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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兩李'없는 태극호, 농심호 전설 이어갈까?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농심배 대표선발전, 이변과 파란 속출

2012-07-29 오전 2:03:25 입력 / 2012-07-29 오후 1:25:52 수정

전대미문의 가뭄과 태풍, 그리고 삼복의 폭염이 이어진 7월 국내바둑계는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수백명 기사들의 처절한 각축으로 한층 뜨거웠다. 농심배 대표선발전을 중심으로 7월의 바둑계를 진단해본다.

[농심배] 이세돌 비롯 상위랭커 줄줄이 탈락… 최철한·김지석은 생존

◇…제14회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표 선발전이 7월 한 달 내내 국내 바둑계를 뜨겁게 달궜다. 팬들의 뜨거운 관심에 비례하는 명예와 상금, 그리고 세계적인 강자와 겨루면서 월드스타로 발돋음할 천재일우의 기회가 걸린 탓인지 농심배 대표선발전은 그 어떤 기전보다 치열하기로 소문나있다. 가히 국내 대표선발전이 올림픽 본선보다 어렵다고 하는 양궁에 비견될 정도. 그리고 그 치열함만큼이나 늘 이변과 파란이 속출하여 정상급 에이스들이 줄줄이 탈락하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새 얼굴이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했는데, 6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창호를 대신하여 한국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굳게 믿었던 이세돌이 1회전에서 신예 김현찬에게 한칼 맞고 탈락한 게 파란의 신호탄. 이어 과거 농심배에서 한 몫 씩을 해준 바 있는 원성진, 강동윤, 박영훈 등 상위랭커가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마지막 결승에서 ‘농심배의 전설’ 이창호가 14세 이동훈에게 패한 것이 이변의 절정이었다. 그런가 하면 BC카드배 우승에 빛나는 백홍석이 국내 랭킹 50위권의 중고 신예 이호범에게 무너진 것은 파란의 결정판이라고 할까.


▲이창호는 신인 이동훈(오른쪽)에게 패해 탈락했다.

'농심배 수호신' 이창호, 14년만에 처음으로 대표팀서 탈락 아쉬움

◇…그동안 13회 대회에 모두 출전하여 한국이 역대 농심배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데 절대적인 공헌을 해온 이창호가 탈락한 데 대해 팬들의 아쉬움과 충격이 몹시 컸다. 특히 결승에서 14세 신예에게, 그것도 역전 반집패한 것은 드라마틱한 '비극'이었다.

어릴 적부터 바둑신동으로 주목받으며 14세에 첫 타이틀(KBS바둑왕전)을 획득했고, 그동안 숱한 주요 대국에서 역전 반집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해온 이창호가 '세월의 부메랑'을 맞았다고 할까. 반면, 입단 2년차의 루키 이동훈은 거목 이창호를 제치고 농심배 사상 최연소 대표로 선발됨으로써 일약 예비 월드스타로 급부상했다.


▲최철한과 김지석

잇단 이변 속에서도 최철한과 김지석은 꾸준히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 끝에 무난히 태극호에 승선해 대표팀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올 시즌 초반 슬럼프에 빠졌던 최철한은 최근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며 이창호와 이세돌이 빠진 대표팀의 맏형 노릇을 기대케 했다.

또한 최근 지는 법을 잊은 듯 18연승의 절정세를 타고 있는 김지석이 농심배 티켓을 거머쥐는 데는 약간의 '행운'도 따랐다. 주지하다시피 김지석의 천적은 박정환.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기사가 전승할 경우 결승에서 맞닥뜨리게 돼있는 것 아닌가. 최근 상대전적 7전전패를 당하는 등 박정환만 만나면 통 판맛을 못보는 데다 올 시즌 90% 가까운 승률에 랭킹 1위에까지 오른 박정환의 기세를 감안하면 아무래도 그 조의 티켓은 박정환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던 것.

그런데 앞서 준결승에서 박정환이 김승재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고, 박정환을 꺾고 올라간 김승재는 막상 결승에서 김지석에게 완패하고 만 것이다. 모처럼 랭킹 1위를 꺾은 기세를 살리지 못한 김승재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김지석의 팬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리라. 천적도 엄존하지만, 그 천적 관계를 교란시키는 의외의 삼각 먹이사슬도 있는 것이 승부세계라는 것을 새삼 입증시킨 대목이라고 할까.


▲지난해 후지쯔배에서 처음으로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정환. 농심배 본선은 이번이 첫 출전이다.

준결승 탈락 박정환, 와일드카드로 구제 … 이세돌은 이번에도 비운

◇…이세돌에 이어 박정환과 이창호까지 선발전에서 연이어 탈락한 가운데 4인의 선발전 통과자(최철한, 김지석, 이호범, 이동훈)가 확정되자 나머지 한 자리, 즉 와일드 카드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당연히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이 물망에 올랐는데, 여기서 이창호는 사실상 먼저 제외됐다.

역대 농심배에서 그가 이룬 불멸의 공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9회나 와일드카드를 배정받은 사실에다 최근 국내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그의 성적이나 컨디션이 예전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고, 특히 이창호 본인이나 주최사 측에서도 이미 지난 해 "이번이 마지막"임을 시사했기에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결국 이세돌과 박정환 2파전으로 압축됐는데, 이세돌이 고사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와일드카드는 예상보다 빨리 결정났다. 그리하여 유독 농심배와는 인연이 없었던 이세돌은 올해도 농심호에 오르지 못했다.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이세돌의 '농심배 잔혹사'는 책 한 권 분량이 될 만큼 길고도 기구하다.

입단 당시부터 줄곧 '포스트 이창호'의 주자로 각광받았으며,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실질적 세계 1인자로 군림해온 그이지만, 14회의 농심배 중에서 한국대표로 선발된 것은 2차례에 불과하다. 불가사의할 만큼 번번이 농심배 대표선발전에서 중도 탈락한 데다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농심배 수호신' 이창호에게 늘 밀려왔기 때문.


▲12회 농심배. 한국 첫 주자로 나선 이세돌은 중국의 씨에허에게 패하며 2연승에 그쳤었다.

그나마 본선에 참가한 두 번의 대회에서도 막상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10회 대회(2008~2009)에서는 주장 이창호를 남겨두고 막판 2연승으로 우승을 확정짓는 '클로저' 역할을 한 바 있지만, 12회 대회(2010~2011)에서는 내심 10연승을 장담하며 1번 타자로 나섰다가 2연승에 그친 아픈 기억도 있다.

"형평성이냐, 드림팀이냐"… 농심배 대표선발 방식, 이번에도 논란

◇…이세돌과 이창호, 그리고 연이은 상위랭커들의 탈락으로 연례행사처럼 계속돼온 농심배 국가대표 선발방식에 대한 논란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기회의 형평성이냐, 드림팀 구성이냐'로 압축되는데, 적어도 랭킹 1위(또는 1, 2위)에 대해서는 사전에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대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구생 입단대회에 내신성적이 반영되고, 대학입시에 사전 수시전형이 있는 것과 같은 논리인데, 대표팀의 안정성과 중국과의 맞대결 등을 고려할 때 어떻게든 지금의 방식은 좀 개선돼야 한다는 게 일각의 여론이다. 하지만, 기회의 형평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서 향후에도 농심배 대표선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일 것이다.

농심배 대표팀 평균 20세 ‘'젊은 그들'… "국제대회 경험 미숙" 우려도

◇…박정환이 막차로 합류함으로써 이번 14회 농심배 국가대표팀은 평균 20세 가량의 '젊은 피'로 진용이 짜여졌다. 이세돌을 비롯한 상위랭커가 대거 빠진 데다 농심배 수호신 이창호마저 제외된 이번 대표팀을 두고 벌써부터 '사상 최약체팀'이라는 혹평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하위랭커 구분이 무색할 만큼 실력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진 요즘, 가장 치열하고 엄격한 선발전을 거친 대표팀의 실력을 랭킹의 잣대로만 따지는 것은 무리라는 여론도 많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요즘 국제 단체전에 신예들을 많이 출전시키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또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해서도 '새 얼굴'의 등장은 오히려 반가운 일일 수도 있다.



다만, 국제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관록과 경험면에서 매우 일천하다는 것은 충분히 우려를 자아낼 만하다. 5인의 대표 가운데 농심배 참가 경험이 있는 선수는 최철한(5회)과 김지석(2회) 두 명뿐. 랭킹 1위 박정환도 농심배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 관련 표 참조>

14대 농심호가 일각의 우려를 씻고 전설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것은 한국바둑의 세대교체 성공 여부가 걸린 시험대란 점에서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물가정보배에서 맞붙는 김지석(왼쪽)과 박정환

[물가정보배] 4강 확정… 절정 '박정환 vs 김지석' 천적 맞대결 관심

◇…상위랭커들의 잇단 탈락, 물고 물리는 혼전 속에 상위 랭커들의 잇단 탈락으로 흥미를 자아내고 있는 물가정보배의 4강이 확정됐다. 먼저 디펜딩 쳄피언 이영구는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진 조별리그 첫 판에서 패한 핸디캡을 딛고 이후 3연승을 거두며 4강에 올라 대회 2연패를 바라보게 됐다.

올 시즌 다승왕을 다투고 있는 박정환과 김지석도 각각 이원영과 한상훈을 따돌리고 준결승에서 천적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9승2패로 박정환이 단연 우위. 특히 2009년 천원전 결승에서 박정환이 완승한 것을 계기로 내리 7연승, 천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18연승을 질주하며 절정의 기세를 타고 있는 김지석이 내친 김에 ‘박정환 콤플렉스’까지 벗어던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가정보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성준

단연 돋보이는 신예는 형제기사로 유명한 중고신예 안성준. 난적 박영훈, 허영호, 윤준상을 연파하며 생애 처음으로 4강 무대에 올랐다. 반면, ‘죽음의 조‘에 배정되어 관심을 모았던 이세돌과 백홍석은 김지석과 윤준상에게 나란히 패하며 일찌감치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박정환-김지석, 이영구-안성준의 준결승 두 판은 오는 8월 1일 저녁 7기와 9시 바둑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연이어 펼쳐져 삼복더위를 식혀줄 예정이다. 조심스레 박정환-이영구의 결승을 예측해본다.


▲국수전 8강전에서 격돌하는 박정환과 이세돌

[국수전] '이세돌 vs 박정환’' 최고 빅카드 성사… 8강에서 격돌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국수전도 8강 멤버를 가려냈다. 이번 국수전 본선의 특징은 신예들의 약진. 박준석, 강병권, 민상연 등 이름도 생소한 신예들이 예선부터 승승장구한 끝에 나란히 8강에 올라 세대교체의 흐름을 실감케 했다.

그 가운데 후배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8강에 올라 격돌하게 된 '이세돌 vs 박정환'의 빅카드가 단연 주목의 대상이다. 나란히 한국랭킹 1, 2위에 올라있으면서도 정작 두 기사의 맞대결이 뜸한 것도 이색적인 현상인데, 그것은 최근 이세돌의 부조 탓이 크다. 올 시즌에는 4월 GS칼텍스배 준결승에서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는데, 당시에는 이세돌이 승리한 여세를 몰아 우승까지 일궈냈다. 이세돌을 제치고 랭킹 1위에 올랐음에도 정작 이세돌에게는 상대전적 1승5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박정환이 이번에는 '이세돌벽’을 넘을 수 있을지, 아니면 랭킹 1위 탈환에 있어 절호의 기회를 잡은 이세돌이 다시 한번 선배의 무서움을 보여줄지, 국내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국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은 가운데 두 기사의 8강전은 연이은 국제기전 러시 탓에 8월말이나 9월중순 정도로 예상된다. 최근의 승부 사이클상 5.5 대 4.5로 박정환의 박빙 우세에 한 표.

지난 기 도전기에서 조한승과 일진일퇴의 명승부 끝에 국수를 내준 최철한의 권토중래 여부도 주목거리. 최철한은 8강에서 박준석을 이길 경우 이세돌-박정환 전 승자와 준결승에서 격돌, 또 한 번의 빅게임이 예상된다. 한편, 원성진-박영훈(85년생), 강동윤-김지석 (89년생)등 동갑내기 라이벌의 맞대결에서는 원성진과 김지석이 각각 승리하여 8강에 합류했다.


▲신진서

[영재입단대회] '이창호-이세돌' 맥 이을 '兩申' 바둑신동 탄생

◇…‘이창호-이세돌-박정환으로 이어지는 바둑신동의 맥을 이을 ’양신(兩申) 영재‘가 탄생했다. 바둑영재 조기 발굴하자는 취지 하에 처음 열린 제1회 영재입단대회의 첫 관문을 뚫은 신동은 신진서(12세)와 신민준(13세).

네 명이 벌이는 최종 본선리그에서 2승을 올려 가장 먼저 입단을 확정지은 신진서는 다섯 살에 바둑을 배워 7세 때 이미 프로들이나 가능한 타이젬 9단에 올랐던 신동. 이후 스승 한종진 8단의 쳬계적인 지도를 받은 끝에 기량이 일취월장, 한국기원 연구생에 입문한지 불과 5개월만에 입단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신민준.

이틀 뒤 입단 막차를 탄 신민준도 요즘 농심배 대표로 뽑히는 등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동훈과 지난해까지 바둑도장(양천대일)과 한국기원 연구생 1조에서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유망주.

입단 연령 고령화에 따른 입단지망자의 중도포기를 막고 어린이 바둑저변 확대를 위해 전격 도입된 이번 영재입단대회를 앞두고 항간에서는 “프로 실력에 버금가는 중고생 연구생들이 즐비함에도 상대적으로 어린이층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이번에 입단한 두 기사가 당장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막강 실력자들임이 확인되어 그러한 논란을 일단 불식시켰다는 평이다.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이세돌 (◐ 갬)
물가정보배 초반 탈락에 이어 농심배 대표선발전 1회전 탈락…. 빼앗긴 No.1 실지(失地)회복이 점점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그래도 최근 6연승으로 회복세이니 하반기를 기대하시라~

박정환 (◑ 구름 약간)
농심배 선발전에서 일격 맞았으나, 와일드카드 선발로 No.1의 체면을 차렸다. 요즘 좀 주춤대는 것은 본인 말마따나 컨디션이 엉망인 탓일까, 연승 피로감 탓일까. 체력이 새로운 관건~

최철한 (○ 맑음)
길었던 슬럼프 터널이 지나고 지금은 목하 연승 모드~♬. 농심배 티켓도 너끈히 따냈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그 누구도 그의 앞길을 막기 어렵기에 하반기 가장 요주의 인물!

김지석 (○ 맑음)
현재 무려 18연승을 질주하며 가장 뜨거운 계절을 보내고 있는 올 여름의 히어로! 이번에는 기필코 천적(박정환)을 넘어 더 높이 비상할 수 있을까.

백홍석 (◑ 구름 약간)
BC카드배 우승 이후 ‘큰 승부 후유증’을 타며 잠시 주춤했으나, 다시금 페이스를 회복했다. 다만, 농심배 선발전 결승에서 패한 게 몹시 아쉬웠을 듯.

이창호 (/// 장마)
국내 랭킹 10위권에서도 밀려나고 농심배 선발전 결승에서도 통한의 역전 반집패. 좀처럼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날이 활짝 갤까.

이야마 유타 (○ 맑음)
역시 열도의 희망~. 잠깐의 슬럼프를 딛고 최근 불과 나흘 사이에 본인방과 기성(碁聖)을 잇달아 획득! 일본 7대 기전 가운데 4관왕에 올랐다.
TYGEM / 志石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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