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총걸음
"로봇천재라고요? 다 바둑 덕분이죠!"
2011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한 황휘 군 인터뷰
2012-04-12 오후 4:03:44 입력 / 2012-04-15 오후 5:32:40 수정
2010년 서울대학교 권준수 교수는 10년 이상 바둑을 전문적으로 수련한 프로기사 및 연구생 17명과 일반인 19명을 MRI로 뇌를 촬영해 비교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바둑을 전문적으로 수련한 집단은 일반인 집단에 비해 집중력, 기억력, 문제 해결능력 등을 담당하는 뇌의 오른쪽 전두엽 부위가 훨씬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연구 사례는 바둑을 장기적, 전문적으로 배운 이들에게 나타난 것이다.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에 바둑은 다른 교육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어 바둑교실, 특기적성 등 일반적으로 바둑을 배우는 아이들이 이 같이 전문적, 장기적으로 바둑교육에 임하기란 만만치 않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이곳에서 새싹바둑교실을 운영 중인 박미라 원장은 "학부모들이 조기교육을 목적으로 하거나, 자녀들의 희망으로 7~8살 때 바둑교육을 시작하며,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서기 전 3~4학년 때 교육을 멈추는 편이다."라고 전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바둑교실, 특기적성, 기타 기관에서 취미로 바둑을 배우는 아동들에게 바둑은 단순히 '놀이'로 그칠까? 아니면 이들 역시 놀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교육적인 효과도 볼 수 있을까?

▲2008년 12월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바둑교육이 어린이의 지능과 인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발표회 모습.
경희대학교 김바로미 씨의 박사과정 논문 '바둑교육프로그램이 아동의 지능, 과제집중지속능력, 문제해결력 및 만족지연능력에 미치는 영향'(2009)에 따르면 바둑교육프로그램에 참여집단과 비참여 집단을 사전·사후로 나누어 지켜본 결과 참여집단이 비참여집단보다 지능, 과제집중지속능력, 주의집중력, 문제해결력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은 2008년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만 5세 아동 68명(실험집단 36명, 통제집단 31명)을 대상으로 7개월 동안 진행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들을 놓고 볼 때 아직 교육적인 측면 효과 분석 및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바둑이 과거 '놀이' '게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교육의 한 측면으로 점차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미래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망한 수재가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고, 또 자신이 로봇분야에 더욱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놀이로 바둑을 꼽아 화제를 모았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선정해 발표하는 '2011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현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황휘 군.
황휘 군이 수상한 '대한민국 인재상'은 뛰어난 성과와 재능, 발전 가능성을 지닌 다양한 분야의 미래리더(고등학생 60명, 대학생 40명) 100인에게 주는 상으로 지난해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를 포함한 100명의 인재가 수상한 바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주탐사로봇으로 국제 로봇올림피아드 대상을 받으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인정받은 황휘 군은 이후 서울 정보올림피아드 동상, 전국 초중학생 IT꿈나무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하는 등 꾸준히 로봇 분야에서 탁월한 두뇌를 뽐냈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개 국어 능통, 고교 3년간 전국 학력평가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3.2% 이내 등 외국어와 학교공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바둑 외에도 영어, 수학 등 많은 교육을 받았던 황군이 자신을 성장시켜 준 놀이이자 교육으로 바둑을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타이젬에서 황군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황휘 군, 황휘군 부모, 황휘 군 바둑지도교사 김웅환 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황군의 시각으로 기자가 구성해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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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바둑과 로봇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한 꼬마.
6살 때 즈음이었죠. 제가 다니고 있던 피아노학원 건너편에 '바둑' 간판이 눈에 띄었어요. 호기심에 피아노 교습을 마친 후 바둑교실로 찾아가 봤는데, 제 또래들이 열심히 '돌멩이 놓기 놀이'를 하고 있더군요. 어린 제 눈에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였어요. 그래서 저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둑 배우고 싶어요!"라며 부모님을 조르기 시작했죠.
다행히 부모님은 제 교육에 관심이 많으셔서 바둑교실에 다닐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또 제가 계속 흥미를 가지고 바둑에 집중하자 아예 잘 가르치는 바둑교사 (김웅환 아마 6단/현 프로기사 김은선 4단 부친)를 수소문해 개인지도를 받게 해주셨죠.
바둑이 참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영어, 수학, 미술 등 기존에 배우던 것이 많아서 아쉽게도 주3회, 1일 1~2시간 정도 바둑을 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돌 놓기 게임은 참 재미있었고, 개인지도 선생님이신 김웅환 선생님이 열심히 지도해주셔서 바둑시간이 제일 기다려 질만큼 몰입할 수 있었어요.
▲1999년 7세 황휘 군은 부천시장배 유치부 3위를 시작으로 유치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사진은 서울컵 유치부 3위을 차지한 황휘 군(노란색 점퍼)과 황휘 군 외조부(사진 맨 왼쪽), 황휘 군 부친(사진 윗줄 가운데) 지도사범 김웅환씨(사진 맨 오른쪽).
7살. 부모님과 선생님이 저를 부천시장배 바둑대회 유치부에 출전하라고 하셨어요. 바둑을 배운지 1년이 채 안 되었는데, 운이 좋게도 3위에 덜컥(?) 입상했어요. 사실 저는 큰 기대를 안했는데 선생님은 “한태희(현 프로 2단)가 출전 안 했으면 우승을 했을거야.”라고 말씀하신 것을 보면 입상을 할 수 있는 실력은 되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도 굉장히 기뻐하셨고, 애기가이신 외할아버지가 잘했다고 칭찬 해주셔서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이후 다른 바둑대회 유치부에 출전했는데 꾸준히 4위 안에 이름을 올렸어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나서도 저는 적은 시간이지만 꾸준히 바둑을 배웠어요. 바둑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지니 어느 순간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 때나 지금이나 바둑, 로봇에 관심이 많았는데 너무 재미있으니까 제 꿈과 미래를 놓고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저학년 때 "어머니, 저는 바둑과 로봇 둘 다 너무 좋아서, 둘 중 하나를 제 꿈으로 정하고 정진하고 싶어요. 그런데 너무 어려운 문제라서 당장은 말씀드릴 수가 없고, 한 달 뒤에 말씀드릴게요."라고 어머니에게 폭탄선언(!)을 했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웃으실 수도 모르겠지만, 올해 20살인 제가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고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아무튼 저는 한 달 동안 열심히 고민한 끝에 바둑은 취미로도 계속 즐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 어머니에게 “로봇을 제 진로로 선택할께요. 대신 바둑도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배우고 싶으니 아마 5단이 될 때까지 배울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렸어요.
▲황군이 입상한 로봇대회 상장들.
part. 2 절체절명 위기에서 날 구한 바둑!
조금은 아쉬웠죠. 그러나 계속에서 바둑을 배울 수 있었고, 로봇 역시 너무나 좋아하는 분야여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어학연수도 1년 다녀왔지만, 다녀 온 후에도 바둑은 계속 배웠죠. 꿈을 로봇 쪽으로 정한 것뿐이지, 바둑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과 제가 바둑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저희 가족이 '바둑 예찬론자'가 된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저는, 국제 로봇올림피아드에 첫 출전을 하게 되었죠.
로봇제작과정은 주제 정하기→자료조사→설계→세부 부품 구입→조립(형태 구현-시행착오 많음)→형태 완성→프로그래밍→완성 후 구동 순서대로 진행이 되요. 그런데 몇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한 제 작품이 대회를 하루 앞두고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다 엉망이 된 거죠. 정말 울고 싶더라고요. 계속 마음을 추슬러서 다시 진행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시면 부모님과 로봇선생님도 포기하셨을 정도니까요.
▲오랜만에 스승 김웅환씨(오른쪽)에게 지도 받는 황휘 군.
그런데 어느 순간 복기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혼자 조용히 바둑을 복기하듯이 차근차근 상황을 형상으로 기억하면서 조금씩 되돌리기 시작했죠. 그리고 새벽 4시. 대회 출전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저는 다 복구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그 작품은 '우주탐사로봇'으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바둑은 저에게 '재미있는 놀이였지,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런 느낌은 많지 않았어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런 느낌 정도였죠.
그런데 평소 제가 바둑지도 선생님에게 제가 둔 바둑을 형태로 기억해서 되짚는 과정들을 많이 반복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바둑을 두시는 분들은 아시잖아요. 몇 판을 두더라도, 똑같은 바둑은 단 한 판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요. 매번 다른 모양을 기억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대한 기억력이라고나 할까. 그 부분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거죠. 부모님 역시 제가 바둑을 복기하듯 출품로봇을 복구했다고 말씀드리자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바둑예찬론'을 펼친 황 군의 가족.
사실 부모님은 제가 다른 교육 때문에 바빠도 적은시간이지만 바둑을 꾸준히 배우게 한 이유가 '밥상머리 교육' 때문이래요. 지도선생님과 제가 바둑을 배우는 모습을 보면 손과 손이 부딪히면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보인데요.
아무튼 평소 바둑교육에 긍정적이시던 부모님은 그날 이후(로봇대상 이후)로 더욱 바둑예찬론자가 되셨어요. 저희 아버지 직업이 의사이자 목사이신데, 친구 분들 자제분에게 바둑은 꼭 가르쳐야 된다고 하시고, 교회에도 바둑강좌를 만드셨을 정도니까요.
part.3 로봇박사의 꿈. 나의 영원한 벗 바둑과 함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로봇 분야 공부, 그리고 학업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기에 이전처럼 꾸준히 바둑을 배울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바둑을 잊은 적은 없어요. 로봇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인정받아 국제 로봇올림피아드 총 3회 수상, 전국 초중학생 IT꿈나무올림피아드 수상, 2011년 인재상 등을 수상한 제가 로봇, 교육관련 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도 항상 바둑을 강조했거든요. 대학교 특기자전형 원서를 쓸 때 자기소개서 부분에 바둑이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고요.
현재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1학년인 제가 고려대학교에 입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바둑이예요. 특기자 전형으로 고려대학교에 면접을 보러왔는데, 면접장소 부근에 바둑동아리(고대바둑사랑) 실이 있더라고요. 학교 자체도 마음에 들었지만, 바둑동아리실을 보니 조금 더 친근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하하. 그래서 입학 후 바로 고대바둑사랑에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 중이예요.
로봇이 크게 설계, 회로, 제어 이렇게 세 분야로 나뉘는데 저는 이 세 분야 모두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로봇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제 꿈을 향해 달려가되, 저의 영원한 벗 바둑도 취미로 자주 즐길 거예요. 현재 타이젬 3~4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언젠가는 기력도 더 늘어있겠죠?
TYGEM /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