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동양생명배 결승 3번기 제2국 - 2008.12.16
두텁게 두게 되면 나중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러나 실제로 바둑을 둘 때는 ‘현찰’만을 믿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세력의 믿음’을 가지고 이기는 바둑을 보면 괜히 존경스러운 맘이 든다.

중앙 방면에서 갑자기 슬로프가 만들어져 흑은 다급한 상황이다. 흑1로 한 칸 뛰어서 삭감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백2로 갖다 붙여서 하 중앙 백도 커질 관상이라는 것이다. 흑‘가’로 젖히면 백은 당장 4로 끊어갈 것이다.
또 한 번 흑3으로 붙여서 살금살금 깎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뇌전검룡 9단이 작심한 듯 오히려 백4로 젖히고 흑5,7을 허용한다. 아니, 이렇게 힘들게 만든 집을 쉽사리 내준단 말인가?

백4로는 <참고도1> 백1로 찔러서 흑 한 점을 굳이 잡으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흑6,8로 단수를 몰고 나오는 수순이 좋아서 흑14까지 백 세력에 흠집이 생기고 만다. 그래서 <참고도2> 백1로 껴 붙이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상당히 날카로운 수인데, 이때는 흑4로 젖히는 수가 듣게 되어서 백이 무리로 판명난다. 흑6로 젖혀 축이 될 가능성을 없애버리고 나서, 흑8로 끊게 되면 중앙에서 14까지 수가 크게 날 것이다.

따라서 백4는 어쩔 수 없는 변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 섞인 전망은 그것으로 끝이다. 백8,12가 놓이고 보니 또다시 하중앙에 대궐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역시 두텁다는 것은 ‘마이다스의 손’처럼 아무데나(?) 두더라도 집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비록 1국에서는 대역전패를 당했지만 뇌전검룡 9단은 몹시 노련한 기사이다. 판을 이끌어가는 능력에서 동양의빛 9단보다는 한층 노련한 냄새가 난다. 이러한 정황은 국면이 어렵다가 반전이 되는 순간에 나타난다. 즉, 노련하지 못한 기사는 역전을 했다가 금세 또 역전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지금 백은 더더욱 격차를 벌이는 중이다. 99% 확정된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변할 수 있는 것이 바둑인 것이다. 따라서 상중앙에서 연신 집이 생길 것 같던 분위기에서도 과감하게 그 쪽을 포기하는 결단이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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