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젬게임

유저수첩

神이 내린 美聲 - 파리넬리 12급

아직 세상에 제대로 진가를 드러내지 못한 원석

2009-03-17 오전 10:01:31 입력 / 2009-03-17 오전 10:46:42 수정

S#1. SBS ‘스타킹’이 배출한 무명스타

2009년 1월 3일 SBS 스타킹 신년특집 모창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트럭운전수 ‘파리넬리’를 혹시 기억하시는지?
칙칙한 점퍼 차림에 아이들 셋을 데리고 나와 팝페라를 불러 가수 노사연을 비롯해 출연진들을 경악시켰던 화제의 주인공 이원석(31).

그는 러시아의 국민가수로 유명한 아쟁청년 비스타를 방불케 하는 초고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일반인들이 따라 부르기 어렵다는 백지영, 이은미, 소찬휘, 김현정, 신지, 등 고음의 여성가수들 노래를 아주 편안하게 부르다 못해 키(key)를 몇 개 올려야 비로소 노래의 맛을 쫄깃하게 낼 수 있다며 흡족해하는 괴물이다.

가성으로 하이 톤의 발성을 내는 조관우와는 또 다른 스타일인데 필자가 듣기에 볼륨이 더 풍성한 듯싶다. 음역(音域)의 폭도 엄청나지만 절대음감의 소유자여서 그 어떤 노래라도 한 번 들어보면 대략 감을 잡고 다시 부를 줄 안다는 점이 놀랍다. 또 모르는 노래라도 다른 이가 부를 때 절묘하게 코러스를 입히는 법을 안다.
특별하게 화성악(和聲樂)을 전공했거나 악기를 익힌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것이다.

그가 뿜어내는 진가성(眞假聲)은 목의 성대를 벗어나와 머리로 올라간다. 머리 안에서 공명하는 두성(頭聲)은 마치 대금 소리처럼 가늘고 높은 파장으로 터져 나온다. 가슴과 목 그리고 턱까지 골고루 활용하는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소리는 저절로 습기를 품고 듣는 이의 고막을 울리고 심장을 적신다. 그의 노래를 듣다 보면 까닭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스타킹의 심사위원들이 전율을 금치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는 팝페라 지망생 이원석, 그가 오늘 유저수첩의 모델이다.


S#2. 트럭 안에서 득음(得音)을 하다

방송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는 필자가 사는 고양시에서 야채를 운송하는 트럭운전수였다. 근교농업으로 재배된 야채를 서울 청량리 시장에 운반해주는 일로 황금 같은 20대를 고스란히 흘려보냈다.

고교 시절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지만 집안 환경이 너무 어려워 아버지가 하던 야채배달 일을 돕다 보니 더 이상 배울 수 없었고, 그때부터 그저 숙명처럼 가난, 불운과 싸우면서 묵묵히 하루벌이를 감내해야 했다. 서울의 달동네 옥탑 방에 살면서 온 가족이 죽어라 배추를 나르고 잠을 줄여가며 차를 몰았는데도 가정경제는 단 한 차례라도 여유 있었던 기억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가 애써 말을 아끼지만 필자는 그의 집안 내력을 훤히 궤뚫고 있다. 왜냐하면 한 동네 같이 사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그의 올 곧은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미안하지만 그 내력을 아주 약간 털어놓자면, 가난의 원인은 전적으로 아버지가 향유한 낭만 지상주의에서부터 비롯된다.

친구들을 좋아하고 술을 즐기고 도박과 노래와 여자를 좋아하는 한량(閑良)이시다 보니 어느 날 어머니 대신 새어머니가 들어오고 수입보다 지출이 늘 많았으니 그 도락(道樂)의 대가를 자식들이 톡톡히 치러야했다. 지금도 아버지는 벽제의 비닐하우스에서 야채를 재배하는데 그 한쪽 모퉁이에 최고급 음향시설의 노래방기기를 설치해놓고 틈날 때마다 한 곡조 뽑는 걸로 한 많은 인생의 굴곡을 달래는 중이시다.(이 부분도 복선이니 읽는 분들은 화내지 마시길^^)

아무튼 그런 기괴한 환경에서 자랐기에 노동과 결핍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채 트럭을 몰며 청춘을 보낸 이원석은 차 안에서 카세트를 틀어놓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재미없는 20대의 울분을 폭발시켰다.

그렇게 10년 세월 트럭 핸들을 잡고 소리를 질러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성량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른바 득음(得音)을 한 거였다. 성대를 좁혀 머리로 소리를 공명시키니 희한하게 소프라노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침 라디오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드라마 명성황후 OST ‘나 가거든’이 흘러나와 흥얼흥얼 따라 불렀는데 제법 맛깔스럽게 노래가 되는 거였다.

그래도 자신이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는지 알지 못했다. 라이브 카페나 시민 노래자랑대회에 나갔다 하면 대상을 먹곤 했어도 가수가 되리라는 꿈을 꾸질 못했다. 그런 세계는 지평선 저 멀리 또 다른 사람들이 사는 유토피아로 여겼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한 평도 안 되는 트럭 안에서 쌓은 내공인데 이 실력으로 뭘 하겠어! 그런 심정이었다.
(고수의 기력을 지녔으나 프로 입단의 절차를 모르거나 관문이 까다로워 헤매는 이무기 아마 강자를 생각하면 흡사하리라.)

그런데 갑자기 지난 겨울 십 년 거래처였던 청량리 시장이 재개발을 하게 되어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뭘 다시 시작해야 할지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일찍 결혼해 아이를 셋이나 두었는데 당장 우유 값을 벌어야 하는데…….

그 무렵 연말연시를 맞아 TV에서 특집 프로그램들이 한창이었다. 강호동의 ‘스타킹’에서 상금을 걸고 모창대회를 한다는 예고를 보고 이원석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참가신청을 했다.
예선 오디션에서 프로그램 작가가 그의 노래를 듣더니 ‘어머 어머!’를 연발하며 여러 개 준비한 노래 중에서 ‘파리넬리’를 추천했다. 솔직히 그때까지 그는 자신의 음성이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본 프로그램에 나가 부르니 가수들이 기립박수를 쳐줄 정도로 굉장한 호응을 받으며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S#3. 비 개인 오후를 좋아하세요?

3월 5일 파리넬리 이원석은 생애 첫 공연을 가졌다. 무대는 고양시의 한 성당 노인대학 입학식장. 방송에서 화제를 모았어도 정식 데뷔를 하지 못하고 골방에 쳐 박혀 작사 작곡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필자가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죠?”
“너 잘하는 거 불러. 그리고 앵콜이 나오면 옛날 트로트 몇 곡 불러드려.”

그가 무대에 서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봤다. TV에 나온 트럭운전사라고 소근거렸다.

첫 노래 ‘님은 먼 곳에’가 울려 퍼지자 객석이 일시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때부터 앵콜 세례가 계속 터졌다. 소박한 무대였지만 열광의 도가니였다. 시종일관 기립해서 공연을 지켜보던 신부(神父)님이 감격을 금치 못하고 무대로 나가 그를 껴안았다. 할머니들도 우르르 뛰어나가 손을 움켜쥐었다.

바로 며칠 뒤 의정부 성당에서 초청연락이 왔고 또 며칠 뒤 일산 쪽에 공연 요청이 날아왔다.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스케줄을 뽑고 핸들을 잡는 그의 로드매니저가 되어야만 했다.

마침내 입소문이 퍼져 3월 16일 경기서부지구 모든 성당의 노인대학 봉사자들이 모인 홀에서 선보인 공연은 가히 압권이었다. 애초 3곡 쯤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그가 불을 지핀 분위기가 너무 뜨거워 아예 단독 콘서트로 프로그램을 급 변경하고 말았으니까.

공연 도중에 각 본당의 학장님들이 차례로 임시 매니저인 필자를 찾아와 공연 요청을 해왔다. 스케줄을 뽑아 보니 여름까지 무려 12건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파리넬리는 관객들에게 휩싸여 생전 처음 사인회를 가져야 했다. 벌겋게 얼굴이 상기된 그에게 물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보니 기분이 어때?”
“제 노래에 반응해주시니 저도 소름이 돋던데요.”
“시작은 이런 곳에서 하지만 끝은 창대하길 빌어 보자.”

영화 ‘라디오 스타’는 한물간 스타 박중훈과 그의 잠재력을 믿는 매니저 안성기가 한적한 소읍 영월로 내려가 쓸쓸한 시절을 보낸다. 파리넬리 이원석과 함께 며칠 공연을 다니면서 ‘라디오 스타’의 한 장면을 재현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보니 케이블 방송사에서 휴먼 다큐를 찍자는 제의가 오고 공중파 출연도 들어왔다. 내로라하는 작곡가들로부터 만나자는 연락도 왔다.

타임투세이굿바이
듣기!

한 걸음씩 노래의 세계로 걸어가고 있는 현재진행형 이원석은 그래도 노인들을 위한 공연을 계속하겠다고 고집한다.
“할머니들은 왠지 낯설지 않아요. 그리고 너무 순수하시고요. 제가 노래를 못하게 되는 날까지 이런 자리는 계속 찾아가고 싶습니다.”

어렵게 살아왔으므로 소외된 이웃들이 남 같지 않아 자신의 달란트를 나누고 싶다는 뜻이다. 오래도록 흐린 날 비오는 날의 습윤한 공기 속에서 살아왔던 이 사내. 착하다. 어린애처럼 착해빠졌다.

“어릴 때 삐뚤어질 가능성이 농후했지요. 하지만 바로 위에 형이 있는데 그 형이 너무 착했어요. 아버지께서 학교도 못 나가게 하고 일을 시켰는데 형은 군소리 하나 없이 궂은일을 도맡아했거든요. 형을 생각하면 절대 나쁜 일을 생각할 수 없었어요.”
“거참, 아버지가 너무 심하셨네!”
“그렇기야 하지만 또 저한테 노래의 유전자를 주셨으니 감사하죠. 하하”

늘 이런 식이다.
요즘 그의 얼굴은 티 없이 밝고 맑다. 깔끔하게 고음으로 치솟는 그의 노래처럼, 혹은 비 개인 오후의 하늘처럼.


S#4. 왜 타이젬이냐면

그의 타이젬 아이디는 별명 그대로 ‘파리넬리(12급)’다.
기력은 아주 약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의 권유에 의해 유저가 된 사연이 있다. 그렇게 다소 억지로 타이젬 식구가 되었지만 아주 빠르게 애기가들과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 주 부산과 포항을 취재 갔을 때 이 친구와 동행했다. 가수 함중아 씨에게 다짜고짜 후배 하나 키워달라고 생떼를 쓸 참이었다.
함중아 씨는 그 동안 100여 곡의 노래를 만들어 둔 상태로 후계자 양성이 꿈이라고 필자와의 인터뷰에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아주 절묘하게 파리넬리와 운명의 끈이 닿는 셈이다.

함중아 씨는 그를 보자마자 오디션도 보지 않고 7080라이브카페 무대에 올려버렸다. 그는 생전 처음 서보는 업소에서 가수라는 타이틀로 노래를 불렀다. 발라드와 트로트를 섞어 불렀는데 관객들이 일어나서 어깨춤으로 환호해주었다.
“내가 만든 노래와 원석이 음성 분위기가 아주 잘 맞는데!

함중아 씨는 아주 흡족한 듯 카페 안에 설치된 VIP노래방으로 우리를 초청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장르의 노래를 후배에게 부르도록 하고 유심히 감상했다. 그러다 감흥이 솟구쳤는지 앞으로 나가 답가를 무려 세 곡이나 불러주었다.

“내가 이런 데서는 절대 노래를 안 하는데…”
그 자리에서 함중아 씨가 부른 ‘천년바위’를 필자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영혼의 모든 기를 짜내 피를 토하듯 열창하는 왕년의 스타를 바라보면서 그 방의 모든 사람들이 감전된 듯 정물화로 굳어 그만 바라보고 있었다.

“원석아. 저 노래는 저 분이 너에게 들려주는 마음의 선물이다. 노래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그 역시 눈을 감고 겸허하게 대선배의 선물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함중아씨는 요즘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노래교실 강의를 하고 있는데 다음 주에 파리넬리를 초청해 무대에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인연들이 타이젬 안에서 차곡차곡 쌓여지고 있으니 기우님들께 성의껏 보고서를 올리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문득 그의 이름을 다시 적어본다.
원석. 글자 그대로 아직 세상에 제대로 진가를 드러내지 못한 원석(原石)이 아닌가 싶다. 가슴 뜨거운 타이젬 기우들의 진지한 응원으로 거친 표면을 갈고 닦아낸다면 우리들의 공간으로부터 아주 독특하고 신선한 가객(歌客) 한 사람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

PS : 3월 17일 화요일 오후 7시!

타이젬 고수1방에 ‘파리넬리 음방’을 마련합니다. 듣고 싶은 노래 신청하셔도 좋습니다.
100% 라이브로 유저 여러분과 함께 즐거운 시간 가져보도록 하지요. 바둑과 음방을 통한 소통도 타이젬이 자랑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사재를 털어 T머니 5억 준비하지요. 멋진 신청곡 해주신 분들 선정해 나눠 드리겠습니다.
(착한 사내를 위한 애교어린 삐끼로 양해해주시길^^)

TYGEM / 김종서 작가

관련기사

SNS 간편로그인

(주)컴투스타이젬    대표이사:이승기    사업자등록번호:211-86-95324    사업자정보확인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15 파이낸셜뉴스빌딩 4층

제호: 타이젬    등록번호: 서울 아04168    등록(발행) 일자: 2016.10.4

발행인: 이승기    편집인: 정연주    청소년보호책임자: 장성계

전화: 1661-9699 (상담시간:10:00-18:00)    FAX : 070-7159-2001    이메일보내기

COPYRIGHTⓒ Com2uS TYGE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 타이젬 일본
  • 타이젬 중국
  • 타이젬 미국
  • 타이젬 대만

2019 인공지능대상 수상

등급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