패했기 때문.
특히 정규리그 1위까지도 넘볼 수 있었던 13라운드 신성건설과의 경기에서 ‘신예 트로이카’ 박승화 박정환 배준희가 우세했던 바둑을 나란히 2집반․반집․1집반을 패하는 바람에 고배를 든 것이 가장 아픈 추억이다.
4위 - 제일화재(8승6패)
제일화재는 네임벨류로 보면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 이세돌과 최철한은 이미 리그 공동 최다승자(11승3패)이며 신예 류동완이 7승4패로 의외로 잘 싸워주고 있다.
그러나 전반기 6승1패로 선두였던 팀이 후반기에 2승5패로 추락한 대목은 몹시 아쉽다. 강력한 원투 펀치를 보유했기 때문에 4위 턱걸이 성공한 것도 강점일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가장 경계할 팀이 바로 4위 제일화재이다.
하위팀 결산
하위 4팀은 전기리그에서 이미 호흡 조절에 실패한 느낌이 있다. 총 14라운드라면 제법 팀을 정비할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을 것이지만, 이른 시간 내에 5할 승부를 달성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사실상 하위권으로 굳어지고 만다. 상위 4팀 가운데 끌고 낙오할만한 팀이 없었다는 것도 큰 요인이다.
5위 - 울산디아채(6승8패)
전기에 5패를 기록한 울산디아채는 후기 시즌개막과 함께 4연승을 구가하며 지난해의 역전극을 재현하는가 싶었지만, 결국 전기에서 당한 패점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전기리그 2승2패에 이은 5~7라운드에서 신성건설 영남일보 월드메르디앙 등 정규리그 1~3위 팀에게 도합 1승14패의 참패를 기록하여 기가 꺾였다. 강동윤은 제 몫을 했으나 주장인 백홍석의 부진(7승7패)이 아쉽다.
6위 - 티브로드(5승9패)
티브로드는 조한승 안조영 김승준 최명훈 등 굵직한 허리는 자랑할 만했다. 그러나 개인승수 36승으로 비해 최종성적이 형편없는 것은 결정타를 날려줄 에이스가 없었다는 점이 안타깝다.
매 게임마다 특유의 끈질긴 바둑으로 팬들의 이목을 끌어 당겼으나, 포스트시즌에 상위 4개팀과 총 8번 경기에서 3:2 승부를 7차례나 했고, 그중 승리가 단 한 번에 그쳤던 것이 아쉽다. 14라운드의 정규리그 도중 3연패와 4연패를 한 차례씩 당하며 총체적 경험 부족을 드러낸 것이 결정적인 패인.
 ▲ 제일화재 VS 한게임의 대결 모습. |
7위 - 한게임(5승9패)
전통적인 강팀이었던 한게임의 몰락도 충격적이다. 3승2패에서 맞이한 연패가 내리 7연패까지 이른 것은 최하위를 비켜간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할 판이다. 다만 선수들간 호흡은 잘 맞았으나 에이스라고 할 이영구와 홍성지만 8승6패로 제몫을 해주었을 뿐 전반적으로 저조한 성적이었다. 3장으로서 이름값을 해내지 못한 김주호의 부진(4승9패)도 한몫을 했다.
8위 - Kixx(4승10패)
“내가 아니라도…” 서로 너무 믿은 것이 패인이었다. 네임벨류로는 3위 안쪽에 속하는 팀이 꼴찌로 추락했다. 뭐니 뭐니 해도 조훈현-이창호 사제를 필두로 박정상 송태곤 등 두툼한 허리를 받친 Kixx의 꼴찌 추락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송태곤이 8승5패로 에이스역할을 해주었고 조훈현도 14라운드에 출전하며 7승을 거두어 제몫을 했다. 그러나 믿었던 이창호가 5승8패로 부진했고, 박정상 또한 6승8패로 부진했던 것이 꼴찌 추락의 원인이었다.
준플레이오프(3,4위전)/ 제일화재: 월드메르디앙
포스트시즌을 보기위해 8개월간을 달려왔다. 8팀 중 꼭 절반에 해당하는 4팀만 포스트시즌에 초대된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달리 5판3선승제로 승리 팀을 가린다.
따라서 다크호스를 후반에 배치해 ‘뷰비트랩’을 기대하기 보다는, 초전박살 형의 에이스의 맞대결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2 승부가 벌어지면 역시 5위 순번을 감독은 애타게 찾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각 팀 사령탑들의 머리싸움이 치열해진다고 봐도 된다.
15일부터 펼쳐질 준플레이오프의 오더가 나온 상황이다. 4위 팀의 장고바둑 오더오픈 규정에 따라 제일화재는 김승재를 공개했고, 월드메르디앙은 상대 전적에서 2승1패로 앞서 있는 입단동기 한상훈을 앞세워 견제에 들어갔다. 리그공동 다승왕인 제일화재의 이세돌․최철한 투톱은 월드메르디앙의 신예듀오 박정환․박승화를 상대한다.
아무래도 이․최를 상대로 한판을 건질 수 있다면 월드메르디앙의 전망은 밝다고 하겠다. 월드메르디앙의 주장 원성진(10승4패)은 제일화재의 든든한 허리 홍민표(6승8패)를 상대해야 한다.
만약 2대2로 동률을 이룬다면 또한 남아있는 주자가 큰 승부에 강한 유창혁이지만 제일화재는 정규리그에서 7승4패를 거둔 류동완이라는 점에서 그리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
 ▲ 2008 한국바둑리그 개막식. |
영남일보는 제일화재를 피하고 싶고, 신성건설은 영남일보가 싫다
플레이오프에 선착해 있는 영남일보로서는 막강 투톱의 제일화재보다는 월드메르디앙이 올라오기를 기대할 것이다. 김지석이 부활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남일보는 특출한 에이스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중간허리진이 강한 팀. 초반부터 2승을 내주고 2골을 주고 시작하는 시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월드메르디앙과는 어떤 매치 업에서도 해볼 만한 상황.
다만 이세돌이 대국수가 최근 극도로 많아진 것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제일화재가 올라오면 이세돌전에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신성건설은 무엇보다도 정규시즌 막판 꼴찌팀 kixx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한 후유증을 잘 씻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
챔피언결정전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성건설 역시 느긋하지는 않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 가운데 가장 적은 개인 승수를 기록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신성건설은 영남일보가 올라오는 것이 마뜩찮다. 영남일보에겐 1승도 올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장 양재호 감독의 용병술이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양감독은 정규시즌 14라운드 중 7차례의 라운드에서 박영훈․목진석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여 재미를 봤다. 3번기로 치러질 챔피언 결정전은 지금은 예상하지 못하는 작전이 나올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