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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배

아름다운 복기 아름다운 사람

3월랭킹전 특선보 제1보(1~70)

2011-03-24 오후 12:04:00 입력 / 2011-03-24 오후 12:28:11 수정

 


① 다시 뛰어라. 문도원!!!

정관장배 7연승의 대기록을 세워서 모두들 10연승까지 채우느냐마느냐로 난리가 아닌데, 하필 서울에서 벌어진 첫 판에서 그만 기록경신에 실패하여 김이 좀 빠졌다. 문도원 말이다.

뭐, 한국의 우승이야 유력하다지만, 사실 루이 한 명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멤버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우승을 점치기엔 이르다. 중국이라 해서 막판 4연승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박지은 이민진 같은 극적 승부를 이루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길 때 이겨주어야 한다. 문도원이 지금까지 이룬 성적만으로도 당찬 것이긴 하지만,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스스로 꺾여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의 개인 성적을 보면 정관장배 7연승 이루고 난 후, 국내에서 내리 4연패를 하고 있다. 비공식 대국포함 5연패.

신예기사들도 기세라는 것이 있다. 그 기세가 올라갈 때는 파워풀한 아이템을 장착한 듯 누구도 이길 수 있다. 따라서 탄력을 받아서 큰 기사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기사도 있다. 문도원은 연전연승을 할 때 자신도 그 기세가 놀라웠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대국은 주목하는 눈이 많았고, 그 눈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 등은 이들은 주위의 시선을 즐긴다. 오히려 관전객이 없으면 신이 안 난다고 할 정도이다. 사실 동내기원에서도 그러한 타입이 있다. 옆에 구경하는 이가 하나 둘씩 늘어가면 부담스러워서 제 기량을 발휘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남들이 구경하면 보란 듯이 신이 나서 더 잘 두는 사람이 있다. 

'기세'라는 것도 기량의 한 요소이다. 문도원은 지금까지 이룬 성적만으로도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제 한 꺼풀을 벗어야 한다. 자신이 유명해지는 것을 즐겨야 할 때가 되었다.


② 이세돌인가 외톨이인가

● Kyo(P) ○ xiabscheng 제1보(1~70)

주초에 ‘이세돌이 등장했다’는 투고를 받고 직접 목도한 바, 진짜 이세돌처럼 광풍이 몰아치듯 과감하게 공격일변도로 나서는 위엄을 보고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기억이 있다.

마치 외톨이가 우리 곁에 나타났을 때의 그 감흥이었다. 외톨이와 코브러더스를 섞어놓은 듯한 기풍이다. 감상해보시라. 강호의 저잣거리에서 보기 힘든 내공을 간직한 천재형이 분명했다.

낯선 ID Kyo(P)의 바둑을 소개한다. 상대는 중국의 신흥강자 시방생(xiabscheng). 좀 거시기하게 들리지만 이미 그렇게 불리고 있음이다.

요즘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식 포진에다 하변 백6,8로 이어지는 포석이 대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전에 소개했던 켈클린의 바둑도 이 포진으로 출발했다.


흑15로 일찌감치 특공대를 투입한다. 남이 집짓는 꼴을 못 보는 것은 이세돌 조훈현 외톨이 등 지독한 승부사를 닮았다. 그런데 백16을 보니 공격은 최선의 수비라는 말이 생각난다. xiabscheng도 못지않은 난봉꾼인가 보다.

일견 무리 같아 보이는 흑21,23으로 어거지로 끊어서 싸움을 벌이잔다. 당근, 상대도 기꺼이 받아준다. 이러면 분명 한쪽은 부러지게 된다.

고수들의 바둑을 보면서 참 신기한 것은 난잡한 전투에도 서로간의 질서는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들 의미 있는 한수들만 갖다 놓는다. 흑37까지 수습을 하는 분위기가 되자 백은 또 요석을 움직이며 또 다른 전투를 유발한다. 흑41로 젖혀서 한수도 헛되이 쓰지 않는다.

백56을 선수하려하자 대마가 살아가기 이전에 흑57로 일단 백도 사는 것에 부담을 좀 지우려고 하고 있다. 결국 흑63까지 흑이 완생하자 백70까지 백도 완생이다. 고수들은 거짓말쟁이다. 싸울 것 같이 해놓고선 싸우지 않는다.


③ 이것이 프로페셔널이다

요즘 무녀회('무서운여자들’을 줄인 말) 리그전을 하고 있다. 매주 화 수 목요일 밤9시에 동양증권배 방에서 열리고 있다. 장시간 걸리는 바둑이라서 아무래도 유저들이 오래토록 구경하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그래도 타젬에서 여자바둑계를 위한 자그만 기획을 해주었으니 고마운 일일 것이다.

물론 타젬에는 보다 속기로서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바둑도 많이 열리니 100명 정도의 관전객이 들락날락거리는 정도이다. 여기 소개하는 두 기사의 대화가 너무 아름다워서 소개한다. 밤 12시가 다되도록, 관전객들도 다 나가고(워러만 빼고)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타자로서 복기를 하는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진행상태> '김혜림'님께서 불계패하셨습니다

진재호(8단)> 흠. 혜리미가 지다니.
김혜림(P1단)> 안녕하세요ㅠㅠ. 중앙 살아있는 줄 알았네. ㅠㅠ
김나현(P1단)> 받으면 어케 되는거야?ㅋ
김혜림(P1단)> 복기할수가 없네; 일단 패가 까시 아냐?
김나현(P1단)> 음. 그런거 같아.
김혜림(P1단)> 내가 상변에 치받은 걸로 좌변 뒀으면 이긴 것 같은데
김나현(P1단)> 아.
김혜림(P1단)> 좌변에 뛰는 거 당해서 엄청 마니 당함. ㅠ
김나현(P1단)> 근데 좌변 패 맛있었지?
김혜림(P1단)> 무슨 패??
김나현(P1단)> 끼워이었을 때 입구자로 두면
김혜림(P1단)> 막고
김나현(P1단)> 아. 마니 늘어졌네.
김나현(P1단)> 음. 그런 거 같기도 해.
김혜림(P1단)> 찝는 게 선수였으면 백이 저렇게 두는 게 말이 안 되네.ㅠ 중앙 찔렀을 때 내가 중앙 뛴 거 하지 말고 하귀 패하면
김나현(P1단)> 응. 그런 것 같은데 백이 좋은 건가? 까시인 거 같은데.
김혜림(P1단)> 흑이 좋은가 ㅋㅋ. 내가 중앙에서 계가가 되질 않으니. 타개를 넘 이상하게 했어.ㅠ
진재호(8단)> 아름다운 얘기들.
김나현(P1단)> 근데 ㅋ 백이 상변 찔러서 내가 안받고 하면 먹었자나.ㅋ 하변 받는 건 어케 되는 거야? ㅋ
김혜림(P1단)> 아 내가?? 그거 죽을 것 같아서. ㅋㅋ
청아한너(2급)> 기사님들 얘기 도중 미안한데요, 잠깐 얘기해도 될까요?
김혜림(P1단)> 네. 말씀하세요^^
진재호(8단)> 복기 다 했심꺼?
김혜림(P1단)> 아직이요. ㅎㅎ
진재호(8단)> 흠.
청아한너(2급)> 미안하지만 두 기사 분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김혜림(P1단)> 살아있는 줄 알고…. 흑. ㅠ
김혜림(P1단)> 저는 20살입니다
김나현(P1단)> 저는 21살입니다~
진재호(8단)> 헉. 숙녀님께서 나이를 마구 말씀하시다니….
김혜림(P1단)> ㅎㅎㅎ

(10여 페이지 중략)

김혜림(P1단)> 아. 피곤하다ㅠ. 언니 우리 내일 만나~.
김나현(P1단)> 응. ㅋ 내일 봐~
김혜림(P1단)> 뿅
진재호(8단)> 안뇽~
김나현(P1단)> 그럼 안녕히 가세요~ㅋ.
진재호(8단)> 나현님 안뇨~ㅇ.
김나현(P1단)> 네엡~^^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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