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3 오후 3:07:30 입력 / 2010-05-03 오후 5:05:34 수정
● 9단 한심한 ○ 9단
lianx
① 철이(P)가
돌아오다
철이(P)가 부활했다. 지난 29일 제7회 동양증권배 2차 통합예선에서 중국의 rrx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던 철이(P)가 타이젬의 마지막 시드로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주최 측 와일드카드는 본명으로 출전하는 콩지에(중국) 원성진(한국)
9단과 일명의 철이(P)이다.
하긴 철이(P)가 그간 보여준 안정적인 성적이라든지, 4월랭킹전에서도 4위에 오르는 등
와일드카드를 받아도 별 다른 이견이 없다. 철이(P)가 본선 마지막 티켓을 거머쥔 것은 타이젬 유저들의 성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미 한국의 상당한 강자들이 고비사막에서 황해를 건너온 대단위 황사에 쓸려가는 통에 이번 동양증권배는 중국판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어있다. 그러나 철이(P) 1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대하다. 철이(P)가 합류하면서 동양증권배는 한중대결이 해볼만한 형국으로
급변했다.
이젠 48강이 모두 가려졌다. 2차 예선 18판 중 한국선수는 마시멜로(P) 한심한 boss(P) 등 3명. 거의
전멸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단 아쉬워서 AceJoker(P) 동양의빛 블링블링(P) 강진열(P) 핵폭탄(P) 생각이나
AllKill(P) 등 초강자 가운데 철이(P)가 있으니 확실히 든든해 보인다. (제7회 동양증권배 본선 48강 승전은 5월6일(목)
개최됩니다.)
②한심한도 있다
‘한심한’의 바둑을
살펴본다. 타이젬의 유명한 강자이지만 요즘은 좀 뜸했다. 그러나 철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날아오듯이, 큰 시합 때가 되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심한이 강자인 것은 프로식별 ID (P)를 달지 않고도 계속 잘할 수 있다는 것이나, 월간랭킹전을 거치지 않고도 예선통과를 할
정도의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흑5로 걸쳤을 때 백6으로 곧장 협공한 수는 정말 오랜만이다. 요즘은 백6으로는
그냥 날일자로 받아서 흑이 하변을 미니중국식으로 가져가는 포석이 일반적이다. 흑7을 하나 걸쳐두고서 흑9로 굳히는 것은 비교적 오래된
포석이다.
흑11로 끼우면서부터 대형정석이 이어질 찰나이다. 이 정석의 핵심은 흑17로 젖히면서부터 백은 실리를, 흑은 좌변과
중앙에 희망을 불어넣는 식이 될 것이다. 자, 흑27까지 전개 된 모습을 보면 얼핏 보게 되면 백이 좋은 것 같다. 백의 실리가 어수룩한
흑의 외세보다는 많다는 것.
그러나 사실은 자세히 보면 백에겐 약점이 있다. 백6 오른쪽으로 흑이 붙여가는 수가 숨어있는
백이다. 따라서 이 수가 잽으로 들어 먹혔다고 생각한다면 하변은 보기보다 위압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
백28로 곧장 뛰어드는
것은 실리로 앞서가겠다는 뜻이다. 일단 백29로 한쪽은 차단해야 한다. 그러면 백30으로 삐딱하게 나아가는 것은 순조롭다. 비슷한데 백은 왜
한 칸으로 뛰지 않는가 하면 상대가 강한 곳으로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격언대로이다. 막상 흑31로 호구를 치자 백30의 날일자가 정수임을 알
수 있다.
백36으로 젖혔을 때 흑37로 끊어서 전투가 일어난다. 일단 흑 돌이 주변에 많으니 흑이 불리할 것은 없어 보인다.
③이정환 기자, 축하합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타이젬
바둑식구들이 총출동했다. 타젬 덩치 이정환기자가 제1회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객들의 면면을 보니 신랑 신부가 빛이 가릴까봐 두려운
멤버구성이다.
미남가수이지 고수1방에서 한동안 ‘이원석의 라이브쇼’를 펼쳤던 타이젬 전속가수 이원석 씨. 요사이 타이젬에서 소설
‘낭만기객’을 써 내려가고 있어서 틈이 전혀 없다는, 그러나 당구장 갈 여유는 늘 있다는 작가 김종서 씨. 한국기원 이사이자 타이젬에서
동양증권배 해설위원인 매너남 유창혁 9단이 합류했다.
아마바둑 타이젬 올스타전에서 백호팀의 톱타자로 나서 초반 4연승을 거두어
팀 우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사 박성균 사범. 노래면 노래, 바둑이면 바둑, 말솜씨면 말솜씨, 게다가 거의 아가씨 수준의 미녀 바둑MC
이승현 씨. 게다가 타젬 열혈 유저에게서 잘했다는 칭찬 한번 못 듣는 운영자00(번호를 가린 점 양해 바람^^) 등 타이젬 유명인사는 다들
모였다.
유명인사 아니지만 많은 하객들 가운데 가장 얼굴이 커 불쌍한 짐승 워러도 있었다. 늘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다가 이렇게
얼굴을 마주 대하니 월남한 동지를 만난 듯 즐거웠다.
그런데 워낙 별들이 모여서 그런지,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신부에게 플래시
터트릴 생각을 아무도 안하는 것이었다. ‘그 뭐 누가 알아서 찍겠지.’ 남의 사진 찍어주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사진을 찍는 데에는
인색하기 때문일까?
워러 비롯한 여러 기자출신들이 그 흔한 카메라 하나 들고 오지 않았다. 심지어 쫄병 김지은 기자도 군번답지
않게 느긋하게 지각하더니 곧장 식당으로 골인하질 않나….
예식장에서 신랑신부보다 더 인기를 끈 사람은 바로 ‘카수’ 이원석.
그의 타젬 별명은 ‘석사마’(워러가 지어준 별명인데 아무도 따라하질 않으니 조금 머쓱하다.) 이원석의 노래 들으려고, 워러의 결혼식 이후
첨으로 예식장에서 예식을 구경했다. (보통은 곧장 바로 밥 먹으러 감)
축가는 두 곡이었다. 첫 곡은 정훈희의 ‘꽃밭에서.’
그러나 이미 워러에겐 석사마의 노래로 알고 있을 정도로 이원석이 잘 부른다. 평소에도 그의 노래를 들어 본 워러는 닭살이 방금 돋었던 부위도
다시금 또 돋는다는 사실을 새삼 배웠다. 끝 데 없이 올라가던 ‘조관우 저리가라’식의 고음처리는 압권이었다. 소름이 오돌도돌 쏟아난다.
그리고 한곡은 요즘 유행하는 댄스곡.(제목은 모르겠음. 이런 거 보면 워러도 다 된 것 같음) 석사마는 신랑신부가 그 댄스곡에
맞춰 가벼운 율동을 부탁했더니, 심하게 무거운 율동으로 답해 그들의 백년해로와 다사다난(多事多卵)을 짐작케 했다.
밥을 배불리
먹고 난 후, 인근 이마트에서 뜻하지 않게 유창혁 사범을 또 만났다. 그는 식사 때 헤쳐모인 다음 헤어졌었다. 아, 세계최고 공격수의
망가진(?) 모습, 장바구니를 들고 계산대에 서 줄을 서 있는 게 아닌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먹을 우유를 두 팩 샀다’며 고백한다.
‘에휴 나이 들면 다 저렇게 되는 구나.’ ‘그럼 난 이마트에 왜 왔지?’
묘한 침묵이 흘렀다. ‘가다마이’를
입은 채 바구니를 들고 계산대에서 나란히 차례를 기다리는 40대 중년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왠지 이정환 기자는 이렇게 살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사는 것이 편할 수 있다는 얘길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