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단 꽁지에(P) ○ 9단 울아가(P)
제4보(111~154) 꽁지만 살아간 꽁지에
그저께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해프닝 한 가지.
국산 여류 최강 조혜연 8단이 그저께 벌어진 지지옥션배 박영찬 3단과의 대국으로 초읽기에 관한 일이었다.
지지옥션배는 시니어와 여류팀의 연승전으로 대단한 흥미를 끈 바 있는 기전이다. 안관욱 6연승 박영찬이 이미 4연승을 기록해서 시니어팀이 압도적으로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혜연은 여류 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서 긴장감이 더욱 더 했다. 자신이 그 바둑에서 지게 되면 아예 지지옥션배는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1층에 위치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모PD가 부리나케 한국기원 사무국으로 올라오며 사람을 급히 찾고 있었다. 지지옥션배를 생중계해야 하는데, 초읽기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것. 물론 초읽기나 기록자는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이 관례이지만 한번 쯤 ‘펑크’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계시를 맡아줄 사람을 급히 수소문하는데, 여자라야만 하고 얼굴이 알려져 있는 사람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때는 저녁 8시.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다들 퇴청하였으니 ‘어여쁜 아가씨’가 있을 리 만무했다.
허탈한 그런데 PD의 눈에 분장사가 눈에 들어온다. 급한 김에 분장사가 나섰다. 그녀도 초읽기하는 광경을 많이 보았으니, ‘뭐 그까짓 것’ 했다. 뭐 또 아니면 어쩔 건가? 선택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드디어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중반까지는 잘 되고 있었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30초 초읽기를 하긴 하는데, 카운트 좀 이상하다는 것.
보통은 카운트는 20초까지는 기다려 주고 나서 “하나, 둘, 셋…” 하는데 이 아가씨는 아예 30초까지 쭉 기다렸다가 1회를 넘겨버리는 것이었다. 30초가 3회인 시합에서 한번을 이렇게 넘겨버리니 오히려 초읽기 독촉에 시달리던 조혜연이 황당한 것.
생각해보라. 맘속으로 21부터 29까지 헤아렸다가 30초를 넘어가니까 ‘3’이 적혀있는 팻말을 넘겨버리는 광경을.
생방송 중이라 말은 못하고 ‘이상하다 이거!’라는 모션으로 거세게 항의를 했다. 담당PD는 부랴부랴 구원계시계로 등판시켰다. 다행히 그 아가씨는 바둑을 제법 아는 리포터로 아직까지는 별로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흑1로 올라서서 좌우 백의 허점을 노린다. 물론 하변 흑 전체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로 곤란하지만 자체 팻감이 워낙 많다. 따라서 이 흑 말이 산다고 가정하면 나눠진 백말도 수습을 해야 할 터.
백6으로 바짝바짝 붙여가면서 팻감을 쓴다. 흑도 7로 수를 죄어가면서 만만찮게 팻감을 쓴다.
백20은 흑 한 점이 빠져 나가게 되니 필수의 보강. 다음 흑21,23으로 덮어씌우면서 거의 백도 이젠 급하게 되었다.
자, 흑31로 단수를 치자 더 이상 백도 받을 수는 없다. 하변 흑이 살아갔지만 백도 애당초 흑이 보고였던 좌변을 뚫는 소리가 들린다. 백38로 하변에 완전히 구멍을 뚫어서는 흑도 큰집이 만들어지기는 힘들어졌다.
자, 백44로 시원하게 때려내자 관상을 내다보기가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