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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강자 17세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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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0 오전 12:35:37 입력 / 2010-01-10 오전 12:33:58 수정

▲ 박정환 5단.

3년 전 한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한국바둑계에서 가장 기대되는 기사 1명을 꼽아 달라는 주관식 물음이었다. 대다수 프로기사들이 꼽은 인물은 나이 14세의 소년 박정환이었다. 당시엔 타이틀 보유자도 아니었지만 동료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박정환을 꼽은 이유는 한마디로 나이가 어리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중학생에서 고교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최연소 프로기사다. 그리고 불과 3년 만에 2개의 타이틀을 거머쥔 강호로 변모했다. 당연히 새해에 기대되는 기사 0순위로 손꼽힌다.
박정환은 지난해 1월 십단전에서 우승한 뒤 12월에는 또 다른 신진 강호 김지석을 3-0으로 제압하고 천원을 획득했다. 이번 주에 또 다시 십단전 결승에서 이창호와 시합을 벌이고 있다(9일 현재 1승 1패).
도전기 형식이 사라진 요즘은 전년도 우승자도 새 대회에서는 처음부터 똑같이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따라서 2관왕은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최대관왕이다.
최근 13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박정환은 아직 세계대회 경험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약점이다. 그러나 올해 타이틀 보유자로서 각종 세계대회에 국가대표로 나가게 된다면 경험이란 무기를 갖추게 돼 더욱 강해질 것이다.
박정환은 야무지다는 점이 특색이다. 꼭 꺾고 싶은 중국기사를 꼽아달라는 물음에 구리, 콩지에 정도를 의식했던 필자에게 돌아온 대답은 그와 나이가 비슷한 천야오예였다. 작년 삼성화재배에서 내리 2패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스승인 권갑룡 7단은 "근성에 관한 한 그를 넘어서는 기재는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바둑세계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것처럼 절대적인 가치는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영롱한 기사들은 죄다 족보에 올라있을 만큼 입단시기가 빠르다. 조훈현의 9세 입단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이며 이창호의 11세도 신성불가침. 이세돌, 최철한, 조한승, 원성진, 조혜연도 12세에 입단했다.
그렇다면 박정환의 13세 4개월을 어떻게 볼 것인가. 3년 동안 그의 나이보다 어린 이가 없었다. 입단이 상대적으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음이 문제이지, 박정환의 기록은 과거 같으면 11세쯤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창호도 그랬고 이세돌도 그랬다. 역대유명기사들도 입단 3년 후가 되면 서서히 발톱을 드러내곤 했다. 2006년 입단한 박정환이 올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1월 9일자 부산일보 진재호의 바둑풍향계]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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