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젬스페셜
바둑의 母國에서
- 블래키 국제바둑도장 사람들
2011-10-22 오전 10:46:04 입력
▲ 타이젬 페이스북
S#1. 한 판 붙을까요?
요즘 페이스 북에서는 '바세바'라는 그룹이 만들어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께서는 벌써 말뜻을 알아채셨겠죠?
바둑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뜻입니다.
아직도 소녀티가 가시지 않은 프로기사 김혜림 양이 깃발을 들고 나서 그룹을 만든 지 며칠도 안됐는데 200여 명의 젊은 바둑 인들이 흔쾌히 SNS에서 손을 잡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그룹이 무슨 정치판의 세력처럼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바둑과 바둑문화, 그리고 우리들의 정체성에 관해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고 사색하는 생각의 집단이라고 봅니다.
바둑 토토, 바둑 놀이터, 바둑 콘텐츠 등에 관한 의견들이 매일 쏟아져 나옵니다.
이제 바둑 생태계도 이렇게 환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페이스 북을 통해 저도 꽤 많은 친구와 소통하고 있지요.
불멸의 기성 오청원 선생과도 친구등록이 되어 있고 국내외 많은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 타이젬의 하영훈 부장(왼쪽)과 김승준 사범.
며칠 전 그 페이스 북에서 김승준 사범과 타이젬의 하영훈 부장이 조우했습니다.
"산본 비바국제바둑도장의 외국인 친구들이 공을 좀 찰줄 아는데 타이젬과 한 판 하실래요?"
하 부장은 두말없이 콜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타이젬은 아시아와 미주 지역에 대국실을 오픈했고 장차 전 세계에 타이젬 바둑 망을 깔고자 하는 야심을 품 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다국적 바둑 인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던 참이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바둑을 배우는 청년들이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는 시작할 때와 어려울 때 하는 것이 효과적인 법입니다.
▲ (왼쪽부터) 코를란, 디아나, 김승준 사범, 이사, 다니엘.
산본에 찾아갔더니 도장에는 네 명의 연구생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디아나, 프랑스의 이사, 싱가포르의 다니엘, 루마니아의 콜란 등이 그들이었습니다.
흑인인 이사(Issa)와 통성명을 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부턴가 제 메일함에 거의 매일 스팸처럼 많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친구가 바로 그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친구 해제를 할까 망설였지만 항상 바둑 마크가 붙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신했었는데 그 친구를 이렇게 직접 만나니 반갑 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번 취재는 페이스 북의 인연으로 얽혀 풀려난 이야기입니다.
▲ 비바국제바둑도장(왼쪽) vs 타이젬.
S#2. 산본의 체육공원
비바국제바둑도장 VS 타이젬 족구시합이 벌어졌습니다.
흑기사 김승준 9단은 바둑계에서 잘 알려진 스포츠맨입니다.
공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고수에 속합니다.
▲ 헝가리 미녀기사 디아나의 왼발 슛!
그러나 국제도장 팀의 키 플레이어는 헝가리 미녀기사 디아나였습니다.
그녀는 왼발을 쓰는데 볼 컨트롤이 절묘했지요.
발등으로 강하게 킥을 할 줄도 알았고 아주 빠른 볼도 부드럽게 받아낼 줄 알았습니다.
바둑계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그 어떤 남자들도 디아나만큼 족구를 잘 하는 이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미 명지대학교 캠퍼스에서 그녀의 공차는 솜씨는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프로기사들이 운동을 할 때 여류기사가 포함되면 핸디를 주는데 유독 디아나만큼은 남자와 동급으로 간주해 특혜를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 족구 장면.
프랑스 출신의 이사도 운동신경이 괜찮은 편이었고 루마니아의 콜란도 수비를 맡아 열심히 뛰었습니다.
▲ 족구장 가장자리에 앉아 사활을 풀고 있는 싱가포르의 다니엘.
싱가포르의 다니엘은 운동에 취미가 없어 족구장 가장자리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사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족구는 내기가 걸려야 흥미진진한 법입니다.
타이젬이 이기면 비바국제바둑도장은 영원히 타이젬을 위해 뛴다.
비바국제도장이 이기면 타이젬은 도장의 운영을 돕는다.
뭐 이런 조건이라면 이겨도 좋고 져도 나쁘지 않겠지요?
부수조건으로 저녁내기까지 이어집니다.
게임은 2:2로 끝났습니다.
모처럼 운동을 한 타이젬 직원들은 체력고갈로 헐떡였고 하 부장은 다리에 쥐가 나서 절뚝거렸지요.
그러나 디아나는 확실한 승부를 보지 못해 아쉬운 듯 연신 공을 토닥거리고 있었습니다.
▲ 김승준 사범의 지도기를 학생들이 진지하게 관전하고 있다.
S#3. 외인부대 이야기
디아나는 모두 아시듯 한국에서 입단한 프로기사입니다.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아버지가 15년 경력의 바둑지도사라고 하네요.
지금도 헝가리에서 바둑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수입은 별로인데 동유럽에서 바둑대회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선물도 주는 바둑전도사라고 합니다.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배운 디아나는 일본 유학을 결심했으나 명지대 남치형 교수를 만나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명지대에 등록하고 바둑공부를 시작했습니다.
▲ 헝가리의 디아나는 현재 한국기원 객원 기사로 활동 중이다.
연구생 시절에 여류 2조까지 올라갔는데 한국기원에서 외국인 특별입단 면장을 내려 당황했다고 합니다.
프로가 되는 건 영광이지만 실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햇다네요.
또 소소회에 들어갔는데 자체 리그에 참가해 패배할 경우 벌금을 내야 했으므로 그런 소소한 경제적 부담조차 신경이 쓰였다 고 합니다.
지금 그녀는 비바 도장에서 사범과 통역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 학생 수가 많지 않기에 수입은 적습니다.
프로이기에 성적으로 상금을 획득해야 하는데 솔직히 정상급과의 격차가 있으므로 기대난망입니다.
언어소통 면에서 디아나의 존재는 특별해서 간혹 바둑외교 인력으로 뛰기도 하지만 외국을 많이 출입하다 보면 바둑 공부도 게을러지고 목표가 흐트러져서 혼란스럽다고 밝힙니다.
언젠가는 헝가리로 돌아가서 아버지와 바둑 도장을 운영하는 게 꿈인데 그 전에 바둑의 모국인 한국에서 어떤 형태라도 성취 를 이루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성취란 경제적 자립일 수도 있겠고, 인생의 동반자를 만날 수도 있겠죠.
첫인상은 다분히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심지가 굳고 의리가 강한 디아나, 그녀는 볼수록 매력 넘치는 프로기사입니다.
▲ 프랑스에서 온 이사(Issa).
이사(Issa)는 열일곱 살의 학생입니다.
부계는 아프리카, 국적은 프랑스, 체류지는 인도라니 복잡합니다.
기력은 타이젬 3단 정도인데 기초가 탄탄합니다.
바둑의 국제적 교류에 관심이 많아서 페이스 북과 메일을 통해 많은 친구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바둑을 포기하지 않고 정진한다면 훗날 바둑계의 지도를 그리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루마니아에서 온 콜란(corlan).
콜란은 루마니아의 정보통신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CTI SYSTEMS이란 회사에서 어플을 개발하는 전문가인데 세계바둑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회사에서도 특별히 배려를 해줬다고 하네요.
그는 루마니아에서 바둑 랭킹 8위 정도라고 합니다.(타이젬 6단)
1위부터 6위까지는 거의 다 일본 유학 출신들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문화와 음식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또 사람들도 모두 진지하고 매사에 열정적이어서 너무 좋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콜란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숙식 걱정 없이 비바국제도장에 머물며 집중훈련을 받을 수 있게 돼 행복하다 고 밝힙니다.
김승준 9단의 비바국제바둑도장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자리를 잡진 못했어도 한국을 찾는 바둑지망생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에서 온 다니엘(오른쪽).
싱가포르의 다니엘은 현지바둑협회에서 총무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기력은 타이젬 3단 정도.
멀티미디어 관련 직종에 근무하는데 바둑공부를 위해 명지대에 유학을 왔습니다.
바둑을 배운 동기는 [고스트바둑왕] 만화를 보고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다니엘은 디자인 쪽에도 재능이 많아서 스스로 바둑용품을 만들어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바둑 컵과 바둑 백, 그리고 열쇠고리 등 자신의 작품을 보여줍니다.
타이젬에서 다니엘의 작품을 회원증정용으로 일정량 구매했으니 조만간 선보일 기회가 올 겁니다.
▲ 비바국제바둑도장의 수업 시간표.
몇 년 전 횡성의 킹스필드 바둑도장에 외국인 지망생들이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오래 지속되질 못 했지요.
한때 바둑계에 다양한 콘텐츠를 들고 나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듯 보였던 킹스필드가 갑자기 문을 닫자 지망생들의 나침 반이 흔들렸습니다.
그때 사람 좋은 김승준 9단이 그들을 위해 산본에 비바도장을 차렸습니다.
그 건물 4층에 진석바둑도장과 한국기원 산본지원이 있어 서로 교류하기도 좋았습니다.
직접 찾아가보니 인원이 적어 허전하긴 했습니다만 네 명의 진지한 젊은이들을 보고 가슴 더워졌습니다.
그들의 일은 그들 스스로 개척해야 옳으나 그들이 한국을 바둑의 모국으로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 타이젬(왼쪽)과 비바국제바둑도장 학생들의 대국 모습.
일단 타이젬에서 그들에게 컴퓨터 한 대를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그들이 타이젬을 통해 활동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지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둑종주국사업이란 슬로건도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그보다 단 한 명이라도 바둑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아온 이방인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는 게 우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TYGEM / 김종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