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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세계제패 박정환, '이세돌 아성' 언제 넘을까

후지쯔배 - 세계 바둑계 세대교체 바람 거셌다

2011-08-21 오전 12:05:09 입력 / 2011-08-29 오후 4:28:59 수정


▲ 박정환, 후지쯔배 우승.

일본 대지진으로 넉 달이나 연기된 끝에 열린 후지쯔배는 세계바둑계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의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10년 넘게 지속되어온 ‘이창호 1인 천하’가 막을 내린 수년 전부터 세계바둑계는 이세돌이 먼저 치고 나간 가운데 중국의 구리(古力)과 콩지에(孔杰) 쌍두마차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세계 정상을 다투는 형국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 뒤를 최철한과 씨에허(謝赫) 등이 그 뒤를 바짝 뒤쫓으며 서로 물리고 물리는 군웅할거의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후지쯔배에서 박정환이 일약 18세의 나이로 생애 첫 세계제패에 성공한 것은 '포스트 이세돌' 의 밝은 미래를 알리는 찬란한 비상이었다. 비록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이세돌, 구리, 콩지에, 최철한 등이 8강 문턱을 넘지 못하는 어부지리가 따랐던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박정환 우승의 가치가 바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 LG배 우승에 빛나는 퍄오원야오(朴文堯)를 꺾은 데 이어 준결승에서 절정의 기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신성(新星) 이야마 유타(井山裕太)를 제압한 것은 박정환이 이미 세계정상에 충분히 오를 만한 실력을 갖추었음을 입증한다.

▲이먀아 유타(왼쪽)와 장웨이지에의 대국모습.

박정환·이야마·장웨이지에 새 월드스타로 부상

◇…박정환의 장점을 평가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 "이창호와 이세돌의 장점을 섞어놓았다"는 것이다. 이창호에 버금가는 완급조절과 형세판단 능력에다 이세돌에 뒤지지 않는 전투력과 순발력을 두루 갖추었다는 것인데, 특히 이세돌이 늘 초반의 이상감각으로 고행을 자초하는 것과 달리 박정환은 초반·중반·종반에 이르기까지 이렇다할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이번 우승을 통해 큰 무대의 경험과 세계제패의 자신감까지 얻었으니, 당분간 박정환의 상승세는 계속되리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과연 그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를 것인지, 또한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이세돌 1인 아성'에 얼마나 위협이 될 것인지가 향후 한국을 넘어 세계바둑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후지쯔배의 대회의 최대 빅카드는 단연 박정환-이야마의 4강전. 한·일 양국의 차세대 리더간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두 기사가 이번 대회에 임할 당시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봄 BC카드배 준결승에서 이세돌에게 패한 직후 7연패에 빠지며 슬럼프를 겪었던 박정환은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파죽의 15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이번 후지쯔배 5판까지 포함하여 20연승).

그런데 사실 더 주목받고 있던 기사는 바로 이야마 유타였다. 지난 5월 한중일 고수 초청전에서 이세돌과 구리를 연파하며 새로운 월드스타로 부상한 이야마가 이번 대회에서 구리와 최철한을 연파하며 8강에 올라 박정환과 맞닥뜨릴 때만 해도 국내 팬 사이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세계대회 사상 처음으로 본선 1회전에서 결승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거에 치러진 이번 대회의 특성상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타고 있던 이야마가 전력을 떠나 분위기상 우세했기 때문이다.

과연 뚜껑을 열어보니 초반부터 이야마의 페이스였다. 부담감 때문인지 박정환은 경직된 행마로 중반까지 질질 끌려다닌 끝에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박정환은 중반 이후 믿지 못할 뒷심을 발휘하여 기어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역전극의 후유증은 이후 두 기사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최대 고비를 넘은 박정환이 여세를 몰아 결승전에서 이세돌을 격침시키고 올라온 중국의 복병 치우쥔(邱峻)을 꺾고 생애 첫 세계챔프의 감격을 누린 반면,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던 이야마는 큰 승부의 후유증 탓인지 후지쯔배 직후 열린 한중일 명인전에서 2연패를 당하며 최하위에 그친 것이다.

▲ 이세돌과 구리(왼쪽).

흔들리는 이세돌·구리·콩지에 … 후배 그룹 맹추격

이번 후지쯔배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세대교체의 조짐이다. 한국의 이세돌과 최철한, 중국의 구리, 콩지에, 씨에허, 일본의 1인자 장쉬(기성)가 예상외로 줄줄이 조기 탈락한 가운데 그 뒷 세대인 박정환, 이야마 유타, 장웨이지에(江維杰) 등이 부상한 것은 일과성 이변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리라. ‘소년 10단’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박정환은 말할 나위 없고, 이야마도 이미 2~3년전부터 명인과 본인방을 잇달아 따내며 일본의 기대를 한 몸에 모은 사실을 감안하면 요즘의 맹활약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이세돌과 구리에게 2연승을 거두는 등 현 세계랭킹(배태일 박사 선정) 1~3위에게 5전 전승을 거둔 지표가 이미 이야마의 실력과 위상을 입증하고 있다.

중국의 신병기 장웨이지에의 활약도 돋보였다. 2009년 중국의 전국개인전에서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지난해 말 구리를 꺾고 명인에 올라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번 대회서도 난적 김지석과 씨에허를 잇달아 꺾으며 4강에 올라 녹록치 않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근 2~3년간 세계대회를 나누어 석권해오던 이세돌과 구리․콩지에의 동반 부진은 한편으로 뭇 여타기사들에게 자신감을 안겨주어 상향평준화를 재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쌍두마차 구리와 콩지에는 올 들어 예상외의 패배를 자주 당하고 있는데, 과연 그들이 언제쯤 제 컨디션을 되찾을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결승 모습. 한국의 박영훈(왼쪽)이 중국의 장웨이지에와 대결했다.(사진출처-중국 시나닷컴)

[한중일명인전] 통합명인 박영훈, 자신감 충전․부활에 시동

◇…후지쯔배의 거대한 광채에 다소 가렸지만, 이번 주 열린 한중일 세계바둑 명인전에서도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한·중·일 3국의 명인 타이틀 보유자(박영훈, 장 웨이지에, 이야마 유타)가 한 자리에 모인 이번 대회에서 박영훈은 이야마 유타와 장 웨이지에를 연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후지쯔배 이후 행보가 주목됐던 이야마 유타는 1회전에서 박영훈에게 허망한 역전패를 당한 데 이어 패자전에서도 장웨이지에게 패해 최하위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아마도 후지쯔배 준결승 역전패의 후유증 탓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야마가 큰 승부 실패에 따른 공허감을 얼마나 빨리 극복할지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국제 기전에서 숱하게 성적을 내온 박영훈이지만, 이번 우승은 새삼 값지게 느껴진다. 현 국내 2관왕 (명인, 맥심배)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거듭된 부진 속에 국내 랭킹 10위까지 떨어진 상황이었기 때문. 그런 점에서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이야마와 장 웨이지에를 잇달아 제압하고 통합 명인에 오른 것은 그에게 자신감과 입지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배 결승에 올라있는 박영훈, 그의 부활 여부가 주목된다.

▲ 조훈현.

[지지옥션배] 발동 걸린 조훈현 연승, 어디까지 갈까

◇…'소녀 장사' 최정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지지옥션배 여류-시니어 대항전은 일방적으로 밀리던 시니어팀의 보루 조훈현이 대반격에 가속도를 붙이면서 점입가경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주 연승의 고비였던 여류팀의 맹장 박지연과 정관장배 7연승의 히로인 문도원을 연파하면서 조훈현은 이미 5관 돌파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훈현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숫적 열세(2대6) 탓에 조훈현, 유창혁 단 두 명 만 남은 시니어팀의 앞길은 아직도 험난하다. 단지 숫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실력과 기세 면에서 여류팀의 전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도 큰 변수.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국내 여류기사들의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면서 이젠 3인방(루이나이웨이-조혜연¡¤박지은)과 맞먹는 실력과 자신감을 갖춘 여류 기사가 수두룩 한 것이다. 시니어팀으로선 갈수록 태산인 셈인데, 과연 발동 걸린 조훈현의 연승 가도에 브레이크를 걸 여걸은 누구일까?

▲ 최정.

[명인전] 신예 돌풍에 9단진 추풍낙엽…최정, 조한승 격침

◇…16강 본선 토너먼트제로 개편하여 새로 단장한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의 예선무대가 신예·저단진들의 돌풍으로 뒤덮이고 있다.

12명의 본선 진출자를 뽑는 예선 결승에서 목진석과 백홍석이 잇달아 탈락한 데 이어 이번에는 조한승이 '소녀 장사' 최정에게 물리는 최대 파란이 일어난 것. 올 시즌 80%가 넘는 고감도 승률로 승률왕을 노리고 있던 조한승이기에 충격에 가까운 이변이었다. 특히 조한승이 그가 현재 최정이 선수로 속해 있는 여자 국가대표 상비군의 코치로서 여류 기사들의 전력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키운 호랑이에게 당했다"고 할까.

뭇 프로 맹장들을 연파하며 아마추어로서 유일하게 본선에 오른 조인선의 행보도 주목된다. 명인전 본선에서 1승만 더 올리면 입단 점수를 채워 자동 입단하게 되기 때문, 그런데 만약 조인선이 본선에서 승승장구하여 설사 우승까지 하더라도 상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명인전 참가 당시 아마추어 신분이었기 때문에 대국료와 상금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 과연 조인선이 전대미문의 기록을 어디까지 세울지 관심거리다.

[삼성화재배] 향후 세계바둑계의 판도 점칠 시험대

◇…다음 주 개막되는 삼성화재배는 후지쯔배를 계기로 춘추전국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계바둑계의 판도를 점칠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박정환과 이세돌. 후지쯔배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도약의 기회를 맞은 박정환도, 최근 아마추어 기사에게 패하는 등 부침(浮沈)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세돌도 일단 16강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배가 시행하고 있는 더블 일리미네이션제 덕분에 한 번 지더라도 다시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후지쯔배에 단단히 벼르고 출격했다가 일찌감치 짐을 쌌던 국내 2인자 최철한, 박정환의 우승에 가장 자극을 받았을 그의 활약도 주목된다. 올 시즌 재기의 용트림을 보이다 최근 다시 주춤한 이창호도 주최사 와일드카드로 참가하여 실지회복을 노린다.


▲ 콩지에.

동반 슬럼프 구리·-콩지에 부활할까

한국 기사들보다 더 관심을 끄는 이들이 바로 구리와 콩지에다. 지난 봄 건곤일척의 승부(BC카드배 결승)에서 이세돌에게 패한 후유증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듯 최근 국내외 기전에서 한 수 아래 기사에게도 물리는 등 부조를 거듭하고 있다. 구리보다 한 술 더 뜬 슬럼프의 주인공은 바로 콩지에다. 지난해 초까지 세계대회를 잇달아 석권하며 한때 이세돌, 구리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콩지에는 올들어 '마치 이기는 법'을 잊어먹은 듯 미스터리에 가까운 부진을 보여왔다. 중국 쌍두마차에게 이번 삼성화재배가 권토중래의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일찌감치 짐을 쌌던 후지쯔배의 재판이 될 것인가.

통합 예선에서 전멸한 탓에 국가 시드자 단 2명만 출전하는 일본의 경우 빅3 타이틀(기성, 명인, 본인방) 보유자인 장쉬,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 이야마 유타 등을 볼 수 없다는 게 꽤 아쉽다. 특히 그에게 설욕을 벼르고 있는 이세돌, 최철한, 구리는 더욱 섭섭하리라.


■ 기사 기상도

박정환 (맑고 화창)
첫 세계제패의 자신감이 넘친다. 엊그제 국수전 준결승에서 진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차라리 연승이 끊겨 후련하다고 자위할까.

이세돌 (구름 약간)
당연히 삼성화재배 우승후보 1순위지만, 요즘 성적이 롤러코스터 같다. 아마추어에 패한 일이나 후지쯔배 탈락의 충격을 극복했다면 우승 앞으로!

이창호 (흐림)
올해 농사도 얼마 안 남았다. 삼성화재배도 탈락하면 자칫 올 연말도 검불만 쥘 형국. 배수진으로 임할 것이므로 일단 '좋은 성적'에 한 표!

박영훈 (비온 뒤 갬)
한중일 명인전 우승으로 자신감과 에너지 충전 완료. 올 시즌 최악의 부진 씻고 다시 날아오를까.

조훈현 (맑음)
가속 붙인 연승가도가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다만, 예전 같지 않게 종반에 '사진 찍는 일'만 조심한다면….

구리 (비)
봄에 이세돌에겐 진 내상이 그리 깊었나,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니…. 더 심각한 것은 이제 상대들이 그에게 대한 공포감이 없다는 점이다.

콩지에 (장마)
'1승10패…' 작년 세계최강의 전적이 맞는지, 입이 벌어지는 극심한 슬럼프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이야마 (소나기)
한참 달리다가 지쳤나. 소낙비에 쓰러지면 안 될 듯. 
TYGEM / 志石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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