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읔, 맞아요. 저는 울렁증이 심해요. 큰 승부를 앞두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애를 먹곤 하거든요.”
긴장의 정도에 따라 성적의 그래프가 정확하게 그려진다고 했다.
황룡사쌍등배에서 3장으로 출전해 왕천싱과 대국할 때 손이 떨렸다.
왕천싱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고 한국 낭자들이 연패해 부담이 컸다.
자신만만했었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견디질 못했다.
대국하기 전에 한국 팀의 수문장이 되겠다고 시원하게 밝혔는데 지고 말았다.
“어휴, 그때 너무 창피했어요. 말이나 하지 말걸.”
그러나 필자는 그런 박지연의 자신감이 보기 좋고 그런 후회를 들으면서 미소를 머금는다.
입이 무겁고 신중한 스타일도 나쁘지 않으나 감정의 기복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스타일도 괜찮아 보인다.
흔들리고 아프니까 젊음이라 하지 않던가?
S#3. 책과 노래가 강심제
박지연은 일곱 살 때 친구가 다니는 바둑교실에 따라갔다가 돌을 만지게 됐다.
아홉 살 때 차수권 도장에 입문해 정식으로 바둑을 배우게 됐는데 바둑영재들에게 판판이 깨지는 아픔을 당했다.
지는 게 너무 싫어서 도장에 나가지 않으려고 차가 오면 방구석에 웅크리고 버텼다.
언젠가는 차수권 사범이 '미래의 꿈'을 그리라고 했는데 지연은 이창호와 바둑을 두어 이기는 그림을 그렸다.
2006년,17세에 프로 입단했고, 이듬해 지지옥션에서 3연승, 2008세계마인드스포츠 은메달, 여류명인전 도전자 결정전, 여류기성전에서 준우승했다.
▲ 인터뷰 도중 웃는 박지연. 이제 스물두 살 꽃피는 청춘이지만 바둑의 길에서 너무 많은 빛과 그림자를 겪은 승부사 박지연.
“책을 많이 읽고 싶어요. 기타도 제대로 배우고 싶구요.”
그녀는 뭐든 마음먹으면 올인하는 체질이다.
얼마 전 인천 시청 앞에서 바둑 인들이 아시안게임 바둑종목 채택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할 때 박지연이 가장 열성적으로 뛰었고 가장 많은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냈다.
바둑연구회 모임인 무여회와 바둑 젊은이들의 온라인 모임 바세바에도 적극 참여하고 중국어도 공부하고 있다.
큰 시합을 앞두고 울렁증이 심한 것은 예민한 성격 탓이리라.
그 증세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은 양약이나 한방 같은 의료적 방법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 아닐까?
책도 좋고 노래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심장은 뜨겁고 강하되 두뇌는 냉철한 승부사가 되어 우리 바둑의 대들보가 되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