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 건강의 섬 완도.
완도라 하면 대한민국 육지 가장 남단에 있는 섬. 땅끝마을이 해남이라면 완도는 길끝마을이라 부른다. 길끝마을이 무슨 뜻인가 물었더니 일반 길(도로)로 갈 수 있는 가장 남단에 있는 섬이라 그리 부른단다.
완도는 우리나라에서 열번째로 큰 섬.
서능욱, 김원, 박창규, 타이젬 하부장 일행이 매서운 태풍을 뚫고 먼길 완도로 갔다. 가는 길에 워낙 비바람이 매섭고 사나워 "유서는 쓰고 왔냐"며 서로 농담도 했지만, 도착하고 보니 완도에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파도 또한 잔잔하게 예뻤다.
서능욱이 이마 땀을 한번 훔치더니 사정없이 판을 흔들어간다.
구리빛 얼굴의 임재석씨는 얼굴에 화색이돌며 표정에 여유가 보였다.
좌상귀에서 중앙으로 나오는 흑 몇 점을 살리면 바둑은 흑승.
좌하는 흑집인데 응수타진으로 백은 몇방 그물을친다.
유리한바둑 참고 침착하게 두면 이긴다. 애기가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
▲ 백이 좌하 중앙을 우지끈 끊어간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안된다. 형세가 많이 유리해지면 별 생각이 다 들기 마련이다.
'이렇게 이겼다가 칫수사기 소릴 듣게되면 어쩌지', '먼데서 온 손님인데 계가를 맞춰볼까', '잡히지만 않으면 이기는데 안던지시나', '이기고 나서 소감은 뭐라고하지' 등등 이런 말도안되는 생각이 드는순간 가장 위험하다.
프로들은 이런 때를 두고 '마가 낀다' 라 표현 한다. 바둑이건 야구건 마지막까지 봐야 안다.
▲ 결국 좌상이 중앙으로 살아가는동안 멀쩡한 좌하 생말이 잡히고 말았다. 관전자도 스탭들도 대국자도 어벙벙 해진다.유리한 바둑을 이세돌9단에게 역전당한 씨에허 심정이 이보다 더할까? 결과는 백 5집승.
▲ 대국이 끝나기 무섭게 완도 회원들의 빗발치는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 국후 임재석씨의 아쉬운 표정.
국후 임재석씨는 "우상귀를 잡는순간 이길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좌상을 그냥 포기하고 두었으면 실전 보다 좋을 것 같다. 그 장면부터 다시 둔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승부에 대한 후회는 없고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것에 마냥 기분이 좋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서울로 가서 한번 더 배우고 싶다. 마술에 걸린 기분이었다."라고 대국소감을 전했다.
▲ 서능욱9단은 대역전승이 즐거운지 마냥 싱글벙글. 그리고 항상 허허거리는 너털웃음이 트레이드마크, 그리고 오케이맨이다. 그리 무리한부탁이 아니라면 무조건 오케이다.
임재석씨가 속해있는 완도기우회(바둑협회)는 2년전부터 활성화 되었다. 회원거의 모두가 지역 선후배라 위계 질서가 확실하다. 30명회원 중에 여성 회원은 없는 순수 싸나이 모임이다.
물론 한 달에 한 번 정기 오프모임 후에 이루어지는 뒷풀이가 친목도모와 유대관계에 필수. 가까운 해남, 진도와 정기 교류전을 추진하는데 다음 달에 첫 교류전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강호 완도협회 부회장은 친목도모도 친목도모지만, 전남도민체전에 완도 선수단이 참가해 5위를 했다고 약간의 자랑을 보탠다.
▲ 어김없이 이어지는 저녁 만찬.
▲ 해물위주의 멋진 저녁과 한잔.
회식자리가 끝난뒤 잠을 자야하는데, 애기가들이 모인 밤은 조금 다르다. 뒷풀이 뒤의 뒷풀이, 1:5 음주 다면기가 벌어진다. 지는 사람은 술값을 일부 부담하는 규칙으로 급조된 다면기, 물론 모두 음주상태다.
▲손오공의 손길이 번쩍거린다.
관전자들은 모두 황홀한표정 서능욱의 손끝으로 시선이 따라다닌다. 저런 털털한 인간적인 모습의 서능욱을 언제 볼 수 있단 말인가? 결과는 손오공의 전승. 사실 누가 이겼는지 중요하지 않다. 동호회 원정대가 가는 곳에 바둑의 낭만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완도의 밤이 바둑과 함께 깊어간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되는 나무판 위에 돌 놓이는 소리. 우리 바둑인에게 이런 소리가 정말 천상의 음율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해본다.
다음은 해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