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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4년만에 세계정상 탈환 초읽기

LG배 결승 진출…국내 올레배선 이세돌과 우승 다툼

2011-11-26 오전 11:39:27 입력 / 2011-11-27 오전 12:22:27 수정

전통의 국수전이 조한승을 새로운 국수로 배출한 가운데 명인전과 천원전 올레(Olleh)배 등 국내 타이틀전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초겨울, 이창호가 LG배 결승 진출의 낭보를 전해왔다. 또한 연말을 앞두고 이창호-이세돌의 결승 빅카드를 비롯한 명승부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전 현황을 진단하고 프리뷰해본다.

▲이창호 9단.

[LG배 세계기왕전] '고군분투' 이창호, 중국·일본·대만 최강 연파

◇…이번 LG배는 이창호의 건재함을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극심한 슬럼프를 딛고 올 시즌 완연하게 재기한 이창호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기에 그를 주시하고 기대하는 세계의 바둑팬들에게 크게 어필하기엔 뭔가 미흡했던 게 사실. 하지만 이번 LG배에서 통합예선부터 무려 9연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 일단 권토중래(捲土重來)에 성공했다.

특히 본선에서 구리(古力)와 이야마 유타(井山裕太), 천스위엔(陳詩淵) 등 중국, 일본, 대만의 최강을 차례로 꺾은 사실은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세돌, 박정환, 최철한이 잇달아 조기 탈락한 가운데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지켜낸 고군분투라서 더욱 값졌다.

▲LG배에서 돌풍을 일으킨 장웨이지에

    新 한국킬러’ 장웨이지에, 새로운 월드스타로 우뚝

이번 LG배가 낳은 또 한 명의 월드스타는 생애 첫 세계 결승 무대에 오른 중국의 신흥강호 장웨이지에(江維杰)다. 지난해 중국 명인전 우승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장웨이지에(20세)는 지난 후지쯔배 4강 진출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듯 이번 대회에서 32강전부터 조한승, 목진석, 원성진, 김지석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강호들을 모조리 꺾는 괴력을 과시했다. 뚜렷한 특질은 없지만, 뛰어난 파위에 균형감각이 좋고 끈끈한 ‘전천후 기풍’이라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최대 장점이라는 평인데, 콩지에, 씨에허에 이어 또 한 명의 ‘한국 킬러’ 등장에 벌써부터 국내 바둑계는 그에 대한 경계령이 발동된 상태. ‘

이창호에게 이번 LG배 결승은 한동안 멀어졌던 세계정상 탈환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세계대회 최다 우승에 빛나는 그이지만, 근래 들어 거듭된 부진과 불운 속에 2007년 중환배 우승을 끝으로 우승컵을 들어본지 4년이나 됐다. 전설의 귀환일까, 아니면 중국 신성의 비상일까. 내년 2월에 열리는 결승(3번기)에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국수 조한승.

[국수전] ‘新조국수’ 조한승, 한국 대표기사 반열에 올라


◇…올 시즌 종횡무진의 맹활약으로 다승왕과 승률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한승이 풀세트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마침내 염원하던 국수에 등극했다. 1대1 타이에서 속개된 도전 3국에서 조한승이 완승을 거둘 때만 해도 그의 우승이 무난해보였다. 하지만 4국에서 배수의 진을 친 최철한의 반격이 주효하면서 다시금 2대2 타이.

11월 16일 열린 운명의 최종국은 국수를 결정짓는 건곤일척의 한 판답게 장장 9시간, 300수 가까운 혈전이었다. 그리고 내용 면에서도 시종 엎치락뒤치락 끝에 숨막히는 반집승부, 그리고 종당에는 막판 2집 끝내기 단계에서 승부가 뒤집히는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막판 형세오판으로 역전패를 자초한 최철한에게는 통한의 일국이었으며, 조한승에게는 하늘이 도운 일생일대의 역전승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조한승은 기사 인생의 황금기를 열며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기사 반열에 올랐다. 유려한 행마에 빼어난 균형감각으로 늘 정상 주변에 있었지만, 고질적인 형세낙관과 결정력 부족으로 “2%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조한승. 그러나 군 복무 후 부족했던 ‘2%’를 채우면서 난전에도 능한 기풍으로 변모, 발전했다. 탁월한 감각에다 여느 기사와는 달리 기복이 없고 늘 꾸준한 모습을 보여온 그이기에 이번 국수 우승을 계기로 한동안 조한승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전 5국 모습

   조한승-최철한, 풀세트 대접전으로 최고 명승부 연출

◇…이번 국수전 도전기는 역대 도전기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승부로 기억될 것 같다. 올해로 55기를 맞은 국수전 도전기에서 그동안 풀세트 접전을 벌인 사례는 총 9회(3번기로 치러진 2000년 43기 포함). 그 가운데 역사적 명승부로는 윤기현(은퇴)이 일본 유학 직후 김인의 1인 아성을 무너뜨렸던 17기(72년)와 국수 10연패(覇)를 구가하다 제자 이창호에게 타이틀을 내준 뒤 곧바로 리턴매치에 성공한 35기(91년), 이창호 1인 독주시대를 알린 38기(94년)과 40기(96년), 루이나이웨이(芮乃偉)가 여류 최초_외국인 최초로 국수에 오르는 센세이션을 연출한 43기(2000년), 최철한이 이창호 아성을 무너뜨린 47기(2004년) 등이 꼽힌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같은 명승부의 '최종국 흑번 필승' 현상인데, 조한승-최철한이 벌인 이번에도 최종국을 포함하여 5국 모두 흑번 필승 신화가 재현되었다.

    "전통의 '국수전史'는 곧 한국 현대바둑사"

◇…국내 최고(最古) 전통의 국수전은 단순히 일개 타이틀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국수(國手)'라는 칭호 자체가 조선말부터 최고의 바둑고수를 일컫는 고유명사이었던 역사적 유래를 넘어 척박했던 한국 프로바둑의 맹아기(萌芽期)에 최초로 창설된 본격 기전이라는 전통과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나 함부로 타이틀을 허용하지 않은 것 또한 국수전의 큰 특징이다.

무려 55기에 달하는 기전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수위에 오른 기사는 12명(조한승 포함)에 불과한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 한국바둑사를 대표하는 당대의 1인자였다. ☞역대 국수전 우승자 표 참조

한국바둑의 대부 조남철(작고, 9연패) 9단을 필두로 김인(6연패)-조훈현(10연패)-이창호(5연패)-이세돌(2연패)이 모두 2회 이상 국수에 오른 바 있다. 그래서 "국수전 역사가 바로 한국 현대바둑사"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상금 액수와는 상관없이 국내 뭇 프로기사라면 어김없이 국수 타이틀을 가장 선망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조한승의 국수 등극은 단순한 타이틀 획득 차원을 뛰어넘어 비로소 명실상부한 한국바둑의 대표 주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명인전]
이창호 완파한 백홍석 돌풍, 생애 첫 우승까지 갈까

◇…백홍석이 명인전의 화두로 떠올랐다. 우승까지는 아직 큰 고비가 남았지만, 박정환에 이어 이창호까지 꺾으며 생애 처음으로 매머드 기전 결승에 뛰어오른 사실 자체가 이미 센세이션이다. 특히 누구나 이창호의 절대 우세를 예상하던 준결승 3번기에서 천하의 이창호를 2대0 완봉한 것은 실로 대단한 개가였다. 그동안 이창호에게 판맛을 보지 못해왔기에, 더욱이 요즘 들어 힘차게 부활하고 있는 이창호의 상승세 때문에 누구나 이창호의 절대 우세를 예상하던 터였기에 더욱 놀라웠다.

빼어난 기재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돌주먹'을 지녔으면서도 백홍석이 그동안 정상권과 다소 거리가 있었던 이유는 멘탈(mental)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리한 국면에서는 경솔함 때문에 상대의 흔들기에 말려들고, 실수하거나 불리할 때는 지나친 자책과 비관으로 자폭하는 기질 때문에 늘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결정적 고비에서 어이없게 무너지곤 했던 것.

80년대 탁월한 기재와 파워에도 불구하고 결국 조훈현-서봉수 벽을 넘지 못했던 '손오공' 서능욱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대국 당시 얼굴에 형세가 가장 잘 묻어나는 다혈질 탓에 ‘낭만 파이터’라는 애교섞인 별명까지 얻기도 했던 백홍석이 적어도 이번 명인전에서만큼은 확 달라졌다. 특히 이창호와의 준결승에서 서둘지 않고 국면을 리드하고, 상대의 승부수에도 흔들림없이 우세를 다져나가는 그의 모습은 승리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백홍석에겐 이번 명인전 결승이야말로 5번의 준우승 설움을 단번에 날려버리고 정상급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반면, 얼마전 GS칼텍스배 결승에서 박정환에게 충격적인 0대3 완패를 당한 박영훈의 입장에서도 이번 결승은 올 농사의 마지막 보루이기에 더없이 중요하다. 올 시즌 여타 기전의 부진 속에 이번 명인전에서마저 물러난다면 자칫 검불만 쥔 채 허탈한 연말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판씩 주고받아 1대1 타이에서 11월 24일 열린 결승 3국에서 박영훈이 승리함으로써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운데 결승 4,5국은 12월 8, 9일 속개된다.

▲이창호/이세돌

[올레배] '이 VS-이' 빅매치 성사…올 최고 명승부 기대

◇…뭇 바둑팬들이 고대해 마지않던 '이 VS 이' 빅매치가 드디어 성사됐다. 한국의 대표하는 신구 강호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4강전에서 이창호와 이세돌은 요즘 한창 물 오른 후배 박정환과 강동윤을 각각 제압하고 지난 해 물가정보배 결승 이후 1년여만에 결승 무대에서 해후하게 됐다.

먼저 열린 이창호-박정환의 준결승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은 이창호의 저력을 새삼 확인시킨 역전극이었다. 올 들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떠오르는 해’ 박정환의 패기에 밀려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죽어가는 대마를 기사회생시킨 이후 완벽한 종반 운영으로 끝내 역전승을 거둔 것. 특히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전성기 때의 데자뷰였다.

이어 열린 이세돌-강동윤 전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타개와 종반에 능한 강동윤은 평소 이세돌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상대. 그래서 황혼까지 가는 대접전이 예상됐지만, 초반 접전에서 강동윤이 찬스를 놓치며 오히려 역습을 허용하는 바람에 이세돌의 일방적인 승리로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지난 여름 이후 한동안 부진했던 이세돌에겐 항간의 슬럼프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쾌승이었다. 

'랭킹 1위' 위상 흔들리는 이세돌 부활 여부도 관심

◇…올 시즌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이창호-이세돌의 결승 5번기에 벌써부터 바둑팬들의 가슴은 설레고 있다. 1년여만에 결승 무대에서 재회한 이창호와 이세돌의 통산 상대 전적은 31승25패로 이창호의 우위. 통산 결승 전적도 일곱 번 만나 이창호가 5승2패로 앞선다. 그러나 이세돌이 실질적인 세계 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그같은 역대 전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두 기사에게 이번 올레배 결승은 국내 최대 규모 기전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창호의 추락 이후 2년 이상 랭킹 1위를 구가해온 이세돌은 최근 거듭된 부진으로 1인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여름 이후 열린 세계대회와 국내 기전에서 잇달아 초반 탈락한 후유증으로 9월부터 열리고 있는 각 국내 기전의 결승무대에 얼굴조차 내밀지 못한 끝에 랭킹 점수에서도 2위 박정환에게 턱밑 추격을 허용한 상황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바둑계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지금 ‘위기의 이세돌’은 자신의 위상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도 뭔가 '한 건' 해야 한다.

한편, 연초 국수 상실 이후 올 시즌 내내 무관으로 지내온 이창호에게 이번 결승은 더욱 절박하다. 더구나 명인전에서 이미 4강에서 탈락한 터라 사실상 이번 올레배가 올 시즌 마지막 농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올 시즌 후반기 들어 완연하게 되살아난 이창호에게 타이틀은 재기의 상징이자 동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위기의 이세돌’과 ‘부활의 이창호’가 벌이는 결승 5번기는 예측불허의 대접전이 필연적이지만,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싸이클상 최근 LG배 결승 진출로 최고조에 달해있는 이창호의 박빙 우세가 예상된다. (결승 1국 12월 6일 예정)

▲천원전 결승 모습

[천원전] 최철한, '국수 상실감' '천원'으로 복구하나

◇…천원전 본선 무대를 휩쓴 신예들의 돌풍은 결국 4강전에서 사그라들었다. 준결승에서 이지현, 이태현 두 후배를 나란히 진압하며 선배의 무서움을 보여준 최철한과 윤준상이 한창 결승 3번기를 치르고 있는데, 11월 24일 열린 결승 1국에서 최철한이 접전 끝에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첫 판을 먼저 따내는 쪽이 단연 유리하다는 결승 3번기의 특성상 최철한이 우승 고지의 8부 능선을 밟은 셈.

공격과 노림에 강한 '하드 펀치'간의 격돌이자 동문(권갑룡 도장) 선후배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은 결승 1국은 과연 기대만큼 흥미진진한 싸움바둑이었다. 결국 중반 승부처에서 윤준상이 중앙 요석을 죽이며 실족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쉽게 최철한이 선취점을 올렸다. 최철한이 국수를 잃은 상실감을 천원 획득으로 복구할 것인지, 아니면 윤준상이 반격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인지, 결승 2국은 12월 1일 속개된다.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이창호 (맑음)
전설의 귀환인가. 올레배 결승진출에 이어 LG배서도 결승에 올랐다. 연내 무관탈출 가시화. 다만, 체력이 문제다.

이세돌 (구름 약간)
여름부터 이어진 부진의 늪에서 서서히 탈출하는 기미. 뜸해진 대국 일정에 실전 감각 유지가 관건일 듯.

최철한 (구름 약간)
슬럼프에선 벗어났으나, 국수 상실의 데미지가 크다. 천원 우승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까. 한국리그 포스트시즌도 기대된다.

박영훈 (비온 후 갬)
GS칼텍스배 참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것일까. 배수의 진을 친 명인전 결승인데, 백홍석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조한승 (맑음)
드디어 꿈에 그리던 국수에 올랐다. 다승왕, 승률왕도 눈앞이고. 한국리그 포스트시즌의 활약도 기대된다.

백홍석 (구름 약간)
명인전에서 이창호를 셧아웃시킨 여세를 몰아 생애 첫 타이틀을 따낼 수 있을까. 마인트 컨트롤만 잘한다면 절호의 기회인데, 아직 밀리고 있다.

구리 (맑음)
창기배 우승으로 드디어 국내 무관 탈출! 중국에겐 에이스의 부활이 더없이 반가울 듯.

장웨이지에 (맑음)
후지쯔배 4강에 이어 LG배에서도 일약 결승까지 진출해 새로운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그 목에 방울을 달 한국 기사는 과연 누구일까.

이야마 유타 (비온 후 갬)
명인을 잃은 아픔을 딛고 곧 천원을 따내며 새 출발을 알렸다. 내년 봄 기성을 따내야 명실공히 일본 1인자가 될 텐데….
TYGEM / 志石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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