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원정대
마지막 원정, 대구 석화회
21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충성도 높은 기우회
2011-10-07 오전 11:35:15 입력
▲ 대구협회에서 내려다 본 석양.
영화에서 총알이 날아가는 모습을 많이 봤다. 시간은 정말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반 년. 벌써 동호회 원정대가 시작한지 반년이 지났다.
이 글이 동호회 원정대의 마지막 글이다.
시작할 때 만 해도 그저 재미있겠단 생각이었는데, 이제 마지막 편을 쓰려고 하니 무척 섭섭하다.
방송을 시작한지 13년. 그동안 거의 대부분을 프로와 함께 했었다.
8년 전부터 시작되는 한국리그를 진행하다보니 거의 주말까지 방송과 함께였다.
지방을 돌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아마추어 대회 참가나 구경 역시 어려웠다. 점점 아마추어 바둑 기객들과는 멀어졌었다.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했는데, 그때 나타난 것이 동호회 원정대였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바둑인들의 바둑사랑을, 따뜻한 마음을 가득 담아가지고 돌아왔다.
취재를 하면서 글 솜씨도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듣고 전국의 맛있는 음식도 맛보았다.
몸과 마음이 어딘지 예전보다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 대구 석화회 회원들의 진지한 대국모습.
대구로 시작했던 동호회 원정대는 대구에서 끝난다.
대구 석화회
돌석에 꽃 화(花)라고 생각했는데 화자가 화요일 할때 쓰는 불화(火) 자다.
▲ 이동건 부회장.
특이하다 '火'자를 쓰는 동호회는 처음본다.
석화회의 뜻을 물었더니 이동건 부회장이 빙긋 웃으며 매주 셋째 주 화요일에 모이기 때문이란다.
무슨 심오한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조금은 허탈해진다.
▲ 조태희 석화 2단(왼쪽)과 이윤희 석화 초단. 두 사람은 64세 동갑이다.
▲ 김충현 특무(왕고참) 석화 2단.
석화회는 만들어진 지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창단 멤버 70%가 아직까지 회원이란다.(당시40대중반의 회원들이 지금은 60대가 되었다)
회원수는 21명.
항상17~8 명이 참가하는 충성도 높은 기우회다.
회원 수가 적은 이유는 가입이 까다롭기 때문.
자격 조건은 가장 먼저 화요일 낮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
주말은 가족들에게 봉사 해야 하고 월요일은 한주시작이라 바쁘고 목,금은 술 약속들이 많아서 바쁘고.
이리 저리 개인 사정 다 봐줄수도 없어서 가장 만만한 화요일로 정했단다.
가입 방법도 회원 추천으로만 가능하며 석화회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해야 회원이 된다.(공산당도 아니고^^;)
▲ 사진을 찍다보니 정연길님은 영화배우 미스터빈과 매우 비슷한 외모다.
마지막 동호회 원정대의 선수는 정연길 대구바둑협회 전무이사. 상대는 배윤진 프로.
치수는 두 점. 두 점? 타이젬 몇 단인데 두 점?
8단이란다. (이런 나보다 센분이시군)
▲ 배윤진 3단(왼쪽) vs 정연길 전무.
결과는 배윤진 3단이 이겼다. (뭐야 나랑 비슷하군)
정연길님의 패인은 여러가지다.
헤비 스모커의 담배 접어주기, 첫 티브이 대국, 상대는 여자기사, 대구에서 서울까지 원정가서 두게 되는 시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정연길님과 배윤진 3단의 대국은 나의 개인 일정상 직접 관전을 못 하고 일주일 지나서 대구로 따로 취재를 하러갔다.
▲ 대구의 명물 납작만두. 소스에 버무려서 먹는다.
KTX로 1시간 50분 대구에서 연구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유경민 5단이 마중을 나와주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동성로에 납작만두를 흡입(?)하고 대구 한국기원으로 이동했다.
거의 6개월만에 다시 찾은 대구 바둑협회.
그 때 만났던 반가운분들과 인사를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석화회 취재를 시작했다.
▲ 리그전 성적에 따라 매달 시상한다.
석화회 회원들의 대부분이 대구바둑협회 이사들로 구성 되어있다.
후쿠오카 기우회와 자매 결연을 맺고 일 년에 한 번 '홈엔어웨이' 방식으로 교류전이 치러진다.
석화회 공식적인 유일한 대외 행사다.
▲ 원정대와 석화회 회원들의 회식자리. 건배를 외치고 있다.
석화회는 회원끼리 자체적인 단수가 있다.
'임4단', ' 김2단' 이런 식으로 부르는데 단위 조사를 해보니 타이젬 단보다 조금 짜다.
석화 2단이 타이젬 3~4단 정도.
대국선수였던 정전무님이 석화 7단(타이젬 8단)이다.
▲ 이동건 부회장, 정연길 전무, 최욱진 석화 2단, 임현칠 석화 4단.
저녁을 먹은 후, 2차를 가자는 이야기에 이번에는 필자가 안내를 했다.
대구협회근처에 커피집이 있는데, 맥주를 팔던 기억이 나서 커피집 회동을 제의했다.
김원 7단 유경민 5단과 석화회 회원들과 맥주 한 잔,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무척 좋은 분위기였다.
대구바둑협회가 만들어진 일화, 석화회 에피소드 등을 듣다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간다.
일행의 다음 행마로 3차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중하게 사양하고 김원 7단, 유경민 5단과 자리를 나왔다.
유쾌한 석화회 회원들과는 다음을 기약하고 작별하고, 뭔가 조금 아쉬워 오랫 만에 김원 7단과 노래방으로 단촐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동안 동호회 원정대에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 하겠다.
이번 원정대로 알게된 많은 좋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타이젬 유저분들도 건강하시고 기력이 쑥쑥 발전하시기를~(베팅도 대박나시길)
안녕히 계십시오.
TYGEM / 김지명 아마6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