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강전] ● 저우쥔쉰(대만) ○ Fairy(P)(한국)
한국기사로서는 8강전에 1명만 살아남았고 나머지 7명이 중국기사들로 채워진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보통의 경우라면 중국에서 누가 우승할 것인지를 가려보는 정도의 별 의미 없는 대회로 흐를 공산이 크다. 그러나 단 1명의 주인공이 이창호라면 기대감을 살짝 가져도 되겠다.
그는 중국의 황사바람에 휩쓸릴 위기에서 첫 번째 칼날을 잘 피해갔다. 이창호가 9일벌어진 춘란배 8강에서 중국의 일인자 구리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콩지에와 4강전도 역시 기대한다. 결국 우승은 1명이 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보면서…. 이창호는 역시 한국바둑의 영원한 주장이다.

<실전> 하변에서 백은 거의 흑 집을 제로로 만들어야 계가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 따라서 백1로 이단 젖혀서 중앙과 좌변을 계속 원거리에서 노려보고 있다. 지금 액면으로는 물론 좌변과 중앙 흑은 살아있다.
흑4는 기분 내키는 대로 흑‘가’로 한 점을 잡기 쉽지만 백이 4의 자리를 끊어서 흑 넉 점을 잡게 되는 것이 크다고 본 것이다. 실전은 백5의 곳으로 보강할 참이어서, 그냥 흑 덩어리를 죽이고 바꿔치기를 하기엔 아깝다는 말이다.
백7로 한 점을 살리고 본다. 물론 우변과 상변 흑 대마까지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한수이다. 흑8로 치중 가서 딴 청을 피우자, 역시 기세로 Fairy(P) ‘나는 당신의 대마를 노리고 있소!’라고 말하듯 백9로 끼우며 위험을 알린다.
여기서 조용히 흑의 압승으로 끝날 것 같은 바둑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한다. 바로 흑18로 우변을 막은 수 때문이다. 그에 앞서 흑14로 뒷문을 철저히 막아놓고서 우변을 지킨 것은 ‘이제 그만 항복하시죠?’ 라는 완곡한 표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교만한 이 한 수가 바로 19을 불렀으며, 또한 중앙에서 흑20,22로 찔러 이어서 패가 날 공산을 없애버린 것이 저우쥔신 9단의 ‘악수 2종 세트’였다. 너무 많이 이겨있어서 싫증이 났을까?

잠시 <참고도>를 보자. 지금은 흑1로 하변을 지키는 것이 더 컸다. 만약 백2부터 수순이 진행된다고 치면, 백8로 집어넣어서 패가 발생한다. 패의 크기는 26~27집정도이다.
문제는 두 번을 두어야 패를 이기니까 패의 가치는 13집 정도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중앙 패를 지더라고 흑의 하변과 우변을 지켜서 좋은 것이다. 쉽게 말해서 중앙은 보기보다는 적다는 뜻이다.
<실전> 그러나 아직까지도 흑이 앞서있다. 백23으로 뛰어들었지만 하변만 깨진다면 아직도 흑에게 승산이 있다. 그런데 굳건한 우하귀까지 잠식당하게 된다. 백23은 일단 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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