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환, 나현, 장웨이지에, 스위에, 탄샤오.
재미있는 사실은 '이세돌 세대'의 뒤를 강력히 추격하고 있는 그룹이 그들의 바로 밑 동생 뻘 세대가 아닌, 열 살 가량 차이가 나는 한참 어린 후배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박정환(현 한국랭킹 1위, 93년생)을 비롯하여 중국의 탄샤오(檀嘯, 현 중국랭킹 1위, 93년생), 장웨이지에(江維杰, 중국 4위, 91년생), 스위에(時越, 중국 5위, 91년생), 판팅위(范廷鈺, 96년생) 등이 '이세돌 세대'를 위협하고 있는 신세대의 대표주자들이다.
특히 저변이 두터운 중국 '90後'의 위력은 올 상반기 각종 세계대회를 휩쓴 데서 보듯 가히 대단하다. 이들 중 박정환(2011년 후지쯔배 우승)이나 장웨이지에(2012년 LG배 우승)처럼 이미 선배 그룹을 제치고 세계 챔프에 오른 기사도 있으니, '90後'의 정상권 진입은 미래형이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접어든 셈이다.
이들의 최대 강점은 '실력+자신감'이다. 특히 정상급에 버금가는 실력은 갖추었으면서 정상권 선배들의 이름 앞에 한 수 접히곤 했던 과거의 유망주들과 '90後'는 확실히 다르다. 이들은 그 어떤 강자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을 가졌으며, 오랜 실전 훈련으로 노련미까지 갖추며 오히려 선배 기사가 부담감을 느껴 실족할 정도다.
▲ 박정환(왼쪽)과 이세돌. [국내바둑계] 이세돌 제친 '박정환 천하' 당분간 지속 될 듯 국내바둑계에는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가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2000년대 중반 이창호의 퇴조 이후 부동의 1인자 자리를 고수해왔던 이세돌이 처음으로 랭킹 1위 자리를 후배에게 내주는 일이 발생한 것.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이세돌의 아성을 허문 주인공은 바로 박정환이다.
비록 정면대결(타이틀전)에서 이세돌을 꺾은 것은 아니지만, 올들어 90% 가까운 고감도 승률을 보이며 상반기 국내 2관왕(KBS바둑왕전, 맥심배)에 오르는 등 전방위적인 활약을 보인 끝에 종합성적으로 1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어쩌면 단일 기전의 맞대결 승리보다 더 값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바둑계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이세돌이 언제쯤 실지(失地)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이냐'로 모아진다. 이세돌이 워낙 오랫동안 독보적인 1인자 자리를 지켜왔기에 잠시 내주었을 뿐 곧 되찾을 것이라고 여기는 팬들이 많은 게 사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다. 최근 성적이 그대로 반영되는 랭킹제도의 특성상 예전처럼 무적함대의 위용을 보이지 못한 채 신예들에게 자주 발목을 잡히곤 하는 이세돌이 최근 들어 폭주 기관차처럼 질주하고 있는 박정환을 종합 점수에서 제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