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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Call Me 외톨이

4월랭킹전 특선보② 제1보(1~40)

2010-04-06 오전 10:31:56 입력 / 2010-04-07 오전 2:33:24 수정




● 9단 ShiBingRen ○ 9단 외톨이

① 노회함을 존경하는 나는….

까까머리 중학시절, 기원급수로 5급이었던 워러는 ‘1급이 뭐 별 거냐’하고 늘 의기양양했었다. 바둑잡지를 구독하고 있었던 관계로 매달 신규 정석이란 정석은 다 파악하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와 붙어도 지기 힘들다는 나름의 오판이 있었다.

기원에 가면 늘 뵙는 2급 할아버지가 있었다. 눈이 침침한 지 뻔한 수도 한참을 생각한 다음 착수하고, 착점 자체로 십자로에 반듯하게 놓지도 못하고, 정석 주변에는 가 보지도 못한 듯 행마가 형편없는 할아버지는 늘 ‘1번 다이’에 앉아서 밥을 기다리곤 했었다. 1번 다이 위에는 ‘300이하 맛세이 금지’ 팻말이 있었지만, 그 할아버지만큼은 예외였다.

바둑돌을 옮기는 손에 힘이 없어서 늘 상 바둑판에 떨어뜨릴 것만 같았던 할아버지가 고수 대우를 받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 만만해 보였던 할아버지에게 한판도 건지지 못한 워러가 하수였다.

눈에 보이는 기량은 분명 5급 워러보다 못했지만, 판을 운영하는 노련함은 두어 길 위였던 것이다. 바둑은 정수대로 두어줘야 한다는 이론을 겸비했던 워러 는 ‘꼼수=비열한 수’라는 화초의식이 지배하고 있었다. 어쩌면 경험이라는 노회함을 계량화하지 못했던 어리석음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응원을 하던 박정환이 지난 주말 중국 창하오의 허허실실 전법에 말려서 비씨카드컵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대국 1주일 전 ‘창하오와의 대국이 고비일 것 같다’는 타젬의 모부장의 주장에, 극구 부인하며 우긴 워러가 결국엔 내기에서 졌다.

물론 고비인줄은 바둑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끼는 것이었다. 신예이며 경험이 없는 박정환에게 노회한 승부사 창하오는 ‘예상치 못한’ 강적일 것이다. 힘을 이기는 것은 더 큰 힘이 아니라 힘을 역이용하는 지략이다. 지난 얘기이지만, 그가 우승까지도 해줄 것이라고 응원했었다.

묶은 생강이 더 맵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유저들이 박정환의 4강 진출을 실패작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박정환에게는 더 큰 무대가 앞으로 즐비할 것이므로. 경험이라는 것은 힘껏 당긴다고 해서 금방 끌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박정환은 알아차렸을 것이다.


② 아, 그리운 외톨!

3월31일 밤 12시였다. 그날따라 몹시 피곤하여 모니터를 쳐다보는 도중에 꾸벅꾸벅 졸기를 수차례. 그래서 모두 소등하고 자체 취침점호를 받으려는 찰나,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외톨이 등장. 4월1일 am12:00.”

首丘初心(2단)님의 문자메시지였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외톨이가 왔다니, 세상에 경천동지할 일이 또 있나. 그새 잠이 다 달아났다. 워러에겐 작년 말 '다시 오겠노라' 약속했던 외톨이였다. 아무리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온라인 동네에서도 믿음은 존재하는구나하며 흐뭇하게 대국을 지켜보았다.



백2로 ‘삐닥하게’ 엇박자로 둔 수부터 외톨이답다. 자주 갔던 길로는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백6으로 두 칸 협공에 흑7로 걸쳐가는 구도라면 하변을 적당히 백에게 넘겨주는 진행이 나올 것이다.

백14로 걸친 수는 외톨이다운 적극적인 수법이긴 하지만 상변을 갈라 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흑15,17이 상당히 좌하귀 굳힘과 어울린 전개이다. 흑13의 귀굳힘에서 바라보면 상변과 좌변을 양날개로 펼친 모습. 이러한 구도는 학익진(鶴翼陣)으로 불리는 구도로 매우 이상적인 포진이다.

백18로 귀를 제어했지만 귀에는 아직도 흑 한 점이 기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남아있다. 좌하귀 정석을 마무리 한 다음 백28까지 완전히 포위망을 막아두었다고 해도 아직도 흑1 한 점이 기동하는 맛이 남는다.

흑29,31은 하변 백과 좌변 백이 서로 폭을 넓히고 상대의 폭을 줄이고자 할 때 놓칠 수 없는 양수겸장의 호착.

백32는 가벼운 삭감이지만 흑33으로 바짝 붙이니 함부로 젖힐 수가 없다. 마구 끊어 가면 주변 흑이 우월한 곳이어서 백이 즐거운 전투는 못 된다. 따라서 백34로 잽을 던지면서 아예 귀살이를 시도한다.

백36에 대해 흑37은 귀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앞서 흑29,31로 날개를 달았다면 좌변을 지키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백38로 뛰며 40까지 가볍게 뛰어서 좌변에서 백은 안착할 것 같다. 늘 그러하듯, 살고 죽고는 이미 문제가 아니다. 살아도 외세를 많이 허용하면 죽는 것만 못할 때도 있는 것이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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