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기상대
드디어 '이창호 컴플렉스' 벗은 이세돌
'李-李 빅매치'서 승리…명실상부 1인자 위상 굳혀
2011-12-30 오후 2:58:41 입력 / 2012-01-01 오후 1:59:36 수정
▲ 이세돌(왼쪽)vs이창호. 숨가쁘게 달려온 2011년 시즌이 막을 내렸다. 세계가 주목하던 세기의 빅매치 ‘이-이 대결’에서 이세돌이 승리하며 1인자의 위상을 굳건히 한 가운데 7개월의 대장정을 마친 한국리그에서는 포스코LED팀이 창단 원년에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한 올 시즌 마지막 결승전이 된 대주배 시니어기전에서는 서능욱이 입단 41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며 신묘년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 이창호(왼쪽)와 이세돌.
[올레배] 운명의 결승4국서 절대열세 뒤집고 짜릿한 역전승
◇…올 시즌 최고의 빅매치로 꼽힌 ‘이-이 대결’의 승자는 이세돌이었다. 1대1 타이에서 2주만에 속개된 olleh배(이하 올레배) 결승 5번기에서 이세돌은 3국 승리의 여세를 몰아 4국에서도 짜릿한 역전 반집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3대1로 국내 최대 규모 올레배(우승상금 1억원)를 품에 안았다. 지난 봄 BC카드배와 춘란배 석권 이후 한동안 부진에 빠져 한때 1인자의 입지마저 흔들리던 이세돌은 이번 우승으로 1인자의 위상을 한층 굳건히 하며 따뜻한 연말을 보내게 됐다.
이번 결승 시리즈의 분수령이자 결정판은 4국이었다. 사흘 전 벌어진 3국에서 이창호의 난조를 틈타 이세돌이 비교적 손쉽게 낙승한 가운데 맞이한 4국의 초중반은 단연 이창호의 페이스였다. 배수의 진을 친 이창호는 초반부터 적극적인 운석으로 세 군데의 대마를 모조리 타개하는 한편, 이세돌의 최대 보고이던 우변 흑진을 초토화시킴으로써 일찌감치 확고한 우세를 장악했다.
이즈음 모두들 백(이창호)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집백(執白)자가 ‘신산(神算)’으로 일컬어질 만큼 탁월한 종반운영의 소유자인 이창호이기에 더더욱 그러했고, 그래서 이 바둑을 생중계하던 바둑TV 캐스터가 2대2 타이에서 벌어질 결승5국의 전망을 내놓을 정도였다.
그런데 중반 이후 이세돌의 맹추격과 이창호의 부자몸조심이 어우러지면서 승부가 묘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의표를 찌르는 이세돌의 거듭된 승부수에 이창호가 완착을 연발하면서 차이가 확 좁혀졌고, 어느새 형세는 백의 필승지세에서 미세한 계가바둑으로 변했다.
그래도 백이 벌어놓은 게 워낙 많은 터라 아무리 추격해도 흑이 덤에 걸리는 형세였는데, 이윽고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이창호에게서 문제의 '공배 패착'(188수)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런 바둑의 결과가 대개 그러하듯, 흑의 역전 반집승으로 막을 내렸다. 골인 지점을 몇 미터 앞에 두고 넘어진 이창호의 그 한 수는 실로 ‘1억원+@’짜리 ‘공배’였다고 할까.
▲ 이세돌.
이세돌, 10년간 지속돼온 ‘이창호 컴플렉스’ 기어이 극복
◇…이번 승리가 이세돌에게 주는 의미는 일개 타이틀전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다. 약 15년 이상 지속되어온 이창호의 1인 시대가 지난 2005~2006년을 기점으로 막을 내린 이후 이세돌이 1인자로 올라선 지는 꽤 오래 됐다. 하지만 바둑팬의 상당수는 아직 이세돌에게 ‘부족한 2%’가 있다고 여겼던 게 사실이다. 다름 아니라 이세돌이 1인자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이창호의 벽을 뛰어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기사의 역대 전적(이번 올레배 결승 직전까지 31승25패로 이창호 우세)과 타이틀전 전적이 이를 입증한다. <관련 표 참조> 이세돌의 타이틀 획득은 주로 이창호가 3자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후 그 3자를 통해 타이틀을 따내는 식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두 기사의 결승 맞대결은 2005년 이후엔 좀처럼 성사되지 못했다. 이창호가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으며 결승에 오르는 일이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병아리 때 쫓긴 닭 장닭 돼서도 쫓긴다”는 속담처럼, 2001년 LG배 결승 첫 만남에서 2승 후 3연패한 이래 결승 무대에서 번번이 패해 ‘이창호 콤플렉스’에 허덕이던 이세돌에겐 설욕의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웠으리라.
그러던 차 5년 만에 모처럼 기회가 찾아온 것이 2009년 KBS바둑왕전이었다. 모두들 이세돌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반대였다. 당시 승자조에서 전승으로 올라온 이세돌이 패자조에서 어렵게 기사회생한 이창호에게 2대1로 패한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세계 1인자가 ‘흘러간 1인자’에게 맥을 못 추다니……. 역시 이세돌은 이창호에게 안되나?”라는 탄식이 흘러나오면서 이세돌에게 ‘이창호 콤플렉스‘란 말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였다.
두 기사는 지난 해에도 물가정보 결승에서 조우했다. 결과는 2대0으로 이세돌의 완승. 그러나 2010년은 이창호가 데뷔 이후 최악의 슬럼프에 빠진 상황이었기에 그 의미가 축소됐다. 마치 주전멤버가 모조리 빠진 상대팀을 20점차로 이긴 농구 경기처럼.
▲ 이창호.
이창호, 예전과 달리 승부처에서 흔들려 … 체력 보완도 시급
◇…그런 점에서 이세돌에게 이번 승리의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 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창호가 결혼을 계기로 심기일전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완연한 부활의 나래를 펴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세돌은 지난 여름 이후 한동안 부진했던 탓에 랭킹 1위자리 마저 위협받고 상황에서 벌어진 빅매치란 점이 이번 ‘이-이 대결’을 한층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또한 미니기전이나 TV 속기전이 아닌 국내 최대 규모의 매머드 기전이란 사실도 이번 결승이 국내를 넘어 세계의 시선을 끌어모은 이유 중의 하나였다.
이세돌의 이번 승리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 이뤄낸 것이라 더욱 값지게 평가받고 있다. 한동안 이어진 슬럼프를 딛고, 그것도 첫 판을 내준 다름 내리 세 판을 따내며 일궈낸 역전우승이라 그에겐 기쁨 두 배였을 것이다. 또한 결승 2국을 마치고 곧바로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일주일간 해외원정 경기(스포츠어코드 세계마인드게임즈)를 치르고 곧바로 돌아와 3국에 임하는 강행군 속에서 일궈낸 승리란 점도 의미있다.
반면, ‘연내 무관탈출’이란 지상명제 달성에 실패한 이창호에겐 새삼 쓰라린 분패였다.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한 이창호는 특히 하반기에 LG배와 올레배 결승에 연이어 진출하는 등 부쩍 성적을 냈지만, 무엇보다 부활의 동력이 될 만한 ‘타이틀 획득’이 그에겐 급선무였다. 더구나 빠듯한 대국 스케줄에 허덕이는 이세돌에 비하여 한결 유리한 입장이었던 터라 절호의 기회를 놓친 아쉬움은 더욱 크다. 특히 불리했던 바둑도 특유의 부동심과 끈끈한 뒷심으로 뒤집곤 했던 전성기 때와는 달리 오히려 필승의 국면에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허망하게 무너진 결승 4국은 한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에도 체력 면에서 또다시 한계를 노출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는 실정. 이창호가 이번 패배의 내상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향후 한국바둑계는 물론 세계바둑계의 판도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그동안 숱하게 큰 승부를 치러온 경험과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인내해온 특유의 성품 때문에 곧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 2011 한국바둑리그에서 우승한 포스코LED팀.
[한국리그] 신생팀 포스코LED, 창단 첫 해에 ‘통합 우승’ 위업
◇…7개월을 달려온 2011 한국리그의 챔피언은 결국 신흥 강호 포스코LED에게 돌아갔다. 김성룡 감독이 이끄는 포스코LED는 12월 20~21일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준플레이오프부터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온 하이트진로를 3대1로 꺾고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분수령은 1대1 타이에서 맞은 3국. 하이트진로의 기둥이자 올 시즌 리그 다승 2위에 빛나는 최철한을 상대한 포스코LED의 3장은 신예 김정현(국내랭킹 22위)이었다. 모두들 하이트진로의 필승카드인 최철한의 승리를 점쳤고, 과연 바둑도 예상대로 초반부터 최철한의 페이스로 흘러갔다. 그러나 중반 이후 최철한의 낙관무드를 파고든 김정현의 신들린 듯한 승부수가 잇달아 터져 나왔고, 곳곳에서 이득을 챙기더니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지난 삼성화재배 32강 라운드에서 이세돌을 꺾은 바 있는 김정현의 완력과 뒷심이 여실히 발휘된 역전극. 망외의 승리로 2대1 우세를 잡은 포스코LED는 여세를 몰아 4장 백홍석이 승리의 방점을 찍음으로써 생각보다 쉽게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우승의 일등공신 김정현은 포스트시즌 MVP를 받는 겹경사를 누렸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첫 판을 따내며 팀에 선취점을 안겨준 강동윤은 리그 다승왕에 이어 정규리그 MVP로 선정되면서 명예와 실리(쏠쏠한 상금)를 동시에 챙겼다.
▲ 김정현(오른쪽)은 이날 개인상 부문에서 포스트시즌MVP를 수상했다.
‘챔프전 히어로' 김정현, 최철한 격침시키고 우승 일등공신
◇…포스코LED가 리그 전반을 지배하면서 창단 첫 해에 통합 우승까지 달성할 것을 예견한 이는 거의 없었다. 신생팀의 핸디캡에다 감독도 초보이고, 스타 선수도 별로 없었기 때문. 그러나 리그 초반부터 치고 나간 포스코LED의 기세는 그야말로 욱일승천(旭日昇天)이었다. 포스코LED가 이처럼 발군의 성적을 낸 것은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 전원의 고른 활약이 잘 어우러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상대팀의 오더를 읽어내는 지장(智將) 김성룡 감독의 빼어난 지략이 돋보였다. 여기에 다승왕에 오른 에이스 강동윤(12승2패)과 목진석(10승4패) 투톱의 맹활약이 결정적이었으며,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복병 김정현(자율지명, 8승6패)의 쏠쏠한 활약도 숨은 주역이었다. 특히 타 팀과 비교되는 독특한 출전선수 선발방식도 톡톡히 한몫 했다는 후문. 6명의 라인업 가운데 1․2번 지명자를 제외하고는 매번 자체 선발전을 통해 출전 엔트리를 선정함으로써 선수들에게 책임감과 동기를 부여하고 팀워크를 다지는 2중의 효과를 기한 것이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하이트진로의 분전도 인상적이었다. 주장 최철한을 제외하고는 전원 어린 신예들로 구성되었기에 개막 전 ‘약체’로까지 분류됐던 하이트진로가 이처럼 막판까지 챔피언을 다투며 빼어난 성적을 낸 것은 이변에 가까웠다. 덕장(德將) 강훈 감독의 선 굵은 리더십에 에이스 최철한의 분전, 어린 선수들의 패기가 잘 어우러져 기대 밖의 성적을 올리며 성공적인 시즌을 마무리했다. 특히 당초 전력상 열세로 예상됐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호화멤버를 자랑하는 KIXX와 영남일보를 연파하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선전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 2011 바둑리그 우승컵.
명승부 백출 불구, 졸속 일정과 흥행 부진 아쉬움
◇…총 규모 28억6천만원, 우승상금 4억원의 2011 한국리그는 기존의 대국료를 상금제로 전환하면서 역대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에다 전 경기를 바둑TV에서 생중계하는 총력전과 수준높은 대국 내용에 비하여 그 인기와 흥행은 기대만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지 3주 후에야 플레이오프을 치르고, 그 이틀 후 곧바로 챔피언결정전을 치른 널뛰기식 일정은 리그를 마감하는 최대 잔치의 붐을 스스로 가라앉히는 졸속 행정의 비판을 받을 만 했다. 또한 리그의 흥행을 위해서도, 팬들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도 앞으로는 중견과 노장, 그리고 여류기사에 대한 쿼터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한국리그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명실공히 한국바둑계를 상징하는 기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앞으로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팬들의 관심과 성원을 고양시킬 특단의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 내년 시즌부터 리그 방식에 대대적인 개편을 한다는 주최측의 향후 행보를 주목해볼 일이다.
▲ 염원하던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서능욱 9단.
[대주배] ‘만년 준우승’ 서능욱, “40년만에 恨 풀었다!”
◇…올 마지막 기전 결승(대주배 시니어기전 결승)에서 승리하며 신묘년 피날레를 장식한 사람은 의외로 53세의 중진 서능욱이었다. 27일 단판 승부로 열린 2기 대주배 결승에서 ‘황제’ 조훈현을 꺾고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것.
비록 만 50세 이상의 시니어만 참가하는 제한 기전이긴 하지만, 입단 40년 만에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이라서 서능욱에게 이번 우승은 남다르다. 바둑 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여 어릴 적부터 ‘신동’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1972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어린 나이(14세)에 입단하면서 그는 70~80년대 늘 조훈현의 뒤를 이어 한국바둑의 대표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그리고 실제 성적도 뛰어나 늘 조훈현-서봉수의 뒤를 잇는 3인자였고, ‘도전 5강’(서능욱 강훈 장수영 김수장 백성호)중에서도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그의 한계였다. 80년대 전성기 시절 거의 모든 기전의 본선을 누비면서도 결정적 고비에서 조-서의 벽을 넘지 못해 주저앉았고, 그것이 결국 ‘관행’이 돼버렸다. 어떤 때에는 결승 무대로 가기 직전 서봉수에게 번번이 발목을 잡혔고, 막상 결승에 올라도 조훈현이라는 태산을 넘기엔 역부족이어서 준우승만 무려 13회를 기록했다. 그리고 80년대 말부터는 어느덧 양재호-유창혁-이창호로 이어지는 후배그룹에 자리를 내주고 승부세계의 뒷전으로 밀려나야 했다.
서봉수 이어 조훈현 마저 꺾고 생애 첫 우승 감격
◇…그의 이번 우승은 과거 그의 벽이 되어왔던 조-서를 차례로 꺾으며 이뤄낸 것이라서 더욱 값지다. 준결승에서 서봉수에게 역전승한 기세를 타고 결승에서는 조훈현의 대마를 잡으며 쾌승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제한시간이나 진행방식이 (속기파인) 내게 딱 맞는 기전인데……(이리 부진하다니)……, 죽기 전에 우승 한번 꼭 해야 할 텐데요……”
몇 해전 맥심배 본선에서 탈락한 직후 토로한 그의 말에는 전성기 시절 우승 한 번 해보지 못한 승부사의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있다.
그런데 그 말이 “(우승했으니)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바뀌었으니, 그의 첫 우승 감격은 여느 젊은 기사의 세계대회 우승 못지 않으리라. 아무튼 조훈현 아니면 서봉수가 우승할 것이 뻔해 보이던 이번 대회에서 서능욱이 예상외로 조-서를 타파하고 생애 첫 우승했다는 뉴스가 세밑을 강타하면서 소규모 기전 대주배도 지난 지지옥션배처럼 뜻밖의 ‘대박’을 치는 행운을 누렸다.
▲ 루이나이웨이는 2011 바둑대상에서 시니어기사상을 받았다. 소감으로 "이제 중국을 간다. 12년 8개월 동안 여러분이 따뜻한 마음으로 대접해주시고 바둑을 둘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여류 기전 종합] 여류바둑계 지각변동…1인자 芮乃偉 귀국 여파
◇…10년 세도를 자랑하며 한국 여류바둑계를 석권해온 루이나이웨이(芮乃偉)가 올 시즌을 끝으로 고국(중국)으로 귀향하면서 여류바둑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한국 무대에서 활동 이후 여류기전에서만 무려 23차례나 우승을 독식하며 여류바둑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루이 9단이 돌연 빠지면서 그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토종 여류기사들의 각축이 본격화된 것인데, 여기에 그동안 일고 있던 국내 여류바둑계의 세대교체와 상향평준화 현상이 맞물려 일약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 최정.
여류명인전은 박지은-조혜연 탈락…최정 vs 김미리 우승 각축
◇…통산 10회 우승에 빛나는 루이 9단이 타이틀을 반납하고 불참한 가운데 과연 누가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주인이 될 것인가로 관심을 모은 여류명인전 본선에서 최정과 김미리가 최종 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그동안 여류바둑의 쌍두마차로 군림해온 박지은, 조혜연이 탈락한 것이 눈길을 끄는데, 특히 그동안 세계무대에선 발군의 성적을 내면서도 상대적으로 국내무대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박지은은 승자결승에서 최정에 패한 데 이어 패자조 결승에서도 김미리에 져 탈락함으로써 징크스를 벗지 못했다. (조혜연은 패자조 3회전에서 박지연에게 져 탈락).
최대 규모 여류명인전은 그동안 루이(10회), 박지은(1회), 조혜연(1회) 외에는 다른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트로이카가 결승무대에 모두 제외되고 이미 제 3세력의 후배그룹에게 우승컵이 돌아가게 됨으로써 세대교체의 상징이 되었다고 할까.
'소녀장사' 최정과 '소리없이 강한 낭자' 김미리가 벌이는 결승 3번기는 신년 1월 19, 26, 27일 벌어지는데, 여류바둑 세대교체의 예고편이란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 박지은.
여류국수전은 ‘朴-朴’매치 성사…신-구 대표주자 맞대결 관심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여류국수전도 결승 진출자를 배출했는데, 흥미롭게도 이름도 비슷한 박지은-박지연의 ‘朴 & 朴’ 매치가 이뤄져 색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우승후보 1순위이자 이 대회 통산 8회 우승에 빛나는 디펜딩 챔피언 루이나이웨이가 8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가운데 박지연은 루이를 이긴 김혜민을, 박지은은 김미리를 각각 꺾고 결승에 올랐다.
박지은-박지연의 맞대결은 향후 국내 여류바둑계의 판도 변화를 점칠 수 있는 신-구 맞대결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박지은은 별다른 소개가 필요 없는 ‘세계 바둑퀸’. 그러나 이에 맞서는 박지연도 결코 녹록치 않은 신흥 강호로 꼽힌다.
특히 두 기사는 지난 해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여자조 결승에서 맞닥뜨린 바 있는데, 당시엔 예상을 깨고 박지연이 이겨 꿈의 세계대회 본선에 오른 바 있다. 박지연은 그 기세를 타고 본선에서 중국의 난적 퉈지아시를 꺾고 국내 여류기사로선 최초로 세계 16강에 올랐고, 그 덕분에 연말 바둑대상 신인상까지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으니, 후배에게 ‘자리’를 깔아주었던 박지은이 이번에는 설욕을 할 수 있을지도 색다른 관심사다. 여류바둑계 향후 판도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여류국수전 결승 3번기 첫 판은 신년 1월 30일 열린다.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이창호 (◐ 구름)
끝내 연내 무관탈출이 무산됐네~. 특히 질 수 없는 바둑을 공배두다 진 막판의 내상이 심한데…, 과연 어떤 연말을 보낼까.
이세돌 (◐ 맑음)
이-이 대결서 승리하고, 1억원 상금 받고, 덕분에 바둑대상 MVP까지 확정했으니 1석3조이렷다. 누구보다 즐거운 세밑이 될 듯.♬~
최철한 (/// 비)
한국리그서 1년 내내 잘 두다 가장 중요한 막판을 놓친 아쉬움이 크다. 세계마인드게임즈 은메달 2개도 서운한 터라 이래저래 우울한 세모가 될 듯.
강동윤 (○ 맑음)
한국리그 챔프 되고, 다승왕에 MVP까지…. 쏠쏠한 상금까지 챙겨 아주 따뜻한 겨울을 보낼 듯.♬~
조한승 (○ 맑음)
국수 획득에 이어 중국리그서도 맹활약하며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바둑대상서 다승왕, 승률왕까지 받았으니 뿌듯한 연말~.
구리 (◉ 비온 후 갬)
삼성화재배 패배의 충격에서 벌써 벗어났나~. 마인드게임즈에서 중국의 첫 금메달 획득을 견인했다. 올해는 롤러코스터같은 한 해였네. 휴~
TYGEM / 志石居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