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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BC "바둑을 즐기기로 한 목표는 변함없습니다"

4회 비씨카드배 우승자 백홍석, 출신도장 권갑용 바둑도장 찾아

2012-05-18 오전 9:27:04 입력 / 2012-05-18 오후 4:24:03 수정

1편에 이어집니다.▶1편 바둑영재들의 승부호흡이 백홍석을 탄생시켰죠

권갑용 8단의 인터뷰는 17일 오후에 진행됐다. 이 날은 비씨카드배 시상식이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인터뷰 전 적잖은 갈등이 일었다. 백홍석 9단의 시상식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고, 그 영광의 순간을 현장에서 보고 싶었던 것.  

그러나 권갑용 8단과의 인터뷰 약속 시간이 빡빡해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 도장에 떡하니 백홍석 9단 그가 등장했다. 속으로 '아싸!'를 외치고 있었는데 기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권갑용 8단은 "백 9단이 오후에 갑자기 온다고 하더니 트로피를 들고 오네요."라며 웃는다.

▲"사범님이 최고!" 백홍석 9단의 모습을 담는 아이들 


▲"우와! 이것이 우승트로피?" 백홍석 9단과 권갑용 바둑도장 원생들의 기념촬영

갑작스런 동문스타 방문에, 학구열로 조용히 불타던 도장은 순식간에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백 9단이 트로피를 들고 한 방을 들어서자 순식간에 "멋있다!" "축하해요" 등 많은 축하인사가 오고가며 박수소리가 이어진다. 트로피를 만지고 싶어 하는 꿈나무들이 백홍석 9단의 주위로 몰려든다. 백 9단은 이런 후배들에게 트로피를 쥐어주며 웃는다. 아이들은 트로피를 만지고, 세계대회 우승자와 기념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장면을 보고 있자니 백 9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미 16일 백 9단의 우승이 결정된 직후 다른 기자들과 함께 인터뷰를 가졌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백 9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20여분간 동문 꿈나무들과 데이트를 무사히(?)마친 백9단은 흔쾌히 수락!

- 바둑은 어떻게 배우게 됐습니까? 전라남도 광주 출신이라고 들었는데요.
백: 7살 때 집 근처 바둑학원에서 배우게 됐죠. 부모님 권유도 있었고, 친했던 친척형들이 이미 바둑을 먼저 배우고 있었거든요. 3개월 먼저 시작한 친척형들을 얼마 되지 않아 다 따라잡았고, 1년 후에는 학원에 적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바둑학원을 옮겨달라고 졸랐죠.
이후 다른 바둑교실에서 1년 정도 더 배우다가, 전문도장을 찾게됐는데 그 곳이 권갑용 바둑도장이었죠.

- 바둑교실만 다니던 어린 백 9단의 첫 바둑도장 입성 느낌은 어땠나요? 아무래도 바둑교실과 바둑도장은 분위기가 달랐을 것 같은데요.
백: 아직도 처음 방문했을 때가 생생해요. 완전 무서웠죠, 도장에 처음 방문하자마자 테스트 바둑을 두고 있는데 한 원생이 오락실을 갔다가 (권갑용)사범님에게 딱 걸린 거예요. 그 원생은 사범님의 불호령에 그 날부터 바둑도장을 다닐 수 없었죠. 지금은 친구 같은 친근한 사범님이지만 젊으셨을 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권갑용 8단(왼쪽)과 백홍석 9단.

세계대회 첫 우승을 해낸 제자의 깜짝 방문에 기분이 좋아진 권갑용 8단이 덧붙인다.

권:그 때 이야기하니까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백 9단 부모님이 방문 전에 "우리 아이가 3~4급 정도 두는데 받아줄 수 있냐." 라고 전화로 물으시더군요. 당시 잠깐이지만 원생들을 영재만 뽑았고, 실력의 커트라인도 정해져 있었는데 백9단의 당시 기력은 기준에 미달했습니다. 그래서 백 9단보다 강한 2명을 대국 상대로 해주고 지켜봤습니다.
참 인상적이었죠. 그 어린 나이에 승부근성이 보이더군요, 바둑은 기본기가 부족한데 그 부분을 승부근성으로 채우고 있었습니다. (근성이)바둑에 대한 열정으로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받아들였죠. 실제로도 느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죠.

- 아까 도장에 대한 첫 인상이 두려움으로 느껴졌다고 했는데, 입성하고 나서는 괜찮았나요.
백:분위기는 여전히 살벌했지만, 도장에 센 동문들이 워낙 많아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죠.

- 백 9단이 이번 비씨카드배 우승 전에도 동문들(이세돌·최철한·원성진·박정환 9단등)의 세계대회 우승이 굉장히 많았죠. 이들 중 우상은 있나요?
백: 이세돌 9단이요.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세돌 9단은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는 남이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발상, 두 번째는 함께 있으면 느껴지는 기(氣)였습니다. 같이 공부하다보면 느껴져요.
권: 재주 있는 이들은 기력이 덜 완성되어 있어도 자유분방하게 자기나름대로의 자신만의 바둑을 둡니다. 이세돌 9단이 그렇죠. 백9단이 말한 기발한 발상도 그런 면이고요.


▲결승 4국 이세돌 9단이 복기에 참가하는 모습(사진 맨 오른쪽).

- 결승 4국 때 이세돌 9단이 함께 복기에 참여하지 않았나요. 우상과 자신의 우승결정국을 복기하는 느낌은 사뭇 새로웠을 것 같네요.
어렸을 때는 워낙 실력 격차가 컸죠. 제가 도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이미 이세돌 9단은 이미 입단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한 반에서 같이 배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배울 수 있는 것은 많았어요. 기숙사, 도장생활을 같이 하면서 같이 공부하고 이런 부분이 도움이 많이 됐죠.

- (권 8단에게) 이세돌 9단이 백 9단 우승을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그 녀석 많이 컸네요. (함께 웃음) 이러던데요.

- 아까 권 8단이 백 9단이 어릴 적부터 이영구·윤준상·천스위엔 9단과 라이벌로 지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 우승 전까지 라이벌등 중에서 뒤처지는 편이었죠. 윤준상 9단은 2005년 국수 타이틀을 따냈고, 이영구 9단 역시 지난해 물가정보배 타이틀을 따냈죠. 천스위엔 9단은 고국 대만으로 돌아가 1인자를 하고 있고요. 라이벌들의 빠른 행마에 조금은 조바심이 났을 법도 했을 것 같아요.
조바심보다는 선의의 라이벌이랄까. 3명 모두 도장에서 공부할 때는 비슷비슷해서 라이벌로 꼽혔는데 사실 그 3명이 모두 저보다 세다고 생각했죠.
우리는 함께 공부하면서 자극도 받고, 승부 외적인 것에서는 BEST로 꼽을 만큼 굉장히 친해요. 이번 비씨카드배 우승했을 때 이영구 9단이 문자로 "우승 축하해!"라고 축하해줬어요.

- 좋은 자극제였군요. 사실 입단 후 꾸준히 공부하기란 쉽지 않죠. 13살에 입단한 이세돌 9단도 입단 후 10대 때는 굉장히 방황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스승인 권 8단은 백9단을 노력파보다는 재능파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입단 후 꾸준히 공부에 매진했습니까? 지금은 랭킹 8위이지만 한 때 랭킹이 20위권까지 떨어질 때도 있었는데요.
세계대회 첫 준결승에 진출했을 때 (2006년-삼성화재배) 굉장히 기세를 탔던 시기였습니다. 입단 후 공부를 열심히 안하다가 삼성화재배 직전 공부에 매진했는데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죠. 그 뒤 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죠.
최근에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더군요. (스승인 권 8단은 '철이 들었다'고 표현)

- 흠. 이번 비씨카드배 옥의 티라고나 할까요. 대국 중 백홍석 9단의 한숨 쉬는 버릇을 질타하는 타이젬 고객들의 댓글이 많았습니다. 원래 버릇인가요? 국면이 나쁠 때만 나오는 그런 버릇이요.
국면의 유불리를 떠나서 나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고 무의식적으로 나와요. 좋은 버릇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습관이 됐기 때문에 잘 안 고쳐지는 면이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릴 적 유명기사들의 대국을 기록하러 많이 다녔는데 누구나 습관은 있는 것이고, 그걸 보고 그렇게 나쁘다는 인식하지도 않았습니다. 의도적인 것도 없어서 어떻게 보면 이것도 승부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권 : 어릴 때부터 지켜봤는데 그렇게 심한 건 아닙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생체리듬, 습관이 다르듯이 승부사가 긴장을 푸는 방법도 다릅니다. 백9단의 한숨은 자기 나름대로의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도 볼 수 있죠.
저는 승부사의 습관적인 부분에서 고치라고 조언하고 싶은 것은 표정관리입니다. 백 9단은 좋고 나쁠 때 표정에서 너무 드러납니다.


▲스승 권갑용 8단과 백홍석 9단.

- 참. 물어보고 싶었던 부분이었는데 우승 인터뷰 때 권 8단에게 가장 먼저 고마움을 표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말 어렸을 때 말썽을 너무 많이 피워서 사범님이 고생이 많으셨어요.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목욕도 직접 해 주시고 부모님 같은 존재였죠.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바둑공부 할 수 있게 해주셨고, 이 정도까지 클 수 있게 이끌어 주셨으니까요. 입단 후에는 친구처럼 대해주시는 데 그 부분에서 너무 감사합니다.
권: 지인들이 방송을 보시고 "스승을 먼저 방송에서 가장 고맙다고 밝혀서 감동을 받았다."고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 마지막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이미 물었었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군요.
올해 초 시작부터 끝까지 바둑을 재미있게 즐기기로 목표를 잡았고, 그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TYGEM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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