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기상대
이창호, '연내 무관탈출' 보인다
명인전과 olleh배서 잇달아 4강에…예전 위용 되찾아
2011-10-28 오전 10:47:32 입력 / 2011-10-29 오전 12:01:07 수정
가을이 붉게 무르익는 목하 주요 국내 기전들의 본선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GS칼텍스배 결승에서 박정환이 박영훈을 완봉하며 우승한 데 이어 국수전 도전기에서는 최철한과 조한승이 1대1 타이를 이루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어 천원전과 올레(olleh)배, 명인전이 속속 4강 멤버를 확정지었다.
그런 가운데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바로 이창호이다. 지난 2월 국수를 잃으며 22년만에 무관(無冠) 신세로 전락했던 그가 지난 여름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더니 가을 들어 가파른 상승세로 예전의 위용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명인전과 올레배에서 잇달아 4강에 진출하며 연내 무관탈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는 이창호의 재기는 팬들에게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지난 봄 비씨카드배 우승 이후 한동안 조용했던 이세돌의 행보 또한 주목거리이다.

▲GS칼덱스배에서 우승한 박정환.
[GS칼텍스배] 박정환, 예상외로 박영훈을 3대0으로 완봉
◇…접전이 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朴 대 朴'의 GS칼텍스배 결승5번기는 세 판 만에 싱겁게 막을 내렸다. 얼마 전 후지쯔배 우승을 계기로 국내 랭킹 2위까지 치솟는 등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타고 있는 박정환이지만, 그래도 이 대회를 두 번이나 우승했던 난적 박영훈을 상대로 3대0 완봉승을 거둘 줄을 모두들 미처 몰랐던 것.
돌이켜 보면 결승 첫판이 5번기의 분수령이었다. 결승전이 개막될 때만 해도 당초 예상은 박정환이 후지쯔배 우승 이후 다소 지친 기미를 보인 반면, 전반기에 잠잠하던 박영훈은 한중일 명인전 우승을 계기로 활력을 되찾은 터라 팽팽한 승부를 점치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과연 결승 1국의 뚜껑을 열자 박영훈이 노련한 반면운영으로 완승 무드를 만들어가자 그러한 예상은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중반 이후 박영훈은 ‘마무리의 달인’ 답지 않게 불가사의한 난조를 거듭한 끝에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고, 결국 그런 흐름이 결승 시리즈 전반을 지배해버렸다. 이후 박영훈은 2국와 3국에서도 시종 무력하게 끌려 다닌 끝에 거푸 무념(無念)의 완패를 당했다. 결승 1국의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한 채 와르르 무너졌다고 할까.

▲박정환과 박영훈의 결승 모습.
'황소 3총사' 제치고 '포스트 이세돌' 선두주자로 비상
◇…사실 이번 '朴 대 朴' 결승은 '포스트 이세돌'의 향배를 어느 정도 가늠하는 풍향계의 의미가 짙었다. 지난 10년 가까이 이세돌의 뒤를 잇는 세력으로 가장 두각을 보여온 '황소 3총사'(85년생; 최철한, 원성진, 박영훈) 그룹이 주춤하는 사이 강동윤과 김지석을 필두로 한 89년생 그룹이 맹추격하고 그보다 훨씬 어린 박정환(93년생)이 최근 2년 새 급격히 스퍼트하며 이들을 추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번 GS배 결승이 그 역전 판도를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라고 할까.
이번 우승으로 국내 2관왕에 오른 박정환은 첫 세계제패의 엔진에다 국내 다관왕의 날개까지 장착했다. 한 번의 승부를 갖고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미 농익은 기량에 날로 노련미까지 가미되고 있는 18세의 '뜨는 해' 박정환이 갑자기 후진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더욱이 박정환은 올 시즌 이미 두 차례의 슬럼프를 겪으며 슬럼프에 대한 내성(耐性)도 충분히 길렀기 때문.
과거 80년대 유력한 '포스트 조훈현' 세대로 일세를 풍미했던 '도전 5강'(서능욱, 강훈, 장수영, 김수장, 백성호)이 주춤주춤하다 당시 2인자 서봉수의 벽도 넘지 못한 채 오히려 양재호, 유창혁 등 후배들에게 추월당한 것처럼 '황소 3총사'도 벌써 장강(長江)의 뒷 물결에 밀리는 형국이 된 것일까. 하지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 '황소 3총사'는 아직도 체력이나 정신력 면에서 펄펄한 20대 중반이기 때문. 그래서 앞으로 '황소 3총사'와 강동윤,김지석의 89년생 그룹, 그리고 박정환이 벌이는 각축은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 '포스트 이세돌'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최철한 국수에게 도전하는 조한승.
[국수전] 조한승 vs 최철한 '장군-멍군' …처절한 혈전 예고
◇…최철한(현 국수)과 조한승이 벌이고 있는 국수전 도전 5번기는 당초 예상대로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대1 타이 스코어 만큼이나 바둑 내용 면에서도 1, 2국 모두 요즘 보기 드문 난전으로 점철되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바야흐로 두 기사의 승부를 초월한 기 싸움에 불이 붙었다고 할까.
특이한 점은 조한승의 기풍 변화. '유창혁 이후 가장 모양 좋고 아름다운 바둑을 둔다'는 평가처럼 조한승은 그동안 유연한 기풍과 탁월한 균형감각으로 늘 정상권 주변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왔다. 그러나 고질적인 형세낙관과 결정력 부족으로 만년 준우승에 그치면서 늘 '2%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게 사실.
그런데 그러던 그가 요즘 군대 갔다와서 무척 사나와졌다. 준결승(3번기)에서 '원펀치' 원성진을 거세게 힘으로 밀어붙인 끝에 2대0으로 일축한 데 이어 도전 5번기에서도 난전의 명수 '독사' 최철한을 상대로 시종 난전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전 2국 모습. 최철한(왼쪽)이 승리하며 1:1을 이뤘다.
5번기에서 3번기로 압축 … 최철한 페이스 회복 여부가 관건
◇…당초 예상은 조한승의 근소한 우세였다. 최철한에게 랭킹 면에서는 뒤지지만, 통산 상대 전적(9승8패)에서도 꿀리지 않는 데다 올 시즌 다승 1위와 승률 1위를 질주할 만큼 맹위를 떨치고 있는 데 비해 최철한은 지난 8월 5연패 이후 슬럼프에 빠져있었기 때문. 게다가 결승 첫 판을 조한승이 선취해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지난 2003년 이창호가 갖고 있던 국수에 도전했다 0대3으로 맥없이 물러난 탓에 국수 등극에 대한 비원이 남다른 조한승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그런데 하필 이때(조한승의 입장에서) 부진하던 최철한의 컨디션이 되살아난 것이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난해한 접전의 연속이던 결승 2국에서 최철한은 시종 반상을 주도한 끝에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며 완승을 거두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최철한에게도 국수전에 대한 집념은 누구 못지 않게 강하다. 2004년 이창호 아성을 무너뜨리며 슈퍼스타로 발돋음하게 만든 무대도, 한동안 국내 무관이던 그를 올 초 다시금 타이틀 홀더로 올려놓은 재기의 무대도 바로 국수전이었기 때문. 그래서 이번 도전 5번기는 풀세트까지 가는, 그야말로 혈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11월 8일 속개되는 도전 3국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호(왼쪽)는 조인선을 제압하고 명인전 4강에 올랐다.
[명인전] 조인선 '아마 돌풍' 이창호에 진압…이태현 '깜짝 4강'
◇…유례없는 신예․아마추어 돌풍으로 화제를 모았던 명인전은 8강전에 들어서면서 거세던 파란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삼성화재배 4강 진출로 상종가를 치던 나현이 백홍석에게 꺾인 데 이어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기전 8강에 오르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특례 프로 입단의 진기록을 연출한 조인선의 기세도 이창호에게 진압된 가운데, 4강은 이창호 : 백홍석, 박영훈 : 이태현으로 압축됐다.

▲천원전과 명인전에서 거푸 4강에 오른 이태현.
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기사는 스무살 청년 이태현. 16강전에서 여류 돌풍의 주역 ‘소녀장사’ 최정을 잠재운 데 이어 8강에서는 김승재에게 괴력의 역전승을 거두며 막차로 4강에 합류한 것. 이미 천원전에서도 4강에 올라있는 신예 이태현의 다음 상대는 박영훈. 분명 난적이지만, 마침 박영훈이 GS칼텍스배 완봉패로 내상을 입은 터라 흥미진진한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번기로 벌어지는 준결승은 11월 1일 속개된다.


▲4강 막차에 탑승한 이세돌(왼쪽).
[olleh배] '이창호 vs 박정환''이세돌 vs 강동윤'…'빅4' 진검승부
◇…'이창호 vs 박정환'의 빅게임에다 '이세돌 vs 강동윤'의 빅카드까지. 국내 랭킹에 따른 독특한 피라미드식 토너먼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올레배는 상위 랭커에게 유리한 대진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변이 적은 편인데, 그 덕분에 최강,최정예의 기사들이 4강에 안착하면서 여느 기전의 결승에서도 보기 힘든 빅게임 두 판이 연이어 준결승으로 펼쳐지게 되었다.
▲ 박정환(왼쪽) vs 이창호.
특히 눈길을 끄는 판은 이창호 : 박정환 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이창호에게 당면 과제는 '올 시즌 내 무관탈출'. 그런데 그 첫 관문으로 다가온 상대가 마침 No.2까지 치솟은 박정환이라는 사실이 퍽이나 공교롭다. 20년 가까이 무수한 타이틀을 따내며 1인자로 군림해온 이창호지만, 지금은 랭킹, 성적 면에서 모두 박정환에게 밀린다. 최근 공중파 방송 뉴스(10월 26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도전하는 마음"이라고 토로했던 것처럼 지금은 오히려 이창호가 까마득한 후배에게 도전하는 입장이 된 셈이라고 할까. 국내는 물론 세계가 주목할 두 기사의 대결은 11월 11일 열린다.

▲ 이세돌(왼쪽) vs 강동윤.
8강전에서 김기용에게 3주전 참패를 설욕하며 4강에 합류한 '디펜딩 챔피언' 이세돌에게도 올레배의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 봄 비씨카드배 우승 이후 한동안 부진했던 탓에 현재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기전이 몇 되지 않기 때문. 모든 기전이 전기 우승자에게 프리미엄을 주지 않는 토너먼트제로 바뀐 지금, 4강까지 올라간 올레배마저 놓친다면 자칫 '무관의 1인자'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인데, 때마침 4강에서 조우한 상대가 본인이 가장 껄끄럽게 여긴다는 강동윤 아닌가. 위기일수록 더욱 빛을 발해 왔던 이세돌의 괴력에 새삼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11월 19일 예정)

▲입단 후 처음으로 본격 기전에서 4강에 진출한 이지현.
[천원전] "역시 신예의 산실" 이태현과 이지현 4강 진출 기염
◇…'신예 스타의 산실'로 일컬어질 만큼 이세돌-박영훈-송태곤-최철한-원성진-강동윤으로 이어지는 신예스타를 줄줄이 배출해온 천원전은 지난해 이태현(준우승)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신예 스타를 낳았다. 쟁쟁한 고단진의 숲을 뚫고 일약 4강에 도약한 이태현 3단(20세)과 이지현 2단(19세)이 그 주인공들.
특히 전기 준우승자 이태현은 이번에도 난적 송태곤과 김지석을 연파하고 또 다시 4강에 올라 지난 해의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또한 지난 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KT배(현 올레배) 본선에 올라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루키 이지현도 거함 조한승을 격침시킨 여세를 몰아 생애 첫 4강 고지를 밟았다. 4강 대진은 최철한 : 이지현 전과 윤준상 : 이태현 전. 푸릇한 청년 신예들이 과연 또다시 대어를 낚고 결승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이창호 (맑음)
완연하게 회복 중. 랭킹도 4위까지 끌어올렸고, 명인전과 올레배에서 타이틀을 향해 쾌속 진군 중이다. 무관 탈출의 날이 머지 않은 듯.
이세돌 (구름 약간)
올레배 4강을 계기로 여름부터 이어진 부조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중. 그러나 본인이 스스로 밝혔듯 아직도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게 좀 문제다.
최철한 (비온 후 갬)
한 여름부터 이어진 슬럼프 장마에서 벗어나는 기미. 하지만, 한번 슬럼프에 빠지면 워낙 오래가는 스타일이라 아직 절정세의 50%라고 할까.
박정환 (맑음)
GS배에서 박영훈을 3대0 스트레이트로 돌려세울 줄이야. 첫 세계제패의 대가로 치른 잠깐의 터널을 금세 빠져 나왔기에 앞에는 대로가 열렸다.
박영훈 (흐림)
올 최대 농사로 여겼던 GS배에서 무력하게 3대0으로 셧아웃 당하다니. 실리 일변도의 기풍에서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듯.
조한승 (맑음)
한 손엔 다승왕, 또 한 손엔 승률왕을 들고, 국수 왕관까지 쓰려 한다. 국수전 도전기가 향후 기사 인생의 분수령이 될 듯.
이태현 (맑음)
겁 없는 약관 청년, 승승장구로 천원전과 명인전에서 잇달아 4강에 오르며 최근 상종가를 치고 있다.
구리(古力) (맑음)
창기배 우승으로 드디어 국내 무관 탈출! 이창호에 반집승을 계기로 완연히 되살아났나. 중국에겐 에이스의 부활이 더없이 반가울 듯.
저우루이양(周睿羊) (비)
'중국리그용' '종이호랑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농심배에서 한국의 무명 신인에게 패퇴하며 이번에도 스타일을 구겼다.
TYGEM / 志石居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