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원정대
사랑스런 바다도시에 '돌소리' 들리네
15년의 전통, 돌소리 기우회 편
2011-06-28 오후 9:57:15 입력 / 2011-06-30 오전 10:13:49 수정
▲ 대국장 밖으로 보이는 강릉바다의 색깔이 무척 인상깊었다.
▲ 돌소리 기우회의 정국정 회장. 회원들을 카메라에 정성껏 담아내는 열성을 보였다.
수담회에 이어서 강릉의 돌소리 기우회 편이다. 돌소리 기우회는 정국정 회장이 이끄는 전통이 있는 기우회다. 97년에 만들어졌으니 올해로 열다섯살이다. 지지옥션배에서 아저씨들 혼내고 있는 최정 초단과 같은 나이. 인원은 현재 스물 한 명.
▲ 수담회와 돌소리 기우회는 서로 멤버들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친하다. 강릉지역 고수들이 모두 다 모여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회식도 모두 섞어 앉아서 할 정도.
강릉하면 두사람이 떠오른다. 한 사람은 전편에서 사진으로 잠깐 소개한 고광록 변호사. 고변호사는 이번에 강릉바둑협회 신임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10여년 전부터 강릉바둑 하면 많은 바둑관계사람들이 일단 고변호사를 생각하게 한다. 언제나 허허 웃는 호인으로 많은 프로기사부터 아마기사까지 두루 좋은관계를 갖는다. 주위에서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지만 법과 관계된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 강릉 협회 회장까지 맡게 되어 완전한 바둑인이 되었다. 그로 인해 강원도의 바둑붐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저녁 회식자리에 나온 강릉의 맛깔스런 회
또 한 사람은 주문진 횟집 사장님으로 타이젬 아이디 바다짱 홍승종 사장님이다. 고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많은 바둑인들과 절친 관계다. 술을 좋아하며 바둑인들과 많이 마시는데 술안주로 회를 후원한다고. 강릉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때마다 빠지지 않고 회 후원을 해준다고 한다.
▲ 김동선씨(왼쪽)와 이민진 사범.
이번 대국자는 김동선씨로(dong1394) 기력은 타이젬 6단이다. 칫수는 원래 넉점인데, 대국 전에 약간의 치수 조정이 이루어졌다. 수담회의 김기범씨가 석점에 이기는 것을 본 돌소리 기우회에서 자존심상 우리도 석점으로 해야 한다며 주장했다. 덕분에 김동선씨 본인은 석점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석점이 되어버렸다. 수담회 김기범씨의 말로는 본인보다 대국자 김동선씨가 조금 약하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는 이민진 6단, 이 코너에 자주 출연해서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고 게다가 힘바둑.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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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양한 취미 생활로 여가를 즐기겠지만, 그 중에서도 바둑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비교적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바둑을 통해 좋은 벗을 사귈 수 있고 직장 생활에서의 긴장감과 경직된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안식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된 강릉‘돌소리기우회’(회장 정국정, 총무 김정호)는 1997년 창단되어 기금까지 14년째 꾸준히 기력 연마와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21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프로기사 지도대국의 대국자로 추천되어 직장에서의 일을 조기에 마감하고 부푼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대국장에 향했다. 가는 도중 동해의 푸른 바다와 수평선이 보이는 국도를 따라 가며 잠시 명상에 잠겨 보기도 했다. '이기는 바둑?', '배우는 바둑?', 아니면 '재미있는 바둑?' 그리고 몇 수는 안되지만 머리 속으로 수순을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국이 시작되자 그 동안 생각했던 수순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대국이 진행되어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 이민진 사범과의 대국
지도사범은 이민진 6단으로 아름다운 외모와 예의있는 상냥한 말씨에서 은근히 부드럽고 편안하게 두어줄 것을 기대했지만, 바둑판 위에 한수 한수 놓여질 때마다 강한 힘과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이민진 6단이 누구인가? 국가대표 여류기사 아닌가. '정관장배 세계대회'와 '광저우 아시안게임' 한국대표로 출전하여 일본, 중국 기사들을 차례로 연파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돌소리 기우회 회원들은 내심 내가 당당하게 부딪혀 잘 싸워주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한 허망한 나의 패배. 속상했지만 대국 후 친절하고 자세하게 복기를 해 주는 이민진 사범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국가 대표급 프로기사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고 많은 공부가 되었다.
▲ 돌소리 기우회 정국정 회장(왼쪽)과 김원 사범. 김원 사범은 "제 자리를 넘보시는 건가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되새겨 보면 대국하기 전 김원 7단이 한 말이 생각난다. "이민진 사범이 아마추어 대국자들을 아주 혼내주는 것 같아요. 단단히 마음먹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3점보다는 4점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회원들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여 미안하지만, 차라리 4점으로 지도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는 것을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 대국장 밖에서 관전하는 기우회 회원들. 바둑학원에서 견학을 온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사실 돌소리 기우회엔 나보다 기력이 출중한 회원들이 있었기에 극구 사양하고 다른 회원을 추천하였지만, 내가 대국자로 선정된 이유는 실리형이 아니라 세력을 바탕으로 한 전투형(?)인 기풍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래서 좋은 내용(관전자가 재미있는)으로 대국하길 기대했을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못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지만, 좋은 추억의 시간을 간직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준 동호회원정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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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승패가 중요한가? 김동선씨처럼 대국 후의 느끼는 감상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 아름다운 강릉 바다에 취한 이민진과 문도원
그나저나 이민진, 문도원 두 프로는 바둑은 바둑이고 일단 좋은 경치에 맛있는 회에 정신을 못 차린다. 술을 한잔도 못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문도원2단 얼굴이 홍시다. 이민진 사범도 이렇게 강릉 바다가 예쁜줄 몰랐단 이야기를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회로 맥주로 강릉의 밤이 깊어간다.
'돌소리'를 들으며 '수담'을 나누는 강릉은 정말 사랑스러운 바다 도시다.
모두 반가웠습니다.
TYGEM / 김지명 아마6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