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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를 꺾은 독일인 '피치'

독일 바둑 현황 소개

2009-12-26 오후 1:21:31 입력 / 2009-12-26 오후 1:21:01 수정

▲ 1880년 대 독일 최초의 바둑클럽이 생긴 라이프치히 거리

1. 독일 바둑 약사(略史)와 주요 인물
독일 최초의 바둑인 오스카(Oskar Korschelt)가 일본에서 체류한 기간은 1875-1886년 사이였다. 그는 독일로 돌아와서 바둑에 대한 여러 가지 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의 고향 라이프치히(Leipzig)에 첫 바둑클럽을 열었다. 라이프치히는 음악가 바흐(J.S. Bach)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이다. 뒤이어 라이프치히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수도 베를린에서도 바둑클럽을 열었다.

몇 년 후엔 펠릭스(Felix)란 사람이 독일 최강자로 이름을 올린다. 베를린 출신 강자 두에발(Dueball)은 1930년 일본에 오쿠라 성주(城主)로부터 초청을 받아 일본에 가서 1년간 바둑공부를 마치고 온다. 그는 혼인보 슈샤이에게서 직접 지도를 받기도 했다.

이 후에 독일에서 바둑은 꾸준한 발전을 한다. 두에발 다음으로 유명한 독일 바둑인은 마테른(Jurgen Mattern)일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때 마테른은 서양 바둑인의 대명사였다. 그는 1970~80년대에 독일챔피언 10회, 유럽챔피언 7회를 석권한다. 나도 그가 쓴 바둑책을 호주에서 사서 읽었는데 오래 되어서 책 이름을 기억 못 하겠다. 그는 1997년 암으로 53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나는 그와 만나는 봤으나 대국할 기회는 못 가졌다.



▲`피치 프로 6단/그의 고향 브레멘

그러나 지금까지 통 털어서 가장 유명한 독일 바둑인을 친다면 단연 피치(Hans Pietsch)일 것이다. 그는 1968년 교육도시이면서 덴마크 쪽에 가까이 있는 브레멘(Bremen)에서 태어났다. 피치는 독일인으론 유일하게 프로기사가 된 사람이다. 그는 1990년에 일본에 가서 고바야시 사토루의 제자로 원생이 된다. 그리고 7년 후 1997년에 일본기원 프로로 입단한다.

피치를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LG컵 세계대회에서 우승후보 요다(Yoda Norimoto)를 이긴 일이었다. 내가 자료를 조사해 보니까 1997년 그의 입단 직후의 일이었다. 그는 2000년에 4단으로 승단한다.

그러나 2003년 남미여행 중 과테말라에서 불행하게도 무장강도에게 살해 된다. 독일인들은 지금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독일 바둑인들과 대화를 오래하면 피치의 얘기가 한 번쯤은 나온다. 그리고 요다를 이긴 얘길 빠뜨리질 않는다 ^^. 그의 추모바둑대회가 그가 사망한 해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매년 개최되고 있다. 그는 사후(死後) 일본기원에서 6단으로 추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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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독일 바둑회장이 된 마르츠(3단 Michael Marz) 박사는 2003년 내가 명지대 바둑 팀을 인솔하고 프랑크푸르트에 간 이후부터 한국 바둑계와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당시 그는 독일바둑협회 부회장이며 프랑크푸르트협회 회장이었다.

젊고 능력 있고 영어도 잘 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바둑쟁이의 이상한 데가 없는 정상적 센스를 갖고 있었다. 당시 그 곳에서 우리를 도와주던 다니엘라 5단은 아예 한국에 와서 현재 살고 있다.

2004년 폴란드 대회에서 미카엘 마르츠는 매력의 여대생 마냐(Manja) 3단과 자주 어울리고 나와도 3명이 자리를 몇 번 가졌다. “사랑과 가난은 속일 수 없다” 라는 말처럼 나는 40대의 미카엘과 대학생 마냐가 서로 사랑하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내가 둘 사이를 가리켜 “저 두 명이 결혼하게 될 것 같다”고 예언했는데 적중했다.

마냐는 명랑하고 머리가 좋아 인기가 있었다. 나에게도 마냐가 대국 요청을 하여 두 번인가 바둑을 두어 주었는데 그 다음 스웨덴 렉산에서 만나서도 수담을 나눴다. 마냐는 서양인 치고는 드물게 속기로 두기 때문에 시간은 안 걸렸다. 맹인 강자 송중택 5단에게 가서 대국을 하고 자기도 눈을 가리고 두어 보고 하면서 옆에서 관전하는 나에게 쉴새 없이 떠들고 웃어 대는 그녀가 보기 좋았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인간은 가장 아름답고 생명력이 가득해 보인다.


▲ 마냐가 맹인 세계 최강 송중택 5단에게 도전하고 있다.

▲ 마냐가 자기 옷을 뒤집어 쓰고 도전하고 있다고 송 5단에게 말해 주자 그가 웃고 있다.

그 마냐가 미카엘과 결혼하여 독일바둑협회 총무를 맡고 있다. 회장과 총무직을 부부가 맡고 있으면 실권은 완전히 장악한 셈이다. 마치 한국기원 이사장이 자기 아내를 사무총장에 임명 시킨 꼴이다. 재무는 우베(Uwe Schweinsburg)란 사람이다. 독일엔 이 외에 13개 지방에 지부장이 있어 그 지방 바둑 계를 통솔하고 있다.

그 후 미카엘과 마냐는 맹인용 바둑판을 구입하기 위해 나와 E-메일을 여러 번 주고 받았다. 그들은 독일 맹인들에게 바둑을 가르쳐 보려는 의욕이 대단했다. 머리가 좋고 말을 빨리 알아듣는 이 부부는 독일 바둑계를 위해 앞으로 큰 일을 하리라 예상된다. 내가 국내에서 부부동반으로 이 곳 저 곳엘 다니니까 어느 주요 바둑회의에서 바둑계에 잘 알려진 인사 한 명이 나에게 그 게 내 단점이라고 지적 한 일이 있다. 서양과는 완전 거꾸로다 ^^.



2. 바둑인구와 클럽

“독일의 바둑인구는 약 3만 명”이라고 부회장 테르베이(Matthias Terwey)가 나에게 말한다. 서양에서 바둑인구 계산 법은 “돈을 내고 클럽에 나오는 회원(Paid members)의 수를 10배 하면 얼추 비슷하다”고들 한다.

내가 “클럽에 등록해서 회비를 매월 지불하는 인구가 독일은 2000 명 조금 넘는데 10배로 계산을 안 하고 왜 15배로 추산하느냐?”고 묻자 그가 “독일은 다른 나라와 달리 바둑대회 참석자가 평균 1300 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퍼센티지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은 도시마다 클럽이 한 곳이나 혹은 그 이상 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다음 사이트에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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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함부르크를 빼면 대부분 클럽은 자기네 전용 장소가 없이 대학이나 바(Bar) 등을 클럽으로 사용한다. 함부르크 경우는 연회비를 지불하고 등록회원이 되면 윤영선 사범에게서 정규지도를 받을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3. 대회

매년 개최되는 정기대회 중 독일챔피언쉽이 가장 중요하다. 8명의 강자가 라운드 로빈 제도로 챔피언을 가린다. 각 자 두 시간 제한 시간에 10분 내에 돌 15 개를 사용하는 캐나다식 끝 내기가 적용된다. 챔피언과 준우승자는 다음 해 시드를 확보한다. 나머지 6 명은 그 해 1 년간 성적에 의해 선발된다. 독일 챔피언대회는 보통 10월~11월에 개최되고 4일 동안 풀리그로 진행된다. 현 챔피언은 하노버 출신 겔락(Christoph Gerlach) 6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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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복기 지도를 받기 위해 자기 기보를 적으면서 대국하는 광경은 흔하다

다음은 독일여성 챔피언대회를 들 수 있겠다. 5급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데 총무인 마냐 4단이 현 챔피언이다. 그러나 다니엘라 5단이 한국에서 돌아가면 상황은 좀 달라 질 것이다. 내가 두 명과 몇 판씩 두어 봤는데 다니엘라가 마냐 보다 두 점 가까이 세다고 생각한다. 18세 이하 청소년 대회도 있는데 현 챔피언은 크래머(Lukas Krämer) 4단이다.

페어대회는 보통 12월에 개최된다. 이 외에 KGS서버를 통해 두는 4 명이 한 팀인 ‘도시별 단체전’이 있다. 고단자로 구성된 강 팀이 두는 날엔 접속 관전자가 쇄도한다. 현 챔피언은 중국계 강자들로 구성된 칼스루어(Karlsruhe) 팀이다. 나의 옹졸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럽에는 프로도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하니까 윤영선 - 황인성으로 구성된 ‘Korea’팀을 발족해서 중국 팀 코를 납작하게 만들면 속이 시원하겠다. ^^

이 외에 각 클럽이 주최하는 대회는 꽤 많다. ☞관련사이트 바로가기
이 중에는 30 년 이상 전통을 가진 대회들도 있는데 그 좋은 예가 베를린에서 열리는 ‘학(Kranich - Crane) 대회’ 다. 참가자도 많고 챔피언의 명예는 대단하다.

이와 비슷한 대회로는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비마(Affensprung - Monkey Jump)’ 대회를 들 수 있겠다. 필자가 만든 ‘한 제도(Hahn System)’는 ‘학 대회’ 바로 직 전에 열리는데 1년에 두 차례씩 열기 때문에 벌써 10회나 치렀다. 이번 우승도 예상대로 황인성 사범이 했고 준우승은 오은근 사범이 차지했다. 각 천 유로와 5백 유로를 상금으로 받았다. 이 대회에서 한국인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또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기도대회(Kido Cup)'가 함부르크에 금년에 새로 생겼다. 요즘 유럽 바둑 계엔 '기도’'가 제일 큰 뉴스 거리인가 보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나만 만나면 유럽인들이 '기도대회' 얘길 한다. 자기네도 이런 대회가 생기는 게 기쁘다고 한다. 이상 대회들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다른 나라의 강자들에게도 인기가 많고 또 실제로도 많이 출전하고 있다.


▲ 2009 '기도 컵 대회' 어린이부

아마추어 사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프로인 윤영선, 안영길 사범은 적은 돈이나마 한국기원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아마추어라도 황인성 사범 경우는 유럽의 각종 바둑대회에 참가하여 우승상금으로 생활을 그런대로 꾸려 나가서 형편이 좀 나은 편이다. 거기에다 독신이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모든 대회를 허겁지겁 출전한다는 인상을 주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이번에 스페인에 가서 2주간 생활을 같이 한 오은근 사범은 지난 2년 간 바둑으로만은 생활이 어려워 자주 육체노동으로 나머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할 위협에 놓인다. 고대 영문과를 나온 엘리트가 외국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 바둑 보급하라고 스페인에 보내 놓고 못 도와 주는 내가 무능력할 뿐이다.

이번에 보니까 그 곳 대학이나 아시아협회 등에서도 바둑지도 부탁이 계속 들어 오긴 하는데 보수가 너무 적다. 아직 바둑이 대우를 못 받는 사회라 그렇다. 이렇게 고생하는 아마추어 보급사에게 프로만큼은 안 되더라도 적은 양의 지원을 대바협에서 해 주면 그들은 정신적으로도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바둑대회 중 하나의 예산만이라도 국제보급을 위해 쓴다면 우리가 세계 바둑계 판도를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바둑계에 똑똑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왜 그런 쪽에 생각이 안 미칠까?

▲ '한 제도' 대회에 떠나는 오은근 사범(2009 11월 20일 바르셀로나. 다음 날부터 대회다. 오사범은 베를린으로 나는 한국으로 떠난다)

오사범은 엘리트답게 스페인어를 쉬지 않고 공부하고 있어 이젠 상당히 어려운 통역도 척척 해낸다. 이번에 내가 말은 안 했어도 몇 차례 속으로 감명을 받았다. 요즘 윤사범과 황사범은 독일어로 강의하고 오사범은 스페인어로 한다. 머리가 좋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라 선생인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마지막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사범이 나에게 “초기의 역경을 딛고 꼭 스페인 바둑의 대부로 성공해서 이 곳에 보내주신 교수님께 보답하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한다. 그 생각이 고맙다. 우리는 같이 베를린에 가서 “한 시스템 대회”에 참가하려 했으나 내 비행기표가 변경이 안 되어 나는 할 수 없이 다음 날 한국으로 돌아 왔다.



4. 강자들 프로필

현재 독일 최강자는 디쿠트(Franz-Josef Dickhut) 6단, 겔락(Christoph Gerlach) 6단, 중국에서 이민 온 진(Zou Jin) 6단과 토이버(Benjamin Teuber) 6단 등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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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바둑 보급

어린이에게 바둑보급을 위해 독일에서는 2003년부터 각 초등학교 중심으로 Go 4 School을 조직하여 방과 후에 가르친다. 매 년 어린이를 위한 “한스 피치 기념바둑대회”를 열어 그 인기가 대단하다. 한 학교에서 3팀까지 출전하는데 내가 독일에서 그 열기를 보고 느끼며 오히려 부러운 마음까지 생겼다. 학교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바둑공부를 하니까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 수 밖에. 여기에 훌륭한 사범만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텐데.



6. 기타 바둑 이벤트

1) 세미나
헵사커(Hebsacker) 출판사는 바둑용품, 서적 등을 취급하는 전문업체인데 세미나란 이름으로 바둑연구 모임을 매 년 개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로 미디어’ 출판사가 이와 성격이 비슷한 회사라고 보면 된다. 1주일간 계속되는 이 특별 세미나에 보통 30 명 정도가 참가한다. 모인 사람들은 수준 별로 4개조로 나뉜 다음 조 별로 윤영선 사범에게 지도를 받는다. 지도를 안 받고 있을 때는 자기네끼리 대국을 한 후 나중에 윤 사범의 복기 지도를 받는다.

2) 클럽 대항전
독일 어느 곳이던지 도시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주변 각 도시끼리 교류전을 하는데 이 게 아주 재미있다. 상금도 없는 대국에 목숨을 건 것처럼 두는 이유는 자기 고장의 명예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라이벌 도시에게 이긴 팀은 다음 교류전이 있을 때까지 승자의 기쁨을 만끽한다.

3) 출판
독일 바둑협회는 자기네 기관지에 해당하는 ‘DGoZ’를 격월로 1 년에 6번 출판한다. 이 잡지의 내용이 충실해서 주변 유럽 국가들도 애독하고 있다. 이 잡지에는 최근 세계 바둑계의 뉴스와 동향은 물론 프로의 기보 해설이 실리는데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도 이 잡지로 공부하는 걸 내가 본 일이 있다. 근년에는 윤영선 사범 관련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 잡지에서 제일 크다.

▲ 윤영선사범 /황인성사범 /함부르크 바둑클럽



독일편을 마치며

1~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으나 ‘라인강의 기적’과 함께 최고 선진국으로 다시 올라선 독일,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반세기 만에 선진국에 따라붙은 한국, 이 두 나라의 저력이 바둑으로 만났을 때 예상 밖의 시너지 효과가 무언지 나오지 않을까?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럽 프로 최고수 윤영선 사범, 아마추어 최고수 황인성 사범의 활약을 우리 함께 더 지켜보자.

그대들이 있음에 한국바둑의 장래가 보인다.

TYGEM / 한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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