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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雜學

반면 빅이면 빅이다?

ㅋㅋ

2009-04-22 오후 2:22:27 입력 / 2009-06-13 오후 6:40:23 수정

관전기를 보노라면 '제한시간 각자 3시간 덤 6집반'이라는 써진 대목을 살필 수 있다. 대국을 하기 전의 규정안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규정'은 제한시간의 재고(再考)와 더불어 크게 덤의 크기 문제로 점철되어 왔다. 덤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다.


●…덤은 바둑발전의 바로미터

받을 몫에서 일정한 수량을 빼는 행위를 '뺌' '뗌'으로 해석하는 것이 공제이다. 반면, 맞바둑의 경우 흑이 백에게 '덤으로' 몇 집을 더 주는 일은 덤이라고 한다. 따라서 백의 입장이냐 흑의 입장이냐의 문제이지 덤과 공제는 같은 의미이다.

덤이 있어 솔직히 바둑이 발전한다. 덤은 첫째는 무승부를 없애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흑 백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이다. 기량이 비슷한 사람들이라면 먼저 두는 쪽이 유리하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얼마만큼 유리한 것인지 정확한 수치로는 알 수가 없으나 대개 한 수의 가치를 10집 정도로 계산하여 먼저 두는 쪽에서 그 중간 숫자를 부담하도록 규정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덤의 본래 의미이다.

그런데 한 수의 가치가 점점 변하는 고로 10집을 기준으로 뚝 반을 잘라서 덤을 5집반으로 한다고 했다. 한 수의 가치가 나날이 더 중요해 지고 있는 이때 과연 10집밖에 안될까. 인정하는 그 의견에 동조하는 프로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옛날 기사들의 바둑시합에는 공제라는 것이 없었다. 흑은 들고 두는 쪽이 분명 유리한 것은 있었지만 백을 들고 두거나 흑을 들고 두거나 그저 최선을 다해 승부를 겨루었고 그 결과 빅이 나오면 빅으로 처리하곤 했다.

과거 60년대에만 해도 흑4집반 공제였는데, 7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5집반 공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다시 5집반 공제는 흑이 유리하다 하여 6집반 공제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조-서의 덤 싸움

덤에 얽힌 이야기 중 가장 가까이 있는 얘기는 조훈현 서봉수의 해프닝일 것이다. 2001년 6월말 한창 뜨거울 당시 바둑가의 썰렁한 '덤 문제'로 인해 바둑계가 싸늘하게 가라앉은 적이 있었다. 사실 구경꾼으로서는 흥미진진하여 어떻게 결말이 날까 관심을 집중시킨 사건이었다.

이른바 '조훈현 덤 착각' 사건이 그것이다. 국내기전 중에 왕위전이라고 있다. 가장 늦게 덤6집반에 올라탄 기전은 J일보에서 주최하는 기전으로 대개 국내기전의 두 번째 정도 가는 큰 기전으로 전통을 자랑한다.

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왕위전 도전권이 한창 무르익은 시기, 조훈현이 5연승으로 거의 도전권을 거머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총 8명이 도전권을 다투는데 개인 당 7판을 둔다. 따라서 개인전적 5연승을 기록한 조훈현은 다른 대국과의 추이를 살펴야 하지만 자력으로 거의 도전권을 따내는 분위기였다.

2위로는 이세돌이 4승1패. 그리고 굳이 거명할 필요는 없지만, 안영길이 3승2패, 서봉수가 2승3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남은 대국이 조훈현의 경우 서봉수와 이세돌의 두 대국이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조훈현이 가장 유리한 국면이었다.

문제는 조훈현과 서봉수의 대국. 주지하다시피 이들은 20년 라이벌이요 더욱이 서봉수의 경우는 리그시드가 걸려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바둑이었다. 그럼에도 조훈현이 그 대국을 이겨서 6전전승을 기록하게 될 것임을 바둑가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치열한 바둑이 끝내 아슬아슬하게 반 집 승부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점심시간도 걸러 가면서 그들은 반상에 열기를 쏟아내고 있었고 드디어 끝내기만 남은 국면. 서봉수이 갑자기 기록계에게 묻는다. (사실 이런 류의 질문도 해서는 안 된다는 법규가 있지만, 통상 대국과 관계없는 얘기는 가끔 시도된다.)

"이거 덤이 얼마지?"

"6집반입니다."

미세한 국면이라서 한번은 물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두 대국자는 아무 말도 않고서는 대국을 종료.

서봉수는 흑으로 6집을 남겨서 6집반이 덤인 고로 반집을 지고 말았다. 언제나 반 집 승부의 끝은 애석하여 당사자에게 말을 걸기조차 미안하다.

'아휴 또 반 집 승부가 났다….'

안타깝게도 서봉수는 반 집 패를 확인하고 자신의 시드 탈락을 확인했다. 그런데 돌을 쓸어 담으려는 순간 박영훈과 옆자리에서 대국하던 유창혁이 불쑥 말을 꺼낸다.

"왕위전은 덤이 5집반인데요?"

순간 얼굴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변해버린 조훈현은 기록계의 얼굴을 쳐다보고 기보 용지에 적혀있는 덤 난을(덤이 몇 집인지 표기한 공간) 확인했다.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분명 기록계도 6집반이라고 했고 사무국 직원도 6집반이라고 적어 두질 않았는가.

유창혁의 희한한(?) 발언 뒤, 대국이 끝나고 대국실에 들어와 승패를 확인하던 한국기원 직원이 "왕위전은 덤이 6집반이 아니라 5집반"이라고 폭탄선언이 재차 이어진다. 서봉수는 미소를 조훈현은 읍소를 하기에 이른다.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니라 승패가 대국자든 관계자든 헌법을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회 규정에만 따른다면 덤이 5집반이므로 서봉수의 반집승이 맞지만 두 대국자 모두 기록자에게 덤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추어 바둑을 둔 대국당시 정황으로 비추어본다면 조훈현으로서도 패배를 인정하기에는 억울한 상황이라 정황상은 조훈현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물론 관계자가 기록용지에 오기(誤記)한 책임은 있다. 특히 대국 전 기록용지에서 제한시간, 덤 등을 확인하는 프로기사들의 평소 습관을 감안한다면 작지 않은 실수인 셈이었다. 그러나 그 부분은 개인이 시말서를 써야 하는 부분일 뿐이다.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대의원회의에서 김인 9단이 "현재 규정이 명문화 되어있지는 않지만 대국 기보가 기록되는 경우 대국결과는 항시 대회규정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힘으로써 사태는 서봉수의 반집승을 한 것으로 마무리지게 되었다.


●…고무줄 덤이란 이런 것

더 해괴한 일도 있다. 1961년 제6기 국수1위전 도전5번기 제1국이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두어졌다. 국수는 조남철 7단(당시)이며 도전자는 김인 4단(당시)이었다. 38세의 원숙미를 더하는 조남철의 아성에 19세의 김인이 도전하는 이 국수1위전.

참고로 국수전이면 국수전이지 왜 1위국수전인가? 과거에는 노국수(老國手)가 하도 많아서 저마다 전관예우로써 국수소리를 들었다. 따라서 그들 국수 가운데 진짜 국수를 뽑는다 하여 국수 1위전이다.

1956년에는 창설된 국수전은 제1기 때부터 '흑4집반' 공제를 적용해 왔다. 1961년 두어진 도전1국은 김인이 백 차례였고 반면 빅이 나왔다. 그렇다면 당연히 백4집반 승이었다.

그런데 대국이 끝났지만 판정은 유보되었다. '이 무슨 조화인가?'

한국기원 임원회의가 급히 열렸고 거기서 이 대국을 빅으로 판정 내리고 만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흑4집반 공제의 규정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을까?

이튿날 동아일보에 다음과 같은 공식발표가 실렸다. "이날 대국은 260수만에 마쳤는데 조남철과 김인의 바둑은 반면 빅으로 처리되었다. 이 대국은 종번기(終番棋)인 제5국만 4집반의 공제가 있을 뿐 4국까지는 공제가 없기 때문에 이날 대국은 빅으로 최종 처리되었다."

공식발표를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4국까지는 공제가 없고 마지막 5국만이 공제를 채택한다는 얘기였다. 어찌 이런 말도 안 되는 규정을 들이밀었을까. 도전 1국이 그렇게 빅으로 끝난 후 제2국의 조남철 국수가 백불계승을 거두었다.

"김인 군이 일본에 유학을 가게 되는 만큼 여하튼 이번 대국은 잘못하면 한국의 타이틀을 현해탄 건너로 보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책임이 무거워 바둑이 잘 되지 않았다."

국후 조남철의 인터뷰에서 그 해괴한 판정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18세의 김인은 일본유학을 계획한 마당에 타이틀을 따고 가게 되면 타이틀 보유자가 일본에 유학을 가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므로, 이를 막아보고자 한국기원의 ‘보이지 않는 손’이 내린 눈물 없이는 불 수 없는 코미디였던 것이다.

시합 도중 덤을 늘이고 줄인 예는 전무후무한 일로 이 대국은 바둑사에 남을 것이다. 결국 바둑은 3승1무1패로 조남철이 승리하였고 제7기부터는 당연히 4집반 공제가 자연스레 부활하였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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