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강전] ● 동양의빛(한국) ○ 사신(P)(한국)
“방랑기객 용비호를 찾아라.” 대략 5년 전 중국. 마치 중국 무협소설의 주인공처럼 ‘용비호’라는 고풍스런 아이디를 가진 정체불명의 고수가 강호에 등장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프로기사들도 여지없이 나가떨어져 중원에 피바람이 일었다. 용비호는 인터넷 바둑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생긴 바둑기인의 효시. 9단 자격으로 중국청풍 사이트에 등장했는데, 9단급 고수들을 잇달아 격파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를 보다 못한 ‘천재’ 뤄시허가 그를 ‘혼내 주기 위해’ 정식으로 나섰다. 프로기사라고 밝히고 나섰지만 용비호에게 뜻밖에 4연패를 당하면서부터 사건이 커져버린 것이다. 당시 두 고수의 대결에서 뤄시허의 참패 소식은 즉각 중국을 비롯한 인터넷상으로 뉴스가 퍼져 나갔다.
중국 바둑계에서는 용비호가 실제 인물이 아니라 누군가가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지만, 그를 결국 찾아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유력한 용의자로 녜웨이핑, 마샤오춘, 창하오, 위빈, 구리 등 정상급 프로기사나 위기소년대 소속 청소년 기사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아직 용비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물론 그런 후 비슷한 아류의 전설적인 기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실전> 흑1로 들여다보자 백2,4로 가볍게 사석작전으로 저리하는 것도 정확한 형세판단이 밑받침 되어야만 가능하다. 만일 욕심을 내어서 백이 <참고도> 1처럼 잇고 나온다면 흑2로 통째로 덮어씌워서 모두 다 걸려들 공산이 있다. 흑A가 항상 선수임을 명심하면 통째로 갇힌 셈이다.

보라. <실전> 6으로 완전히 상변은 흑에게 먹어가라고 하며, 8까지 밖에서 실실 스텝을 밟을 뿐이지 결코 화난 흑 주변에 가지 않는 솜씨를. ‘나는 이기고 있으니 당신이 상변을 드시고 싶다면 맘껏 드세요.’ 라고 비꼬는 듯하다.
백10으로 중앙에서 골을 더 깊게 만들자 이제는 바둑이 거의 백에게로 기운 듯하다. 하는 수 없이 흑11로 쳐들어왔지만 백12부터 16까지 선수하고 보니 11은 너무 깊이 들어온 감이 짙다. 흑이 패기 있게 들어왔으나 백이 막상 셔터를 내리자 포위되고 말았다. 이것은 흑을 잡겠다는 것이다.
백18은 자기를 보강하면서도 흑 한 점을 위협하는 수. 하기야 어느 쪽을 연결한다고 해도 흑이 한 수만에 연결이 되지 않는다. 흑19는 백20을 불러서 바둑을 끝내달라며 운명을 결정짓는 수. 깨끗하게 돌을 거두기 위함이다.
백이 시종 두터움을 무기로 잘 싸운 한판이다. ‘사신’은 실수가 거의 없는 완벽에 가까운 바둑을 구사했다. 사실 ‘동양의 빛’도 타이젬에서 팬을 상당히 거느린 바둑인데 오늘은 사신을 능가하는 바둑을 선보였다. 명목상으로는 프로기사를 비프로가 이긴 셈이 되었다. 과연 ‘동양의 빛’이 프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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